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새로운 축구 왕조의 탄생 이끌다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새로운 축구 왕조의 탄생 이끌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9.04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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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개혁으로 클럽 위상 대폭 끌어올려
대표적 지한파(知韓派) 인사로도 알려져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새로운 축구 왕조의 탄생 이끌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영국 맨체스터를 대표하는 축구팀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끌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당시만 해도 맨체스터 시티는 프리미어리그 잔류에 만족하는 중하위권 팀이자 맨유 입장에서 그저 ‘시끄러운 이웃’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3년 두 클럽의 위상은 완전히 뒤바뀌었고, 맨시티는 이제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으로 꼽힌다.

 

 

ⓒWorld Economic Forum/Flickr
ⓒWorld Economic Forum/Flickr

 

영국 축구 클럽 사상 두 번째 ‘트레블’

맨시티의 운명은 2008년 중동의 부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의 구단 인수 이후 극적으로 변모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부총리를 역임하고 있고 ‘부’의 대명사로 국내에 잘 알려진 만수르의 등장은 창단 이래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럽 축구계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던 맨시티 구단에 선물과도 같은 일이었다.

 

2억 6,500만 파운드에 팀을 인수한 뒤 막대한 자금이 클럽에 투입되기 시작하며 스타 선수들이 속속 영입되었고 전체적인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만수르가 15년간 선수 영입에 쓴 돈만 거의 20억 파운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2014년에 글로벌 축구 클럽 그룹인 시티 풋볼 그룹(CFG)를 출범해 전 세계 13개 축구팀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며 네트워크도 하나씩 구축해 나갔다.

 

이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한 맨시티는 2012년 44년 만에 리그 우승을 달성했고, 이후 리그를 독식하다시피 했다. 특히 세계 최고 명장으로 불리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한 이후 최근 6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5번이나 차지했다. 과거 128년간 고작 2차례 우승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2008년 중동의 부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의 인수 이후 구단의 위상은 극적으로 변모했다.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 인스타그램
2008년 중동의 부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의 인수 이후 구단의 위상은 극적으로 변모했다.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 인스타그램

 

모든 선수가 오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구단이 된 맨시티에 최근까지 남아있던 숙원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이었다. 번번이 챔피언 문턱에서 좌절하던 맨시티는 지난 6월 이탈리아 인테르 밀란과의 2022~23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우승컵인 ‘빅 이어’를 1894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품에 안았다. 이에 앞서 자국 리그와 잉글랜드 축구협회 FA 컵을 들어 올렸던 맨시티는 ‘유럽 트레블(treble)’ 달성에도 성공했다. 잉글랜드 팀으로는 1999년 맨유에 이어 2번째이자 유럽 전체로는 10번째다.

 

13년 만에 맨시티 경기를 직접 관람한 만수르는 우승 후 자신의 트위터에 영어로 “맨시티의 충성스러운 팬, 그리고 경영진, 스태프, 선수들에게 축하와 감사를 전한다”는 글을 남겼다. 일각에서 “돈으로 축구를 샀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만수르는 15년간 총 20개 트로피로 대답을 대신했다.

 

 

‘트레블’ 달성 직후 방한이 이뤄지며 맨체스터 시티의 입국 현장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맨체스터 시티 FC
‘트레블’ 달성 직후 방한이 이뤄지며 맨체스터 시티의 입국 현장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맨체스터 시티 FC

 

한국 투어 통해 인기와 위상 실감

이제 맨시티는 지구상에서 가장 명성이 높으면서 수익을 많이 올리는 축구 클럽으로 꼽힌다. 최근 파이낸스의 정례 보고서에서 ‘2023년 전 세계 축구팀 브랜드 가치 순위’ 1위를 차지했고, 딜로이트가 발표한 ‘풋볼 머니 리그’ 조사에서 지난 2021~22시즌 7억 3,100만 유로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나 2년 연속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축구단으로 꼽혔다.

