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노이드’ 표준화로 신약 개발 새 지평 연다
‘오가노이드’ 표준화로 신약 개발 새 지평 연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3.07.03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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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감소와 안전한 신약 개발 위한 에코시스템 조성 목표
글로벌 네트워크와 풍부한 경험 및 기술력 보유한 전문가 그룹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오가노이드’ 표준화로 신약 개발 새 지평 연다

 

신약 개발에서 동물실험은 인간에게 약을 투입하기 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많은 실험실에서 동물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매년 5억 마리 이상이 동물실험으로 희생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농림축산검역본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2021년 기준 약 500만 마리의 동물이 실험실에서 죽었고 더욱이 이 수치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사진=손보승 기자
사진=손보승 기자

 

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힘찬 발걸음

동물실험은 윤리적인 문제와 더불어 동물과 인간의 신체 장기와 기능이 일부 달라 안전성이나 효율성 면에서도 근본적인 한계가 지적되어왔다. 실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동물실험을 통해 효과를 확인한 약물 중 92%가 인체 대상의 임상 실험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동물의 희생을 배제한 대체 시험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체 유사 장기를 의미하는 ‘오가노이드(organoid)’다. 기능·구조·생리학적 특성이 실제 장기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아 인체 특정 장기에 작용하는 치료제의 효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FDA가 신약 개발에 대한 동물실험 의무화 조항을 84년 만에 폐기하면서 오가노이드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자연스레 글로벌 빅파마들의 연구·개발(R&D)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가 2019년 6억 9,000만 달러에서 오는 2027년 34억 2,000만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기술이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 연구 결과의 일관성과 재현성이 보장되지 않아 신약 개발 부분 적용을 위해선 표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주)라다하임이 3D 바이오 프린팅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의 접목을 통한 오가노이드 표준화 및 대량생산이 가능한 플랫폼을 준비해 주목받고 있다. 조직공학 및 바이오 프린팅 전문가인 이헌주 대표를 필두로 재생 의학과 사업개발에 탁월한 역량을 갖춘 강력한 팀 구성은 이들의 행보에 더욱 기대를 모으게 한다. 일문일답으로 이 대표와 나눈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전해준다면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15년 가까이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마이크로 유체역학과 3D 프린팅, 표면처리, 계산과학 등을 연구했고, 이후 장기재생 바이오 전문 기업과 제약/바이오 금융 기업에서 다양한 사업개발을 총괄했다. 이러한 경험과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동물실험 중단이라는 사회적 문제 해결에 나서보고자 창업을 결심하고 지난해 주식회사 라다하임을 설립했다”

 

동물실험에 대한 어떤 문제의식을 느꼈던 건지?

“신약 개발 과정에서 후보 물질의 독성과 유효성 등의 필수적 정보를 얻고자 동물실험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매년 5억 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통해 효과를 확인한 약물의 92%가 인체 대상 임상 실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등 유효성에 대한 한계가 여전하다. 동물의 생물학적 체계는 인간과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규제와 기술에 대한 요구가 매우 강하게 제기되어 왔던 것이 최근의 흐름이다. FDA가 올해 초 신약 승인을 받기 위해 반드시 동물실험을 거쳐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삭제하는 등 큰 진전도 이뤄진 상태다”

 

 

(주)라다하임은 최근 독일 프라운호퍼 IBMT와 R&D 파트너로 업무협약을 맺는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각국 연구기관과 병원, 바이오텍 기업들과 긴밀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라다하임
(주)라다하임은 최근 독일 프라운호퍼 IBMT와 R&D 파트너로 업무협약을 맺는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각국 연구기관과 병원, 바이오텍 기업들과 긴밀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라다하임

 

그럼 기술적으로 주목받는 것이 ‘오가노이드’인가

“그렇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에서 배양한 일종의 ‘미니 장기’라고 할 수 있는데 인체와 근접한 생리활성을 지녀 환자별 맞춤의학, 재생 치료제로 활용 기대감이 높다. 아울러 인체 특정 장기에 작용하는 치료제의 효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인간과 동물 간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자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다만 문제는 연구 결과의 일관성과 재현성 문제로 인해 실제 신약 개발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포 배양이 실험실의 환경마다 다르고, 동일 조건으로 배양을 하더라도 배치별로 크기나 분화 정도가 달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가노이드의 표준화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를 위해 항상 같은 조건의 오가노이드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우리 기업은 이에 대한 해법을 고안하게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소개해 준다면?

