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탈플라스틱 시대 이끄는 생각의 전환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탈플라스틱 시대 이끄는 생각의 전환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3.08.08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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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R 선두 국가 프랑스에서 인정받은 대한민국 스타트업
비(非)플라스틱 에어리스 패키징 솔루션으로 지구에 숨결을 불어넣다

[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탈플라스틱 시대 이끄는 생각의 전환

 

지구촌 환경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방안들은 주로 생산자 혹은 소비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형태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생산자와 소비자만이 아닌 지자체와 정부 역시 수거부터 재활용의 전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는 제도인 EPR(Extended Producers Responsibility)이 실질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EPR로 탈플라스틱 시대로의 진입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치원 주식회사 보틀리스 대표ⓒ 주식회사 보틀리스
이치원 주식회사 보틀리스 대표ⓒ 주식회사 보틀리스

 

프랑스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한민국 스타트업

환경 문제의 근본적 원인 개선을 위한 제도인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은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EPR 제도는 생산기업의 제품이나 포장재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고, 이행하지 못할 경우 부과금을 물리는 제도를 말한다. 물론 폐기물 재활용에 대한 법적의무는 생산자이지만, 재활용 전 과정을 모두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와 생산자, 그리고 정부(지자체 포함)가 역할을 분담하는 체계로 제품의 설계부터 포장재 등의 선택에서 결정권을 가진 생산자가 재활용 체계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이는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서부유럽 국가와 체코, 헝가리 등 동부 유럽, 일본, 호주,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멕시코, 브라질, 페루 등 남미까지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지난해인 2022년부터 포장폐기물의 기준을 법률로 제정해 등록, 처리 그리고 신고 업체를 체계화하며 EPR 선두 국가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이에 프랑스 현지에서 제품 설계와 원료, 재활용 용이성을 고려한 친환경 비(非)플라스틱 에어리스 패키징 솔루션으로 탈플라스틱 시대 실현에 이바지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스타트업, 주식회사 보틀리스(대표 이치원)의 필로소피(philosophy)를 이슈메이커에 기록해 보았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기업입니다. 창업 동기가 궁금합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화장품 회사에 취업한 뒤, 그곳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화장품 관련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당시가 2012년도였으니, 벌써 10년도 넘었네요. 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경험을 했고, 배움의 연속이었습니다. B2B 영업부터 내용물 개발, 부자재 개발 및 생산 등 화장품에 관한 거의 모든 분야를 경험해 본 것은 미래의 원대한 10년을 설계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만족할 수준의 준비가 되었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지금의 주식회사 보틀리스(이하 보틀리스) 법인을 만들게 되었고,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지 못했던 꿈을 향해 신나게 달려 나가고 있습니다”

 

법인 설립이 어떻게 보면 재창업과도 같은 맥락일 텐데, 주변의 반대는 없었을지 궁금합니다.

“제가 선택한 일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추진력이 있다는 것을 주변에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만류나 걱정은 없었습니다. 특히 주변으로부터의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이 있었기에 저 스스로 ‘불안’이 아닌 ‘좋은 예감’이 가득한 상태에서 법인을 설립했고 난관을 해결하며 성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예감은 현재까지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며 나아가고 있어요”

 

 

주식회사 보틀리스는 전통 포장 소재의 지속가능성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해 보틀리스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NB(니트릴부타디엔) 라텍스를 적용한 비(非)플라스틱 솔루션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주식회사 보틀리스
주식회사 보틀리스는 전통 포장 소재의 지속가능성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해 보틀리스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NB(니트릴부타디엔) 라텍스를 적용한 비(非)플라스틱 솔루션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주식회사 보틀리스

 

이후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법인 전환 이후 제 아이템에 대한 샘플 홍보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이 영상을 ‘Linked in’을 통해 화장품 용기를 제조하는 글로벌 TOP10 기업 중 다섯 군데에 전달했어요. 무모한 시도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저는 자신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절반이 넘는 세 곳의 기업으로부터 피드백이 왔고, 이 중 한 기업이 프랑스 기업이었습니다. 제가 가진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어필하며 이야기를 구체화해 가던 중, 마침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의 창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글로벌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의 공고가 열려 해당 사업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운이 좋게 최종 선발 기업에 보틀리스가 이름을 올리게 됐고, 이는 프랑스 진출의 신호탄이 됐어요. 현지의 여러 기업과 연결되며 판로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고, 저는 이 기회가 ‘놓치면 안 되는 기회’라는 확신이 들어 프랑스에 터전을 잡기로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창업진흥원의 ‘글로벌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창업진흥원 덕분에 제가 현재 프랑스에서 몸담고 있는 STATION F를 알게 되었고, 이곳에 있는 HEC Incubator에 입주할 수 있었습니다. STATION F는 1천 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입주한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캠퍼스이고, HEC Incubator는 프랑스 경영 및 경제 1위의 그랑제콜(소수정예 고등교육기관)인 HEC 경영대학원의 네트워크입니다. 이러한 기관에 속해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영광이고 감사함입니다”

 

프랑스 현지 적응도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만약 프랑스에서 저 혼자였다면 적응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STATION F가 글로벌 캠퍼스기에 영어가 공용어이고, 최근 보틀리스에 합류한 CMO님은 프랑스인으로 한국에 관심이 많아 서울대학교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을 정도인 분이죠. 현지에서의 네트워킹에도 지대한 도움을 주시고 있어요. 게다가 STATION F를 구성하는 이들의 평균 연령대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데, 그들과 함께 어우러지다 보면 저 역시 젊어지는 것 같습니다. 공간이 주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하기에,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프랑스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치원 대표는 친환경 용기가 특별한 용기가 아닌, 보급률이 높아져 모든 용기가 친환경으로 바뀌는 세상을 꿈꾸며 친환경 용기가 당연시되는 사회 실현의 중심에 보틀리스가 자리 잡기를 희망하고 있다.사진=김남근 기자
이치원 대표는 친환경 용기가 특별한 용기가 아닌, 보급률이 높아져 모든 용기가 친환경으로 바뀌는 세상을 꿈꾸며 친환경 용기가 당연시되는 사회 실현의 중심에 보틀리스가 자리 잡기를 희망하고 있다.사진=김남근 기자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이 진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사업 내용이 궁금합니다.

