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바꾸는 혁신적인 금융 보안기술 ‘블록체인’
사회를 바꾸는 혁신적인 금융 보안기술 ‘블록체인’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6.05.31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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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사회를 바꾸는 혁신적인 금융 보안기술 ‘블록체인’

 

파격적인 비용절감 효과, 금융권 최대 이슈로 떠올라
 

 

블록체인(blockchain)이란 네트워크 내의 모든 참여자가 공동으로 거래정보를 검증하고 기록·보관해 공인된 제3자가 없어도 거래기록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기술이다. 모든 거래정보를 담고 있는 장부를 구성원 각자가 보관하고, 새로운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자신들의 장부를 똑같이 업데이트하여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본래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거래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지만, 그 사용범위가 점차 확대되며 주목받고 있다. 



분산된 공개장부, 세상을 바꾸어놓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지난 9월에 기술의 파급효과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블록체인을 앞으로 사회를 뒤바꿀 21개 기술의 반열에 올렸다. 이 보고서는 “2027년이면 전세계 총생산(GDP)의 10%가 블록체인 기술로 저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2023년에는 각국 정부들이 세금을 블록체인 거래로 받기 시작하리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9월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그룹,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홍콩상하이은행(HSBC) 등을 비롯한 22개 세계 은행들은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해 ‘R3CEV’라는 벤처기업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블록체인이 금융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이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에 관해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술이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세상에 나타난 지 5년 만에 시가총액으로 세계 100대 화폐 안에 들어갈 정도로 성장했다. 이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올 수 있던 이유가 바로 블록체인 덕분이다.

 
2008년 10월 31일,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사람이 암호화 기술 커뮤니티 메인(Gmane)에 ‘비트코인:P2P 전자 화폐 시스템’이라는 논문을 올렸다. 이 논문에서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을 ‘전적으로 거래 당사자 사이에서만 오가는 전자화폐’라고 소개하고 P2P 네트워크를 이용해 이중 지불을 막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약 두 달 뒤, 사토시는 논문으로 설명했던 기술을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로 직접 구현해 보여줬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말한 ‘P2P 네트워크를 이용해 이중지불을 막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공공 거래장부’라고도 불린다. 말 그대로 거래장부를 공개해두고 관리한다는 뜻이다. 거래장부는 금융 거래의 핵심이다. 돈이 오고간 내역을 장부에 기록하는 이유는 이 기록을 바탕으로 금융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래장부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거래장부를 손에 넣기만 하면 데이터를 조작해 돈을 빼돌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 등 기존 금융회사는 거래장부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복잡한 인적·물적 보안 대책을 세운다. 함부로 은행 서버에 접근할 수 없도록 튼튼하고 건물 깊숙한 곳에 거래장부를 저장한 서버를 두고 각종 보안 장비와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비원과 보안 담당 직원도 고용한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런 상식을 뒤집었다. 서버나 경비원 없이도 거래장부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사토시는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가 함께 거래장부를 관리하도록 했다.

 
모든 비트코인 사용자는 P2P 네트워크에 접속해 똑같은 거래장부 사본을 나눠 보관한다. 새로 생긴 거래내역을 거래장부에 써넣는 일도 사용자 몫이다. 이들은 10분에 한 번씩 모여 거래장부를 최신 상태로 갱신한다.

 
블록체인이란 블록(block)을 잇따라 연결(chain)한 것을 모은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블록에는 일정 시간 동안 확정된 거래내역이 담긴다. 블록에 담을 거래내역은 사용자가 결정하며, 모든 사용자는 각자 블록체인 사본을 갖는다. 사용자의 과반수가 동의한 거래내역만 블록으로 인정되고, 새로이 만들어진 블록은 이전의 블록체인 뒤에 덧붙인다. 이 과정은 일정 간격으로 반복된다. 

 
‘블록’과 ‘체인’이 결합된 블록체인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중앙집중형 시스템보다 안전하고, 빠르다는 것이 핵심이다. 개방과 분산을 핵심으로 한 플랫폼인 블록체인을 지탱하는 것은 분산화 개념이다. 분산 데이터 네트워크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위조 불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공인된 제3자 없어도 거래기록의 신뢰성 확보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은 블록체인을 ‘비트코인의 거래장부 구성을 위해 사용된 기술로 거래장부를 분산 공개하여 탈중앙화 함으로써 해킹 및 위변조에 강함’이라고 정의했다. KB금융그룹에서는 ‘블록체인이란 네트워크 내의 모든 참여자가 공동으로 거래정보를 검증·기록·보관함으로써, ‘공인된 제3자 없이도 거래기록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다시 말해 기존 금융회사들은 거래기록을 중앙 서버에 보관하는 반면 블록체인은 누적된 거래내역 정보가 특정 금융회사의 서버에 집중되지 않고 온라인 네트워크 참여자의 컴퓨터에 똑같이 저장되며, ‘추가로 거래가 일어나면 각 참여자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장부 자체가 인터넷상에 개방돼 있어 수시로 검증이 이뤄지기 때문에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 기술 활용이 활성화되면 금융거래 시 기존 금융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는 대신 ICT기업의 역할이 증대되는 등 패러다임이 크게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트코인은 가치의 불안정성 등으로 화폐로서의 활용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 거래의 안정성, 저비용, 신뢰성을 담보하는 특성상 금융시스템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로 알려지면서 최근 세계 유수의 금융그룹들이 앞다투어 이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해커가 디지털 장부를 조작하려 해도 이용자가 수천만 명, 수억 명이라면 흩어져 있는 장부를 한꺼번에 조작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결국 블록체인 기술이 앞으로 주요 금융시스템으로 자리잡는다면 은행의 존재가 없어도 개인끼리 스마트폰으로 전자화폐를 주고받는 시대도 상상할 수 있다. 