“라다하임이 보유한 바이오잉크와 3D 프린팅 및 3차원 배양기술, 마이크로 유체역학, 유전자 편집기술을 바탕으로 오가노이드 표준화와 대량생산 시스템을 완성했다. 일정한 크기의 오가노이드 형성을 위해 전기방사 및 하이드로젤 분사 방식의 3D 프린팅 기법을 이용한다. 이렇게 생성된 오가노이드 시드(seed)는 3차원 부양 시스템을 이용해 배양된다. 기존 2차원 형태의 오가노이드는 인체조직과 형상·구조가 다르기에 3차원 조직 배양은 매우 중요하다. 당사는 마이크로 채널 내에 일정한 크기의 오가노이드 시드를 부양(floating)시켜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을 고안하였고, 마이크로 채널 내에서 다량의 오가노이드 시드를 동시에 배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이는 3차원 배양뿐만 아니라 배지의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여 생산비용 절감 효과도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품질관리를 위해 배양이 마무리된 마지막 단계에서 마이크로 유체역학을 이용한 분류 공정으로, 항상 일정한 크기와 성능의 오가노이드 공급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지 궁금하다

“연구자들에게 항상 일정한 오가노이드를 제공할 동력이 생기는 셈인데, 그 결과물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도달해 신약개발과 재생 의학 등의 연구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이다. 특히 전 세계 많은 오가노이드 관련 기업들이 그간 개발한 오가노이드 생산 프로토콜을 우리 기업의 대량생산 플랫폼에 적용할 경우, 양질의 오가노이드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관련 연구 또한 빠르게 진척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약 개발 프로세스의 실패율을 줄이면서 비용과 기간도 단축하는 가치 창출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그래서 라다하임은 또 하나의 오가노이드 기업이 아닌, 오가노이드 관련 기업의 기술을 대량생산 및 표준화가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회사로서 상호 협력하며 새로운 의약품 개발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실제 올해 상반기 독일 프라운호퍼 IBMT와 R&D 파트너로 업무협약을 맺는 등 자사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미 각국 연구기관, 병원, 바이오텍 기업들과 긴밀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조직공학 및 바이오 프린팅 전문가인 이헌주 대표를 필두로 재생 의학과 사업개발에 탁월한 역량을 갖춘 강력한 팀 구성은 이들의 행보에 기대를 모으게 한다. 사진=손보승 기자
조직공학 및 바이오 프린팅 전문가인 이헌주 대표를 필두로 재생 의학과 사업개발에 탁월한 역량을 갖춘 강력한 팀 구성은 이들의 행보에 기대를 모으게 한다. 사진=손보승 기자

 

회사의 경쟁력을 꼽는다면 무엇이라 전하고 싶은지?

“전문성을 갖춘 ‘맨파워’를 말하고 싶다. 앞서 언급했듯 다양한 연구와 사업개발 총괄 경험이 있는 대표이사와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친 후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유전자 편집기술을 주제로 연구해 온 안지영 연구소장, 줄기세포 및 바이오잉크 전문가인 남보미 팀장, 그리고 BD(Business Development) 및 RA(Regulatory Affairs)를 담당하는 하버드 대학 출신의 임현욱 부사장을 주축으로 팀이 구성되어 있다. 또한 미국 레슬리 대학교 미술 심리치료 석사학위를 가진 HR(Human Resource) 전문가와 18년 공무원 경력의 경영지원 팀장까지 모든 인력이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해외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는 만큼 핵심 임직원들의 해외 거주 경험과 의사소통 능력도 빛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한다면

“기업명인 ‘라다하임’은 히브리어로 ‘정의와 평화의 정신에 서서 선정을 베풀다’는 뜻이 담긴 ‘Radah’와 ‘생명’을 뜻하는 ‘Chayyim’이라는 단어를 합쳐 만들었다. 다시 말해 다수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온전히 다스리자는 의미이다. 이처럼 라다하임이 보유한 기술을 바탕으로 오가노이드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과,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한 역분화 줄기세포의 세포주 확보를 통해 임상 진행이 어려운 희귀 유전질환에 대한 오가노이드 질병 모델을 개발해 신약 개발의 기간과 비용을 현저하게 단축할 수 있는 기술 제공에도 이바지하고자 한다. 이러한 기술 데이터가 지속해서 축적되면 향후 임상시험을 대체할 수 있는 ‘human-on-a-chip’ 기술과 추후 재생 치료를 위한 인공장기 기술에까지 응용될 것이라 믿는다. 한편 우리 기업은 지난 4월 ‘크라우디(Crowdy)’라는 플랫폼을 통해 일반인들이 참여 가능한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여 성공적으로 마감했고, 6월 말부터는 2차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한 많은 관심과 응원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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