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격차 벌어지는 서구 사회 양대 축
[이슈메이커] 격차 벌어지는 서구 사회 양대 축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8.29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질적 유럽병에 인플레이션 직격탄 맞은 유럽
첨단 기술 분야 우위로 경쟁력 키우는 미국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격차 벌어지는 서구 사회 양대 축

 

서구 사회의 양대 축이던 미국과 유럽의 처지가 엇갈리고 있다. 맞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경제적 격차가 커지기 시작하면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현재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은 15조 700억 달러로 미국의 절반 규모에 불과하다. 2008년만 해도 유로존과 미국 GDP는 엇비슷했으나 미국 경제 규모가 지난 15년간 82% 성장할 때 유럽은 6% 증가에 그치며 두 지역 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Pixabay
ⓒPixabay

 

경제 규모 차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최근 브뤼셀에 있는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는 2021년 1인당 GDP로 EU와 미국 50주를 비교했다. 결과는 EU가 앞서는 미국의 주가 대도시에서 멀고 낙후된 지역인 아이다호와 미시시피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50주의 1인당 GDP 순위에 유럽 국가를 넣는다면 2000년에는 독일 32위, 프랑스 37위였지만 2021년에는 독일 39위, 프랑스 49위로 내려갔다. 더욱이 미국의 핵심 주는 유럽 주요국과 맞먹는 경제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미국 최대 주 캘리포니아의 GDP는 3조 5,981억 달러였는데, 이는 영국보다 크다. 또한 2위인 텍사스와 3위 뉴욕주의 GDP를 합치면 독일을 넘어선다.

 

경제 규모 차이는 소득 수준의 차이로 연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들의 연평균 임금은 7만 7,463달러로 독일(5만 8,940달러), 프랑스(5만 2,764달러)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유럽은 소비 지출 규모에서도 미국에 크게 쳐진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EU의 소비 지출 규모는 2008년 12조 2,400억 달러에서 지난해 12조 2,600억 달러로 정체됐다.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12조 4,000억 달러에서 19조 2,600억 달러로 55.3%나 급증했다.

 

생산성이 저하되면서 실질 임금도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추산 결과 독일의 실질 임금은 2019년 이후 3% 내렸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각각 3.5%, 그리스는 6% 떨어졌다. 같은 기간 6% 넘게 오른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으로 유럽인들의 삶의 질은 적잖게 초라해졌다. 독일의 인당 고기 소비량은 2022년 기준 연간 52㎏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 줄었다. 1989년 이후 33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반면 미국인들은 지갑을 화끈하게 열고 있다. 최근 지중해 마요르카섬을 방문한 관광객 중 미국인들은 하루 숙박비로 평균 292달러를 지출했는데, 유럽 관광객(202달러)보다 90달러 많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현재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은 15조 700억 달러로 미국의 절반 규모에 불과하다. ⓒPixabay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현재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은 15조 700억 달러로 미국의 절반 규모에 불과하다. ⓒPixabay

 

시가총액 30대 기업 중 미국만 21곳

기업의 경쟁력 차이는 이제 비교 불가 수준이 됐다. 경제 전문 매체 ‘포천’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유럽 기업의 숫자는 크게 줄었다. 또한 포천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된 미국 기업의 유럽 지역 매출은 26% 늘었는데, 함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유럽 기업들의 역내 매출은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자본시장에서는 작년 말 기준 미국 증시 시가총액이 41조 610억 달러로 영국과 프랑스, 독일을 압도했다. 시총이 3조 달러를 넘나드는 애플 하나가 유럽을 대표하는 나라의 증시 시총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증시 시총이 2000년과 비교해 172% 불어나는 동안 유럽 3대국(영국·독일·프랑스)의 시총 합계는 49% 늘어나는 것에 그쳤다. 여기에 시총 30대 기업 중 21곳이 미국 기업이고 유럽 기업은 4곳이라 아시아(5곳)보다도 적다.

