[이슈메이커] 과학의 장착으로 혁신 이루는 스포츠 산업
[이슈메이커] 과학의 장착으로 혁신 이루는 스포츠 산업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9.05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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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感) 대신 데이터로 말하는 시대
관련 기업에는 막대한 투자금 몰리기도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과학의 장착으로 혁신 이루는 스포츠 산업

 

스포츠에 기술을 접목하는 ‘스포츠 테크’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프로 스포츠는 물론 생활체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US은 지난해 159억 달러 규모였던 세계 스포츠 테크 산업이 2032년에는 792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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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단축부터 부상 선수 회복에도 도움

스포츠 테크가 가장 위력을 발휘하는 자리는 선수들의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기록을 단축할 때다. 육상 현역 중거리 최강자로 불리는 노르웨이의 야코프 잉게브리그스텐은 최근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 리그에서 2마일 경기 세계 기록을 26년 만에 경신했는데, ‘웨이브라이트’라는 장비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육상 트랙을 따라 1m 간격으로 설치된 전자식 조명 장치로 기존 세계 기록의 페이스가 초록색 빛으로 표시된다. 이로 인해 선수들은 ‘전자식 페이스메이커’에 맞춰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뛸 수 있다.

 

프로 스포츠 역시 경기력 향상을 위한 기술 도입이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축구의 경우 전자성능추적시스템(EPTS)을 통해 선수의 활동량과 자세 변화, 스프린트 속도, 피로도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후 유니폼을 벗는 셀레브레이션을 펼친 황희찬이 입고 있던 검은색 조끼에 EPTS가 달린 것이 알려져 관심을 받았다.

 

미국 프로풋볼(NFL) 선수들은 어깨에 RFID(무선 주파수 식별장치) 태그를 부착하고 뛰는데, RFID가 경기 중 선수의 260여 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인공지능(AI)이 이를 분석한다. 메이저리그(MLB)는 각 구단 경기장에 12대의 고해상도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공의 속도와 공이 꺾이는 각도 등 60개의 데이터가 순식간에 수집된다.

 

이러한 스포츠 테크는 심판의 고유 영역으로 불리던 판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월드컵에서 종잇장 하나 차이로 오프사이드를 가르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이 큰 화제를 부르며 유럽 주요 리그에서 도입을 진행 중이고, 이로 인해 경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일관성을 유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야구계에서는 2019년 마이너리그에서 로봇 심판을 테스트하기 시작해 메이저리그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테니스나 농구 등은 진작부터 공이 라인 밖으로 나갔는지를 확인하는 호크아이 시스템을 통해 공정성을 높이고 있다.

 

 

수영에서는 수중 저항을 크게 줄인 전신 수영복 덕분에 세계 신기록이 양산되자 ‘기술 도핑’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Pixabay
수영에서는 수중 저항을 크게 줄인 전신 수영복 덕분에 세계 신기록이 양산되자 ‘기술 도핑’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Pixabay

 

‘기술 도핑’ 지적에도 시장 성장 이어져

스포츠 테크는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역할도 담당한다. 스페인 프로축구 ‘라 리가’는 인텔의 ‘트루뷰’라는 기술을 도입했는데, 경기장 둘레에 38대의 고성능 카메라를 설치해 30초 길이의 3차원 영상을 실시간으로 만들어낸다. 이 영상들은 모바일 기기로 중계를 보는 사람이 시점을 바꿔가며 여러 방향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득점 장면이나 중요한 상황을 다양한 시점에서 재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NFL 경기에서는 중계방송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팀의 전술과 포메이션 변화, 패스 성공 확률을 확인할 수 있고, 미국 프로농구(NBA)는 ‘코트옵틱스’라는 플랫폼을 도입해 코트 내 선수 움직임을 분석해 이를 팬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이는 상업적으로도 큰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NBA 크리슈나 바가바툴라 최고기술관리자(CTO)는 “이번 시즌에는 약 10억 건의 동영상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총 조회수의 3배가 넘는 수치”라면서 “NBA 구독자 수는 올해 50%, 시청률은 52% 증가했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이 기록에 도움을 주면서 약물에 의존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에 빗대 스포츠 테크가 ‘기술 도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케냐의 마라톤 선수 엘리우드 킵초게는 2019년 비공식 경기에서 1시간 59분 40초 만에 42.195km를 주파해 인간의 한계로 여겨지던 2시간 벽을 깼다. 당시 킵초게는 기존 운동화보다 뛰는 힘을 10%가량 높여주는 나이키의 특별 제작한 운동화를 신고 경기에 나섰다. 이후 세계육상연맹은 도로에서 펼쳐지는 마라톤과 경보 경기에서 밑창 두께를 40㎜ 이하로 하고 탄소섬유 판을 1개까지만 넣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수영에서는 과거 수중 저항을 크게 줄인 폴리우레탄 소재의 전신 수영복 덕분에 세계 신기록이 양산되자 세계수영연맹(FINA)은 2010년부터 국제대회에서 전신 수영복 사용을 금지했다. 이에 대해 웨이브라이트의 운영 책임자 브램 솜은 “인간이 맨발로 달리다가 신발을 신었고, 이후에 스파이크로 진화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지금은 웨이브라이트가 있지만 50년 후에는 (그보다 성능이 향상된) 또 다른 장비가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스포츠 테크의 진화와 시장 성장은 결국 필연적으로 이뤄질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 관련 기업에도 투자금이 쏟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포츠테크엑스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스포츠 테크 관련 기업에 투자된 돈은 39억 달러에서 2021년 114억 달러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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