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해가 지지 않는 제국 건설한 조용한 천재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해가 지지 않는 제국 건설한 조용한 천재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7.24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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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시가총액’ 3조 달러 허들 넘어
스티브 잡스 유산 받은 팀 쿡의 경영혁신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해가 지지 않는 제국 건설한 조용한 천재

 

애플(Apple)이 지난 6월 30일 ‘꿈의 시가총액’으로 불리는 3조 달러의 장벽을 넘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1조 7,219억 달러의 1.7배에 달하는 규모다. 1976년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원년 멤버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차고에서 창업한 지 47년 만이다.

 

 

ⓒStuart Isett, Fortune Photo/Flickr
ⓒStuart Isett, Fortune Photo/Flickr

 

애플 주가 10년 사이 13배 상승

애플의 회사를 설립한 후 처음 내놓은 제품은 ‘AppleⅠ’이라는 개인용 컴퓨터(PC)였다. 휴렛팩커드에 생산을 의뢰했다가 퇴짜를 맞고 잡스의 집 차고에서 팀원들이 직접 생산한 일화로 유명하다. 그 뒤 1977년 선보인 AppleⅡ는 기존 경쟁 모델과 비교해 높은 컬러 그래픽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연 대표작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1979년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등 순탄한 길을 걷던 애플은 1980년대 들어 시련을 맞았다. 1980년에 출시한 AppleⅢ가 냉각팬 과열 문제로 대규모 리콜 사태를 빚은 것이다. 이어 1983년 출시한 Apple LISA 역시 높은 가격에 비해 호환 가능한 소프트웨어가 적어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이듬해 매킨토시가 출시됐지만 역시 비슷한 이유로 흥행에 실패한다. 이에 창업자 잡스는 실패에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다.

 

잡스가 떠난 후 애플은 제품 다양화로 활로를 모색했다. 하지만 정작 본업인 컴퓨터 시장에서 점유율이 계속 추락했고, 그사이 IBM 호환용 PC가 대세로 자리 잡아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승승장구했다. 1994년 파산 직전까지 갔던 애플은 1997년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회사로 돌아온 이후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자신들의 생태계에 들어오면 다른 경쟁사의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점은 애플의 성공 비결로 꼽힌다. ⓒ애플
자신들의 생태계에 들어오면 다른 경쟁사의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점은 애플의 성공 비결로 꼽힌다. ⓒ애플

 

잡스는 고강도 체질 개선을 통해 매출이 시원찮은 제품을 대거 없애버렸다. 또한 적대 관계이던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제휴로 애플 컴퓨터에서 매킨토시용 오피스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시대를 풍미한 첨단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로 강력한 무기도 만들어나갔다. 1998년 아이맥와 1999년 아이북, 2001년 아이팟, 2003년 아이튠즈 스토어, 2007년 아이폰과 애플TV, 2010년 아이패드, 2011년 아이클라우드, 2014년 애플워치, 2016년 에어팟, 2017년 홈팟 등 히트 상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과 PC, 웨어러블에 이르는 디지털 생태계가 완성됐고 이를 기반으로 금융 등 다른 산업까지 장악하고 있어 애플의 독주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8년 처음 기업가치가 1조 달러를 돌파한 애플은 2020년 2조 달러를 넘었고 올해 전 세계 기업 중 최초로 3조 달러 클럽에 입성했다. 시총 2위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격차도 20% 차이를 늘어났다. 시장가치는 전 세계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순위로 따졌을 때 7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10년 전 15달러 수준이던 주가 역시 13배 가까이 상승했다.

 

 

애플의 새로운 디지털 기기인 ‘비전 프로’는 메타버스 시장 장악을 위한 애플의 포석으로 꼽힌다. ⓒ애플
애플의 새로운 디지털 기기인 ‘비전 프로’는 메타버스 시장 장악을 위한 애플의 포석으로 꼽힌다. ⓒ애플

 

‘킬러 콘텐츠’ 앞세운 사업 확장 주효

체질 개선 후 애플은 혁신 기업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1998년 출시한 아이맥은 5개월 만에 80만 대가 팔려 애플의 위기 극복 전기를 마련했다. 이후 잡스가 주도한 애플은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시대를 풍미했다.