 

전문가들은 인적 자본의 차이에 의한 기술 격차가 이러한 결과를 불러왔다고 말한다. 기드온 라크만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언론 인터뷰에서 “최고의 테크 기업 7곳이 미국에 있다는 건 그만큼 미국 대학과 스타트업 사이의 인재 공급 ‘파이프라인’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처럼 ‘THE(타임스 하이어 에듀케이션)’의 올해 세계 대학 평가에서 상위 30개 대학 중 19개가 미국 대학이었다. 반면 유럽 대학은 영국 5곳을 포함한 7곳에 그쳤다. 유럽이 고등교육에 복지와 평등 개념을 중시하다 보니 경쟁력을 키우는 부분에 약점이 있다.

 

 

인구 구조의 차이로 인해 ‘늙은’ 유럽은 향후 고용과 복지에서 성장에 불리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진=손보승 기자
인구 구조의 차이로 인해 ‘늙은’ 유럽은 향후 고용과 복지에서 성장에 불리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진=손보승 기자

 

고용 시장에 대한 철학과 정책 차이도 경쟁력을 판가름한다는 분석도 많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의 노동 시장은 빠른 회복력을 보여줬다. 팬데믹 직후인 2020년 4월 실업률이 14.7%까지 높아졌지만, 지난해 2월 이후에는 쭉 3%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유럽 5대국 가운데 독일(3%)만 미국(3.7%)보다 실업률이 낮을 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모두 미국보다 실업자 비율이 높다.

 

미국은 노동 유연성이 높아 경영이 어려워지면 기업이 비교적 쉽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 유럽보다 고용 안정이 떨어지는 측면은 있으나 경기가 회복될 때 기업들이 신속하고 과감하게 일자리를 늘린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힘이 센 유럽에서는 쉽게 고용 인원을 줄이지 못한다. 경제 위기에 빠졌을 때 탈출이 더디고, 경기가 좋아져도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리는 데 소극적이다.

 

노동조합의 힘이 센 유럽에서는 경제 위기에 빠졌을 때 탈출이 더디고, 경기가 좋아져도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리는 데 소극적이다. ⓒPixabay
노동조합의 힘이 센 유럽에서는 경제 위기에 빠졌을 때 탈출이 더디고, 경기가 좋아져도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리는 데 소극적이다. ⓒPixabay

 

유럽, 인구 고령화에 어두운 미래

또한 미국 근로자들은 유럽 근로자들보다 오랫동안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평균 근로시간을 살펴보면 미국은 1,811시간으로 영국(1,532시간), 프랑스(1,511시간), 독일(1,341시간)보다 훨씬 길었다. 유럽 근로자들은 급여보다 휴식 시간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보다 소비에 투입되는 자금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향후 미국과 EU의 경제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구 구조의 차이로 인해 ‘늙은’ 유럽이 고용과 복지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중위 연령은 2021년 기준 37.7세인데 반해, 영국은 39.6세로 40세에 근접했고, 프랑스(41.6세), 스페인(43.9세), 독일(44.9세), 이탈리아(46.8세)는 모두 중위 연령이 40세를 넘었다. 생산 가능 인구(15~64세) 비율 역시 미국이 영국, 프랑스, 독일보다 높다. 일할 사람이 더 많은 미국이 유럽보다 활력 있는 경제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자연스레 고령층에 투입해야 하는 복지 부담도 유럽이 훨씬 무겁다. 미국의 노인 부양비(20~64세 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고령자 수)는 30.4명으로 독일(40.5명), 이탈리아(40.2명), 프랑스(37.8명), 영국(33.6명)보다 눈에 띄게 낮다. GDP 대비 세금·사회보험료 비율을 말하는 국민부담률(2021년)도 미국은 26.6%지만, 프랑스는 45.1%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유럽 인구 고령화, 소득보다 자유시간과 직업 안정을 더 선호하는 문화로 경제와 생산성 성장세가 부진했다”며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며 수십 년간 악화돼 온 유럽의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고질적인 유럽병에 에너지 비용 등 인플레이션 급등,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둔화까지 겹치면서 유럽 경제가 곤경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ECIPE는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2035년 미국과 유럽의 1인당 생산 격차는 오늘날 일본과 에콰도르 수준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