“보틀리스는 플라스틱 대체 친환경 패키징 솔루션을 개발해 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 개발 및 디자인 개발, 나아가 소재 개발이 선행되어야만 하죠. 구조 개발은 내부 사업으로서 기획부터 설계를 거쳐 특허까지 내부에서 진행하며, 디자인 개발은 자체 개발과 외주를 통한 개발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통 포장 소재의 지속가능성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해 보틀리스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NB(니트릴부타디엔) 라텍스를 적용한 비(非)플라스틱 솔루션을 만들어 나가고 있죠. 마지막으로 소재 개발의 경우는 내부 역량을 벗어나는 범위이기 때문에 국내외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NDA(Non-Disclosure Agreement)로 인해 공개는 어렵지만, 바로 이 부분에서 국내 대기업 K사와 프랑스 소재의 글로벌 뷰티기업인 L사는 물론 C사, A사, 스위스 A사, 독일 B사, 일본 K사 등과의 협업이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을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스타트업으로서 굴지의 기업들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에 저 역시 아직도 놀라울 따름입니다.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운이 좋았다’라고 귀결할 수 있겠네요. 콜드컨텍을 난무하며 무모했던 도전도 있었지만, 프랑스 현지에서 만들어진 소중한 인연들의 소개에 소개를 통해 연이 닿기도 했습니다. 이는 보틀리스와 제가 가진 어떠한 비결이나 매력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늘이 도왔고, 그 도움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노력하며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의 역량을 갖추며 준비한 결과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보틀리스가 업계와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라시나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자원 활용도를 높이는 데 보틀리스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분해에만 최소 500년이 걸리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없애고, 다회 리필, 전량 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용기를 보틀리스의 솔루션으로 완성시킬 것입니다. 지속가능성의 제품화를 실현했다는 것은 탈플라스틱 시대 진입의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주식회사 보틀리스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솔루션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업인 만큼 구성원들의 지속가능한 행복도 실현해, 그들의 행복이 보틀리스의 솔루션을 통해 고스란히 사회에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좌측부터 Juan Esteban Gallo, Anna Chester, 김혜전 교수, 이치원 대표)ⓒ 주식회사 보틀리스
주식회사 보틀리스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솔루션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업인 만큼 구성원들의 지속가능한 행복도 실현해, 그들의 행복이 보틀리스의 솔루션을 통해 고스란히 사회에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좌측부터 Juan Esteban Gallo, Anna Chester, 김혜전 교수, 이치원 대표)ⓒ 주식회사 보틀리스

 

기업의 경쟁력을 피력해 주십시오.

“단연코 ‘글로벌 네트워크’라고 생각합니다. 보틀리스는 제품 개발 초기부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시장에 초점을 맞춰왔고, 이를 위해 프랑스에 자리를 잡고 사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거짓 없이 한계와 장점을 여실히 보여주며 나아갔어요. 그 결과 제품개발에 동참하고 제품 판매를 기다리는 다수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각 기업 하나하나가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대기업들인데, 이들 모두가 보틀리스 솔루션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아낌없이 지원해 주고 있어요. 무엇보다 보틀리스가 이 기술의 ‘Originality’를 보유한 기업이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죠. 창업한 뒤 3년이라는 시간을 혼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파트너사들의 이러한 관심과 지원, 그리고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의 기업가로서의 신념이 궁금합니다.

“보틀리스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솔루션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업입니다. 때문에 저는 기업의 정체성 확립은 곧 조직의 지속가능성에서부터 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구성원은 물론 구성원 가족의 삶을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탄력적으로 적용함은 물론, 그렇게 만들어진 이들의 행복이 보틀리스의 솔루션을 통해 고스란히 사회에 전달될 수 있도록 조력자로서의 소임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현재 스웨덴의 스타트업과 제품 출시를 위한 마지막 관문을 지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르면 올해 해당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즉시 글로벌 기업들에 완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를 기점으로 2030년까지 화장품 분야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의 10%를 보틀리스 제품으로 대체해 나갈 것입니다. 나아가 보틀리스가 친환경 용기의 대표 기업이 아닌, 일반 용기의 대표 기업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용기가 특별한 용기가 아닌, 보급률이 높아져 모든 용기가 친환경으로 바뀌는 세상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죠. 친환경 용기가 당연시되는 사회 실현의 중심에 보틀리스가 자리 잡고 있겠습니다”

 

지구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실현되어지길 바라겠습니다. 끝으로 못 다한 말씀이 있으시다면 피력 바랍니다.

“프랑스라는 시장에 국내의 많은 스타트업이 진출하기를 희망합니다. 생각보다 프랑스는 스타트업을 하기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죠. 만약 프랑스로의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언제든 보틀리스에 연락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들과 함께 STATION F라는 공간, 나아가 프랑스에 한국 스타트업의 우수성을 알리고, 점유율을 늘려나가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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