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와 여당 참패, 지역주의 무너뜨린 선거혁명
여소야대와 여당 참패, 지역주의 무너뜨린 선거혁명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6.05.0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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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여소야대와 여당 참패, 지역주의 무너뜨린 선거혁명  

준엄한 국민심판으로 ‘민심의 힘’ 보여준 선거


 


지난 4월13일 실시된 제 20대 총선은 그야말로 반전과 놀라움이 가득했던 ‘선거혁명’으로 표현되고 있다. 최종 투표율 58.0%로 잠정 집계된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과반 획득 실패는 물론, 130석 수성에도 실패하면서 12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을 초래했다. 야권 분열의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 속에 새누리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여당 참패, 야당 압승이라는 예상외의 결과가 빚어졌다. 이번 선거결과는 무엇보다 정부여당의 오만한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으로 분석되고 있다.



새누리당, 오만과 무능의 대가로 선거참패 떠안아


집권여당의 오만과 무능의 대가는 매우 혹독했다.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무너지는 등 대참패했다. 수도권 122석 중 새누리당은 고작 34석을 얻는 대참패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 49석 중 새누리당은 고작 12석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탄핵 역풍으로 몸살을 앓았던 2004년 총선에서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16석을 차지하며 선방했었다. 결국 탄핵정국 때보다 더 초라한 성적을 거둔 셈이다. 이는 거꾸로 탄핵 때보다 현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을 향한 민심의 분노가 가늠하기 힘들만큼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여당의 정치적 텃밭인 영남에서 받아든 처참한 성적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앞으로 겪게 될 어려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한 대구는 12곳 중 4곳에서 새누리당 의원이 아닌 무소속이나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가 당선됐다. 대구 동구을에 출마한 유승민 의원이 75.7%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고, 수성을에 주호영 무소속 후보 역시 당선됐다. 그리고 수성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후보와 무소속의 홍의락 후보(북구을)까지 당선되면서 박 대통령의 입지를 흔들었다. 대구 민심은 선거를 통해 ‘변화’를 택했다. 이번 총선은 31년 만에 정통 야당 후보가 대구지역 국회의원으로 이름을 올린 역사적 사건으로 남을 예정이다. 불과 한 달 전까지 더불어민주당 현역 국회의원(비례대표)이었던 후보마저도 새누리당 우선추천 후보를 누르고 국회에 입성했다. 새누리당의 여성우선추천지역 선정으로 컷오프(공천 배제)돼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역 의원도 당선됐다. 19대 총선 당시, 총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전략공천한 후보들이 모두 당선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미풍을 넘어 ‘광풍’에 가까운 이 같은 대구의 정치 지형 변화에 대해 지역 정치권에서는 집권 새누리당에 대한 대구시민의 ‘준엄한 심판’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몰표를 몰아줬지만 지역발전을 위해서 돌아온 것이 없다는 불만을 표출했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부산은 18곳 중 6곳이, 경남은 16곳 중 4곳이, 울산은 전체 6곳 중 절반인 3곳에서 패했다. 이로써 한 때 의석 3분의2인 180석을 예상하던 새누리당은 총선 공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생긴 크고 작은 잡음으로 인해 완전히 무너진 상황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공천이 이번 패배의 최대 원인이었다는 정치권의 분석이다. 특히 박 대통령에게 배신으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을 벼랑으로 내몰며 탈당을 압박했고, ‘진박’ 논란에 이어 친박인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김무성 대표 간의 대립도 지지층을 크게 실망시켰다. 가장 중요한 경제와 민생을 신경 쓰기보다 공천 전쟁에만 몰두한 모습에 유권자들이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을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특히 거물급의 중진들과 대선주자들이 줄줄이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대선주자급인 서울 종로에 출마한 오세훈 후보과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문수 후보의 패배는 민심을 확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청와대를 품고 있는 ‘정치 일번지’ 서울 종로는 언제나 유력한 후보들이 대권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했던 곳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세균 당선인과 격돌한 오세훈 후보는 이번 선거를 이기면 대권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지만, 결국 무기력하게 국회의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지도부는 선거 다음날인 14일, 20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잇따라 표명해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총선에 불출마한 김태호 최고위원도 뒤이어 사의를 표명했고, 이인제와 김을동 최고위원 역시 총선에서 낙선해 더 이상의 최고위원직 수행이 어렵게 됐다. 새누리당은 총선 직후, 지도부가 해체되면서 예상보다 빨리 '비상대책위 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패닉 상태에 빠진 새누리당은 향후 비대위 체제에서 총선 참패에 대한 후폭풍을 겪을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오세훈 후보는 여권의 대선주자 후보로 꼽혔으나 무기력하게 낙선했다. ⓒ박경보 기자

 

 