 

한편 맨시티는 7월 20일부터 일본 투어를 시작으로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2차전까지 아시아 투어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보름 동안 260억 원이 넘는 돈을 쓸어 담는 등 막대한 금전 이익을 얻은 것과 동시에 구단의 글로벌 위상을 확인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맨체스터 시티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아시아 투어를 진행했다. 사진=손보승 기자
맨체스터 시티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아시아 투어를 진행했다. 사진=손보승 기자

 

특히 한국에서 맨시티의 인기는 엄청났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고 2만 명이 넘는 팬들이 맨시티 선수단의 오픈 트레이닝 행사에 참여했다. 심지어 본 경기에는 무려 64,185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A매치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때나 볼 수 있는 수치를 한국 선수 하나 없는 구단이 보여준 것이다. 경기 당일 광장에 마련된 부스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폭염 속에서도 트레블을 상징하는 세 개의 트로피와 사진을 찍기 위해 팬들이 긴 줄을 서기도 했다.

 

간판 골잡이 엘링 홀란은 투어가 끝난 후 자신의 SNS를 통해 “며칠 동안 기억에 남을 순간을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다.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이라고 한국 팬들의 환대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부상으로 벤치를 지켰던 케빈 더 브라위너 역시 경기가 끝난 후 관중들을 향해 손을 크게 흔들며 자신을 향한 응원에 화답했다.

 

 

클럽의 ‘왕조’ 건설에는 선수단을 잘 조합한 칼둔 알 무바라크 회장의 능력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다. ⓒFootball Pictures/Flickr
클럽의 ‘왕조’ 건설에는 선수단을 잘 조합한 칼둔 알 무바라크 회장의 능력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다. ⓒFootball Pictures/Flickr

 

윤석열 정부와 우정 과시하기도

명실상부 성적과 인기 모두 세계 최고 클럽으로 자리 잡은 맨시티의 성장에는 강력한 선수단과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력과 함께, 이를 조화롭게 구성한 칼둔 알 무바라크 회장의 보이지 않는 능력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행정청장이기도 한 그는 ‘비(非) 왕족 인물 중 UAE 왕실이 가장 신뢰하는 인사’로 꼽힌다. 이로 인해 만수르 구단주의 인수 당시부터 함께하며 구단의 회장으로 팀의 개혁을 진두지휘해왔다.

 

무바라크와 왕세제 가문과의 인연은 칼둔 청장의 아버지 때부터 이어졌다. 그의 아버지는 1971년 토후국이 UAE로 연합될 때 모하메드 왕세제의 아버지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흐얀 초대 대통령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프랑스 대사로 파견됐다가 팔레스타인의 악명 높은 테러 지도자인 사브리 알 바나가 조직한 테러 단체 아부 니달에 1984년 암살당했고, 왕세제는 8살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칼둔 청장을 이때부터 가족처럼 보살폈다고 한다. 이후 미국 터프츠대에서 경제학과 금융학을 전공한 뒤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의 판매 이사로 발탁된 뒤 두루 요직을 거쳤다.

 

 

칼둔 알 무바라크 회장은 아랍에미리트의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인사로 꼽힌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칼둔 알 무바라크 회장은 아랍에미리트의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인사로 꼽힌다. ⓒ대한민국 대통령실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항상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였던 무바라크 회장은 맨시티의 트레블 이후 “맨시티는 세계 최고 팀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영광이다. 나는 이것을 존중한다. 또 우리는 최고의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선수들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경영진, 스카우터, 스태프도 배출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하고 있는 위대한 일에 대한 증거다. 우리는 현재 세계 최고 축구 브랜드다. 세계 NO.1이다. 이것은 사실이다. 팩트다”고 자축했다.

 

한편 그는 UAE의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인사로 꼽힌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국빈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300억 달러 투자 약속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윤 대통령 취임식에 경축 사절로 참석하기도 했고, 지난해 9월 UAE 대통령 특사로 방한해 윤 대통령과 만난 바 있다. 2018년 1월에도 방한하여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UAE 왕세제의 친서를 직접 전달하면서 UAE의 특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4월 내전이 격화한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한국 교민을 무사히 철수한 ‘프로미스(promise) 작전’ 때는 UAE가 우리 측에 육로 탈출을 제안하면서 차량 등을 제공했고, 협상 중재에 나섰는데, 당시 “한국 국민은 곧 우리 국민이다”고 우리 정부에 말하며 우정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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