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OTT 공세 속 위상 흔들리는 극장
[이슈메이커] OTT 공세 속 위상 흔들리는 극장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7.27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팬데믹 이후 좀처럼 회복세 못 보여
‘텐트풀’ 영화 흥행에 올해 성과 좌우될 듯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OTT 공세 속 위상 흔들리는 극장
 

요즘 많은 관객이 ‘볼 만한’ 이야기가 없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극장가에는 ‘한국 영화 위기설’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관객 수는 분명 늘었으나 과거만큼의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Pixabay
ⓒPixabay

 

손익분기점은커녕 100만 관객조차 힘들어
코로나19 이후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Over The Top)가 성장을 이루며 주류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이에 관객들의 시청 행태에도 큰 변화가 생겨 2020년 이후 영화관 관객 수와 매출액이 급감했다. 실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19년 매출액 약 9,700억 원과 관객 수 약 1억 1,500만 명을 기록했으나, 2020년에는 각각 3,500억 원, 4,000만 명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21년은 그보다 더욱 감소해 매출액 약 1,700억 원, 관객 수 약 1,800만 명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다행히 코로나 사태가 잦아든 지난해는 회복세를 보이며 매출액 약 6,300억 원, 관객 수 6,200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천만 영화 ‘범죄도시 2’까지 나오면서 희망을 맛봤다.

 

올해 초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비롯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강세를 보이며 한국 영화 점유율이 크게 추락한 바 있다. 사진=손보승 기자
올해 초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비롯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강세를 보이며 한국 영화 점유율이 크게 추락한 바 있다. 사진=손보승 기자

하지만 ‘범죄도시2’ 이후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여름 성수기에 쏟아진 대작 ‘외계+인 1부’와 ‘비상선언’, 겨울 극장가를 노린 ‘영웅’과 올해 초 포문을 연 대작 ‘교섭’, ‘유령’ 등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했다. 특히 ‘탑건: 매버릭’, ‘아바타: 물의 길’ 등 외화는 물론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등 일본 애니메이션까지 강세를 보이며 한국 영화 점유율은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2004년 이후 3월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인 25.1%를 기록했다.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그만한 매력을 선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손익분기점은커녕 100만 관객조차 넘기 힘든 상황에서 개봉을 기다리며 쌓여 있는 ‘창고영화’만 100여 편에 달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래서 개봉일을 잡는 데도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가 성장을 이루며 관객들의 시청 행태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사진은 넷플릭스의 테드 서랜도스 CEO. ⓒ넷플릭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가 성장을 이루며 관객들의 시청 행태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사진은 넷플릭스의 테드 서랜도스 CEO. ⓒ넷플릭스

 

영화 관람료 인상까지 더해져 침체 가속화
한국 영화의 흥행 부진은 자연스레 극장과 영화산업 전체의 위기로 이어진다. 투자 및 배급사는 물론 감독과 배우들 역시 잘나가는 OTT로 눈을 돌리는 중이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 공동대표인 윤제균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영화와 TV 크게 두 개 정도 플랫폼이 존재했다면 요즘은 채널도 엄청나게 많이 늘어난 것은 물론 OTT, 유튜브, 각종 숏폼 등 영화 대체할 수 있는 대체재가 너무나 많이 늘어났다”며 “특히 영화 관람료가 많이 올랐다. 그것도 결국 시장의 변화 중 하나”라고 짚었다.

이처럼 영화계 위기를 두고 OTT의 존재와 함께 높아진 관람료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영화인들도 있다. 팬데믹 기간 관람료가 2019년 1만 2천 원에서 지난해 1만 5천 원으로 3천 원이 인상되면서 많은 불만이 제기된 바 있어서다. 그래서 관객뿐 아니라 영화인들 역시 관람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영화의 흥행 사례에 비춰본다면 관람료만이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관객들 사이에서도 비싼 값을 내고서라도 볼 영화가 없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한 ‘영화티켓지수로 알아본 영화관람 가격 적정성 점검’을 살펴봐도 한국의 영화 관람가격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비싸다고 하기는 어렵다.

결국 OTT에서 수백 편의 콘텐츠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개봉작들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과거에는 ‘영화는 당연히 극장’이라는 등식이 존재했고, 극장에 걸리기만 하면 어느 정도 관객을 동원한다는 믿음이 있었으나 이제는 이것이 사라졌다. 또한 극장 개봉 후 영화가 OTT로 향하는 기간인 ‘홀드백’이 짧아지다 보니 관객들은 OTT를 더욱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안일하게 비슷한 장르의 영화, 비슷한 배우를 써서 반복 재생산했던 영화가 지금까지 계속 개봉하고 있다”며 “관객들은 몇 년 사이 OTT 등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콘텐츠를 보면서 눈높이가 높아졌는데, 한국 영화가 거기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 외화의 흥행 상황을 본다면 보고 싶은 영화를 못 만들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여름 성수기 ‘텐트폴’ 영화들의 성적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CJ ENM/블라드스튜디오, (아래)롯데엔터테인먼트/클라이맥스스튜디오
올여름 성수기 ‘텐트폴’ 영화들의 성적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CJ ENM/블라드스튜디오, (아래)롯데엔터테인먼트/클라이맥스스튜디오

 

신뢰 회복 중요한 여름 극장가
극장이 관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의 원천이 되는 건 결국 ‘콘텐츠’다. 그래서 올여름 성수기 ‘텐트폴’ 영화들의 성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범죄도시3’의 흥행 분위기에 함께 올라타기 위해 주요 배급사들은 여름 시장 공략 작품들을 발표했다. NEW의 ‘밀수’, 쇼박스 ‘비공식작전’, CJ ENM ‘더 문’,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주목받는다.

가장 먼저 여름 관객을 만나는 건 ‘베테랑’으로 천만 감독 대열에 오른 류승완 감독의 ‘밀수’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밀수 범죄에 휘말리는 해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혜수, 염정아가 투톱으로 나서게 되는데, 여성 캐릭터들이 주도하는 작품이 나왔다는 점은 기대 요소이자 변수로도 꼽힌다.

8월에는 본격적인 흥행 대전이 펼쳐진다. ‘비공식작전’은 1987년을 배경으로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과 현지 택시 기사 판수의 이야기를 다룬 버디 액션 영화다. 영화 ‘끝까지 간다’와 ‘터널’,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 등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의 신작이자 ‘신과함께’ 시리즈로 쌍 천만을 함께 경험한 하정우와 주지훈이 다시 뭉쳤다.

‘신과함께’의 주역인 김용화 감독은 같은 날 SF 영화 ‘더 문’을 선보인다. 지난해 ‘외계+인 1부’의 흥행 실패로 악몽과도 같은 1년을 보낸 CJ ENM엔 사활이 걸린 작품이다.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의 사투를 그린 영화로 도경수와 설경구가 주연을 맡았다. 대중의 마음을 읽는데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김용화 감독이 아직 제대로 된 SF 영화가 없는 한국 영화 시장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기대작이다. 이병헌과 박서준, 박보영 등이 출연하며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이 원작으로 ‘가려진 시간’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엄태화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특히 이 작품은 ‘콘크리트 유니버스’ 세계관의 포문을 여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이미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 마동석 주연의 ‘황야’가 제작에 들어갔고, 영화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드라마 ‘콘크리트 마켓’도 촬영을 시작했다. 지식재산권(IP)의 확장을 노리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콘텐츠 시장에도 새로운 기운이 깃들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