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를 거부한 ‘안티 히어로’, 대세로 떠오르다
히어로를 거부한 ‘안티 히어로’, 대세로 떠오르다
  • 김도윤 기자
  • 승인 2016.06.0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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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도윤 기자]

히어로를 거부한 ‘안티 히어로’, 대세로 떠오르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 논리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 히어로 영화



 

‘히어로’ 하면 잘생긴 외모에 명석한 두뇌, 초인적인 힘을 지녔거나 엄청난 재력가임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정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존재였다. 즉, 현실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완벽한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완벽하기만 했던 히어로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올 초에 개봉한 <데드풀>의 주인공은 욕은 기본이고, 다른 히어로들을 폄하하는데 거침없으며, 정의를 위해 함께 싸우자는 엑스맨 멤버 콜로서스의 말도 가볍게 무시한다. 빌런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데드풀에, 아니 ‘안티 히어로’에 관객들이 열광했다.




‘히어로(Hero)’와는 거리가 먼 존재, 안티 히어로(Anti-Hero)
 

안티 히어로(Anti-Hero), ‘-에 반하는’을 뜻하는 ‘Anti’와 ‘영웅’을 의미하는 ‘Hero’가 합쳐진 합성어로 평소 행실이나 빌런(Villan, 악당)을 대하는 태도 등이 전통 히어로와는 거리가 먼 히어로를 뜻한다. 대의명분에 따라 움직이는 전통 히어로와는 다르게 안티 히어로는 개인의 이해관계에 의해 빌런과 대립한다. 대표적인 안티 히어로로 평가받고 있는 영화 <데드풀>의 주인공 웨이드 윌슨도 빌런으로 나오는 프란시스 때문에 그의 얼굴이 ‘곪아터진 아보카도’처럼 변하여 사랑하는 여인 앞에 설 수 없게 되자 프란시스에게 복수를 결심했다.
 

  대개 히어로는 저마다의 특징을 지녔다. 우리가 잘 아는 전통 히어로, 대의(大義)를 최종목표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나 살인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다크 히어로 그리고 사적인 이유로 벌인 행동이 결과적으로 악당을 무찌른 모양새인 안티 히어로 등 매우 다양하다. 그중 다크 히어로와 안티 히어로는 결과적으로 정의를 구현하기에 혼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둘은 근본부터가 다르다. 우선, 이 두 히어로는 동기부터가 다르다. 사적인 이유로 빌런과 대립하는 안티 히어로와 달리 다크 히어로는 정의실현을 최종 목표로 하기에 안티 히어로보다는 전통 히어로에 가깝다. 오히려 안티 히어로는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이기에 빌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최초의 안티 히어로는 마블에서 뮤턴트(mutant, 변종바이러스)이자 아틀란티스의 왕자인 네이머이다. 그는 히어로임에도 불구하고 빌런인 노만 오스본과 같은 편이 되거나 닥터 둠과는 친구로 지내는 등 일반적인 히어로로서는 할 수 없는 행동들을 보인다. 그런데도 그가 빌런이 아닌 히어로로 추앙받을 수 있었던 것은 어벤져스, 엑스맨 등 여러 히어로들과 함께 빌런을 무찔렀기 때문이다. 이 점이 안티 히어로와 빌런의 근본적인 차이다. 

 

 

히어로 영화에서 자주 등장했던 안티 히어로
 

최근 안티 히어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티 히어로의 계보가 짧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 안티 히어로의 성향은 히어로 만화나 영화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엑스맨의 울버린부터 캐리비안 해적의 잭 스패로우 선장 등 해당 전문가마다 안티 히어로로 뽑는 캐릭터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에게 안티 히어로로서의 성향이 나타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중 마블의 네이머는 아틀란티스인과 인간의 중간으로서, 이로 인해 비롯된 행동들은 선인 혹은 악인을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양극의 경계를 허물게 해준다.
 

  안티 히어로의 성향은 빌런이 히어로로 거듭나는 것을 가능케 해준다. 올해 8월 개봉을 앞둔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DC코믹스의 대표적인 빌런인 조커, 할리퀸, 데드샷, 캡틴 부메랑 등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는데, 이들이 특별사면을 받은 대가로 악의 무리에 맞선다는 이야기다. 또한, 이 같은 안티 히어로적 성향은 게임 캐릭터에서도 안티 히어로적 성향이 다분한 캐릭터를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게임 업계의 한 전문가는 “착하고 선한 영웅들이 주인공인 게임은 더 창조적인 게임을 즐기고 싶은 게이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에 한계가 있다”며 “개성 있는 안티히어로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독특한 게임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다”라고 전했다.



영웅,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하다
 

히어로 중 안티 히어로가 최근 들어 주인공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에 해당 업계 전문가들은 안티 히어로의 ‘평범함’에 주목했다. 히어로 영화에 한 관계자는 “기존에 영웅들은 아무나 될 수 없는 비범한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티 히어로들은 우리와 비슷한 일반시민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슈퍼맨이나 토르처럼 전지전능하지도, 배트맨이나 아이언맨처럼 갑부이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들이 믿는 신념에 따라 움직여 목적한 바를 이뤘음은 물론이고, 소위 ‘영웅’이 되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즉, 현실에 동떨어진 영웅보다는 생활밀착형인 영웅의 이야기에 더 많이 공감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전부터 히어로 즉, 영웅 이야기는 현실을 대변하거나 잠시 잊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조선시대 홍길동전이나 임꺽정 이야기가 그 당시 백성들에게 회자된 것도 마찬가지다.  선하지 않은 인물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해관계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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