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현명한 종전 이끄는 국제 안보 동맹의 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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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3.07.10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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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러 전쟁, ‘성급한 평화 협상 카드’ 주의 요청
냉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공격 대비한 ‘집단방위 계획’ 수립 추진

[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현명한 종전 이끄는 국제 안보 동맹의 수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이하 나토)의 수장인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임기가 오는 9월 말에 끝난다. 지난 2014년 취임 이후 임기 9년 만이다. 그동안 3번의 임기가 연장되었기에,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더 이상 연장할 의향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시선과 판단은 다르다. 선명한 후보군이 수면 위로 드러나 있지 않은 데다, 현재 나토의 최대 난제인 우크라이나-러시아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행보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은퇴 앞둔 나토 수장, 유임에 무게 실려

지난 6월, 벨기에 수도 브뤼셀 소재 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임기를 또다시 연장할 의도가 없다’라고 말하며 국제사회에 자신의 의중을 분명히 전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나토 회원 31개국이 누가 나를 대신할지 결정한다. 나는 나토의 결정 중 한 가지를 제외한 모든 결정에 책임이 있다. 그것은 나의 미래에 관한 나토의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나토의 관계자에 따르면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은퇴를 희망하고 있으며, 나토 회원국은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벤 월리스 영국 국방성 장관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토의 차기 사무총장으로 거론된 인물들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오히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임기 연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물론 차기 나토 사무총장 자리를 희망하는 후보도 있지만, 여러 이유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무엇보다 나토 회원국 중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지지가 대단히 중요한데, 미국이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임기 연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결정적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백악관을 방문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의 양자 회동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정적 단계’에 접어든 시점에 나토 수장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제기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유임을 직접적으로 요청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정적 단계’에 접어든 시점에 나토 수장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제기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유임을 직접적으로 요청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정적 단계’에 접어든 시점에 나토 수장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제기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유임을 직접적으로 요청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비공식적이지만 간과할 수 없는 미국의 영향력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이처럼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임기 연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에 대해 4가지 분석을 내놓았다. 나토를 겨냥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5분의 1을 러시아군이 점령한 상황이기 때문. 이어 전쟁 장기화에 따른 나토 내부의 분열 우려와 중국의 부상이 세 번째, 네 번째 이유이다. 여기에서의 핵심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의 장기화다. 나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군사원조를 제공했고, 이 과정에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전쟁의 중심에 있는 나토의 수장이 교체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라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나토 회원국의 대응을 조율하거나, 나토에 부정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유럽 동맹 간의 다리 역할과 같은 어려운 임무를 잘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은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 않는 것이다. 이를 자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정말 총장직을 그만둘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默默不答)한 것이 아닐까.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우리 모두 전쟁이 끝나길 바라지만 평화는 단순히 분쟁을 멈추는 것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러시아가 내세우는 종전 조건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Jens Stoltenberg Twitter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우리 모두 전쟁이 끝나길 바라지만 평화는 단순히 분쟁을 멈추는 것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러시아가 내세우는 종전 조건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Jens Stoltenberg Twitter

 

철저한 원칙하에 중립 유지

한편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지난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32번째 나토 가입국에 대한 기대에 선을 그었다.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공식 가입 초청은 없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물론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우리 모두 전쟁이 끝나길 바라지만 평화는 단순히 분쟁을 멈추는 것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러시아가 내세우는 종전 조건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라고 이어서 전하기는 했지만, 러시아의 반발로 인한 확전 우려와 분쟁 중인 국가는 가입할 수 없다는 나토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처사로 보인다. 당시 회담에서는 스웨덴의 32번째 회원국 가입 여부 이슈에 초점이 맞춰졌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나토 가입에 대한 원칙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진정으로 바라는 바가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성급한 평화 협상 카드를 꺼내지 않는 것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독일 방문 전 아프리카 평화사절단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잇달아 만나 중재에 나섰는데, 혹여라도 발생할 수 있는 성급한 평화 협상 카드의 선택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현재 우선순위는 우크라이나가 주권을 보유한 독립국으로 관철하는 것으로, 그렇지 않으면 나토 가입에 논의할 기회가 없다”라며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위해 믿을 수 있는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기준을) 다른 회원국과 같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히며 특혜 제공에 대한 선을 분명히 그으며 냉철하지만, 중립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우리 모두 전쟁이 끝나길 바라지만 평화는 단순히 분쟁을 멈추는 것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러시아가 내세우는 종전 조건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Jens Stoltenberg Twitter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우리 모두 전쟁이 끝나길 바라지만 평화는 단순히 분쟁을 멈추는 것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러시아가 내세우는 종전 조건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Jens Stoltenberg Twitter

 

한국·일본과의 우호적인 관계 형성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북유럽을 포함한 서방 국가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에 대한 활동에서도 긍정의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월,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한국을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나토 관계,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 북핵 문제 등 여러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한국은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당시 나눈 여러 현안에 대해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한국이 처한 상황에 적극 공감하고, 전략도 높게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사이버 방위, 신기술 등에 대해서는 협력 확대를 위해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나토 동맹국들과 방위산업 협력을 확대하는 것도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더욱 우호적인 관계로 발전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실제로 이 자리에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달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을 초청하기도 했다.

 

일본 역시 내년에 도쿄에 나토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기로 결정하며 아시아·태평양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나토 연락사무소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등에 있으며, 도쿄 사무소는 한국·일본·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나토 파트너국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역시 이달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히며 나토와의 파트너십 강화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나토 행보에 우려와 경고를 보내는 국가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한·일 양국이 나토와 가까워지는 것을 원교근공(遠交近攻/먼 나라와 교류하고 이웃 나라를 친다) 대외정책으로 규정하고, ‘늑대를 집에 들이는 것은 결국 화를 자초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은 한·일 양국이 나토와 가까워지는 것을 원교근공(遠交近攻) 대외정책으로 규정하고, ‘늑대를 집에 들이는 것은 결국 화를 자초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 Jens Stoltenberg Twitter
중국은 한·일 양국이 나토와 가까워지는 것을 원교근공(遠交近攻) 대외정책으로 규정하고, ‘늑대를 집에 들이는 것은 결국 화를 자초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 Jens Stoltenberg Twitter

 

국가 안보 동맹 기구 수장의 무게

나토가 해결해야 할 현재의 최대 난제는 우크라이나-러시아의 전쟁이다. 하지만 나토는 국제기구이며 국제 안보 동맹의 역할을 한다. 회원국 집단 안전 보장과 국방 협력 촉진 및 능력 향상, 위기관리와 안보 협력, 나아가 회원국 이외의 국가들과의 파트너십 구축 등 주어진 역할이 대단히 많다. 임기 연장의 의지가 없음을 밝혔던 벨기에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도 그는 냉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공격에 대비한 ‘집단방위 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혼란스러운 시국이지만 누구보다 철저히 중립을 지켜야 하는 기관의 수장이기에 은퇴의 기로에서 자신의 의지는 중요하지 않음을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자신도 너무나 잘 알 것이다. 주름이 깊어져 갈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행보에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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