 

잡스에 이어 최고경영자(CEO)가 된 팀 쿡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마트워치와 이어폰, 스피커 같은 디지털 액세서리 시장에서 ‘하이엔드’ 제품을 출시해 큰 성공을 거뒀다. 아울러 애플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의 수급 및 생산, 재고 관리 과정을 효율화했다. 이와 같은 쿡이 추진한 공급망 효율화는 기술 혁신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애플은 2020년부터 자체 개발한 칩셋 ‘애플 실리콘’을 자사 제품에 탑재하기 시작했고, 독자적인 반도체 칩셋 디자인 기술력을 갖추게 되며 그만큼 수익률을 극대화했다.

 

이른바 ‘킬러 콘텐츠’를 앞세운 사업 확장도 주효했다. 2014년 애플페이를 론칭한 애플은 이제 소비자의 일상 전반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제 애플은 개인의 모든 디지털 생활을 장악하고 있다. 일단 아이폰 생태계에 들어오면 다른 경쟁사의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게 애플의 성공 비결이다. 이 같은 지배력으로 애플은 매년 엄청난 실적을 내고 있는데, 지난 2분기 매출은 948억 달러, 순이익은 241억 달러에 달한다.

 

 

성공한 기업인을 넘어 21세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 스티브 잡스의 생전 그가 없는 애플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Matthew Yohe/Wikimedia Commons
성공한 기업인을 넘어 21세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 스티브 잡스의 생전 그가 없는 애플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Matthew Yohe/Wikimedia Commons

 

애플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면서 높은 고객 충성도와 폐쇄적인 생태계를 갖고 있는 아이폰이 시장을 지키게 될 확률이 높아서다. 여기에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TV+, 혼합현실 기기인 ‘비전 프로’까지 내놓는 등 기존의 선점 기업이 있는 시장에도 가리지 않고 진출하고 있다. 2014년 애플워치 이후 9년 만에 등장한 애플의 새로운 디지털 기기인 ‘비전 프로’는 메타버스 시장 장악을 위한 애플의 포석으로 꼽힌다. 미국 투자전략회사 페어리드스트래티지는 2024년 말 애플의 기업가치가 4조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자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애플은 자체 프레임워크 ‘에이잭스(Ajax)’를 기반으로 챗봇 서비스를 만드는 새로운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가세로 생성형 AI 시장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생성형 AI 시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구글과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도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팀 쿡은 자신만의 조용한 리더십으로 스티브 잡스의 유산을 유지하며 자신만의 혁신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
팀 쿡은 자신만의 조용한 리더십으로 스티브 잡스의 유산을 유지하며 자신만의 혁신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

 

잡스 없는 애플,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성공한 기업인을 넘어 21세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잡스의 생전 그가 없는 애플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2011년 갑작스레 세상을 뜨면서 애플은 큰 도전에 직면해야 했다. 최고운영책임자이던 팀 쿡이 새롭게 CEO 자리에 올랐으나 ‘잡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심지어 현지 언론은 ‘스티브 잡스 없는 애플은 도산할 것이다’라는 기사를 쓸 정도였다.

 

하지만 그에게 붙은 물음표가 사라지는 데는 1년이면 충분했다. 2012년 애플의 매출총이익은 50%가량 급증하며 잡스 시절의 성장세를 이어갔고, 브랜드 가치 또한 2011년 대비 2014년 3배 이상 커졌다. 직원 수도 6만 4,000여 명에서 11만 명으로 증가했다. 애플의 현금 보유량도 759억 달러에서 약 2,400억 달러로 늘었다.

 

비결은 치밀하고 계획적인 경영 승계 계획이었다. 잡스는 2008년 경영 교육 시스템 ‘애플 대학’을 만들어 주요 경영진과 경영철학 등을 공유했다. 애플 대학은 기업이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경영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의 상징이다. 잡스의 혁신 비전과 성취는 애플 대학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스며들었다. 애플의 직원 가운데 잡스를 만나본 사람은 10%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잡스의 철학이 조직 전반에 공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쿡이 잡스를 흉내만 냈다면 지금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잡스의 흔적을 급격하게 지우는 대신 서서히, 그리고 조용히 애플의 혁신을 지속했다. 잡스는 죽기 얼마 전 쿡에게 “앞으로 CEO로서 모든 결정을 할 때 ‘과연 스티브 잡스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을까’를 생각하지 말라. 항상 옳다고 판단되는 일을 하면 된다”며 유언 같은 당부를 남겼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쿡은 잡스가 남긴 유산에 자신의 능력을 더해 그의 마지막 지시를 잘 이행해냈다. ‘조용한 천재’ 쿡이 만들어낸 애플의 전성시대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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