더불어민주당, 텃밭 호남 빼앗기고도 전 지역 당선자 배출


20대 총선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오만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그간 한국 정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주의’를 타파했다는 의의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에서의 압승뿐 아니라, 여당 텃밭인 영남권에서 무려 9석을 차지해 그야말로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동안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수차례 영남권에 문을 두드리고 고배를 마셨던 후보들이 당선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전국 지역구를 가진 ‘전국정당’으로서 역할을 할 예정이다. 다만 전통의 텃밭인 호남지역에서 국민의당과의 경쟁에 밀려 단 3석에 그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그동안 뿌리 깊은 지역주의로 한국정치가 기형적으로 커왔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0대 국회에서 전국정당을 달성한 것은 동서화합과 지역주의 타파를 외친 '김대중·노무현 정신'이 실현된 첫 선거라는 의미를 지닌다. 영남은 지난 1990년 3당 합당 이후, 지역구도가 뿌리 내리면서 여당이 압도해왔다. 지난 1992년 치러진 14대 총선부터 2000년 16대 총선까지 야당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17대 총선이 치러진 2004년 탄핵 열풍에 부산 1석, 경남 김해 갑·을 등 총 3석을 시작으로 19대까지 많아야 3석이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20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의석을 얻었다.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 당선인 역시 대구 지역구 3수만에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까지 더하면 4수 끝에 당선됐다. 김부겸 당선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 첫 야당 국회의원이 되면서 당내 입지도 탄탄하게 됐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지역구 110석·비례대표 13석)으로 새누리당을 제치고 원내 제1당으로 약진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특히전체 지역구 253곳 중 총 122석이 걸려있는 ‘최대 승부처’ 수도권에서만 82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더불어민주당이 거둔 총선 결과를 놓고 양과 질 모두를 담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의석 수 1위는 물론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 경남 김해을의 김경수, 서울 강남을의 전현희 등 그간 지역주의의 벽 등으로 당선이 어려웠던 지역에서 깃발을 꽂으며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마냥 승리에 기운에 도취되어 있을 수도 없는 분위기이다. '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사실상 참패하면서 당의 주요기반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블어민주당은 총 28석이 걸려있는 호남에서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이춘석(전북 익산시갑), 안호영(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 후보 등 단 3명만이 당선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국정당으로서의 지위는 굳건해졌지만, '호남민심 회복'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김종인 대표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참여이력과 햇볕정책 수정론 논란,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불협화음 등이 호남 참패의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 비대위 구성 논의 등을 계기로 호남민심 회복 방안 등을 본격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당체제 무너뜨린 국민의당, 창당 3년 만에 제3의 당으로 우뚝


이번 선거의 최대 승리는 국민의당, 실질적 승리자는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로 꼽힐 정도로 국민의당은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원내 제3당으로 우뚝 섰다.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최대 수혜자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의 거듭된 야권연대 요청을 거부하며 승부수를 던졌던 안 공동대표는 본인의 승리는 물론 기대 이상의 약진으로 대권행보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특히 호남에서 절대우위 의석을 확보하면서 야권 지지층의 한 축인 호남의 지지를 등에 업게 돼 앞으로의 정치행보에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본래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광주광역시를 싹쓸이 했고 전남과 전북에서도 약진해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밀어냈다. 국민의당은 광주와 전남 18개 의석에서 16개 의석을 차지해 호남 제1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호남이 국민의당을 선택한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는 모양새다.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의당은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에게 순천을,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담양·함평·영광·장성 선거구를 내줬을 뿐 광주 8개 의석과 전남 8개 의석을 싹쓸이하면서 호남 제1야당을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기존의 야권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요구가 있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채워주지 못해 민심이 이탈했고, 이에 국민의당이 반대급부로 세를 얻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혁신과 변화를 갈망하는 호남의 눈높이에 더불어민주당이 충족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선에서 양당이 합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회초리로 지역 주민들이 국민의당을 지지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호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그 존재감을 과시 못하는 지역 정당의 한계를 노출했다. 전국 정당으로의 발돋움 여부가 다가올 대통령선거를 대비한 과제가 됐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는 이번 선거를 두고 ‘선거 역사에 남을 만한 선거혁명’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정치의 변화는 정치인이나 정당이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변화시켜야 한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만드는 선거였다”면서 “내년 대선정국은 이러한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어느 지도자, 어느 정당이 가장 잘 반영하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20대 총선을 통해 민심은 여당의 참패, 야당의 압승이라는 심판을 내렸다. 여당의 패배는 집권당의 오만과 독주에 대한 제동, 나아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현 정권에 대한 경종이자 분노의 표현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야당의 승리는 정국 운영의 견제와 비판이라는 대임이 부여되며 16년 만에 3당 체제가 가동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집권여당 과반 의석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영 가도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20대 국회에서 집권 여당의 안정적 의석 확보를 토대로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개혁과 경제활성화 입법 등을 여당 주도로 처리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던 터라, 후반기 국정동력 상실은 물론 레임덕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의 결과가 국민들이 열망하는 새로운 ‘정치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모두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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