 
이는 금융시스템이 블록체인을 통해 파격적인 비용 절감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현재의 중앙집중적 시스템에선 모든 거래 기록과 개인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중앙의 보안이 매우 중요하다. 금융 범죄자들은 이 보안시스템을 뚫기 위해 온갖 신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이를 방어할 기술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더욱 확대되고 사물들까지 거래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다가오면 비용은 더 치솟을 수밖에 없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전자금융서비스 비용에서 단기적으로 연간 20억달러(약 23조원)를 절감할 수 있으리라고 내다봤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현재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웰스파고 등 30개 금융사는 미국 핀테크 기업 R3와 제휴해 블록체인 표준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는 파트너십을 결성했다. 이들 연합체는 1차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송금 시스템을 개발해 수수료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궁극적으로는 송금뿐만 아니라 주식 채권 부동산거래 등으로 활용 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은행 등 대형 금융그룹들도 R3에 투자해 대형 공동 블록체인 뱅킹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또한 비록 초기이긴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국내 및 해외 송금, 부동산 및 금·다이아몬드 등 실물자산 거래가 일부 이뤄지고 있다. 핀테크 기업 리플(Ripple)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중개기관에 의한 수수료 부담을 최소화하는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UBS는 채권 거래, 은행 간 거래 등에 블록체인을 결제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맥킨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사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시스템에 잘만 활용하면 고객 데이터베이스 관리와 보안 등과 관련된 금융비용 절감효과가 연간 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금융권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보이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주로 비트코인 관련 핀테크 기업과 제휴하는 형태로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송금서비스, 개인인증서, 문서보안서비스 등 분야에서 핀테크 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한 제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블록체인을 이용해 외환송금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벤처) 기업인 스트리미와 협업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고 NH농협은행은 국내 최초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과 제휴를 맺고 자사 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뛰어난 보안성 뒤에는 허점도 존재


그러나 핀테크 시대의 핵심으로 떠오른 블록체인에 온통 장점과 장밋빛 미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정보기술 전문 매체인 ‘더 버지’와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1차적으로 현실화했던 비트코인에 대해 두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첫째는 잘못된 거래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게이츠는 “사람들은 잘못된 계좌로 돈을 보냈으면 전화를 걸어서 복구해 달라고 하기 마련인데, 이 경우에는 (전화를) 걸 곳이 없다”고 말했다. 장부 책임자가 없는 블록체인 시스템의 약점이다. 다른 하나는 분산형 시스템이 지닌 익명성과 정부 통제의 충돌이다. 그는 “이 거래가 마약 대금인지, 세금을 매겨야 하는 거래인지 등 정부가 알고 싶어하는 것들이 많은데 이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거래량이 임계치를 넘어가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블록체인 기술은 구조적으로 뛰어난 보안성을 보여줬지만, 운용 행태에 따라 빈틈은 발생한다. 2014년 2월 세계 3대 비트코인 거래소로 꼽히던 일본의 마운트곡스(Mt.GOX)가 갑자기 문을 닫는 일이 벌어졌다. 해킹으로 하루아침에 74만 4천 비트코인(한화 약 4,128억 원)을 잃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공격자는 허브형 거래소인 마운트곡스가 실제 거래 요청에 따라 비트코인 송금을 했는데도 마치 안 된 것처럼 블록체인을 착각하게 만들었다. 결국 이 거래소는 수많은 거래에서 같은 송금을 두 차례씩 보내게 되면서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이 회사는 이런 허점에 대비한 자체적인 회계 시스템을 마련해 두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이 사건이 발생한 뒤 2013년 말에 개당 1000달러를 넘었던 비트코인 시세는 이런 사고 등으로 거품이 꺼지면서 2014년 말 400달러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일본 마운트곡스의 사례는 핀테크의 미래가치에 섣불리 기대만 하고 근본적인 기술혁신과 보안투자엔 인색한 국내 금융계에도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또한 법과 제도적인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금융연구 전문가는 “블록체인 기술이 은행 업무에 적용되려면 중앙 집중화된 전산 시스템을 전제로 만들어진 전자금융거래법 및 감독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시스템이 기존 은행 전산시스템과 호환되면서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시대의 가장 큰 키워드로 떠오른 블록체인이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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