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라이프] 발레리나에서 태극권 강사로...中 전통문화와 함께 하는 인생 후반전
[소셜·라이프] 발레리나에서 태극권 강사로...中 전통문화와 함께 하는 인생 후반전
  • 이종철 기자
  • 승인 2023.06.15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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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신화통신] 나무 창문으로 햇살이 깃드는 시간, 흰옷을 입은 린다 펑(馮雲黛)이 맨발로 서서 태극권 수업을 시작했다.

◇'맹모삼천지교' 열심 끝에 만난 태극권

태극권 강사로 활약 중인 린다 펑은 원래 무대에서 턴을 돌던 주연 무용수였다.

그는 12세에 발레를 배우기 시작해 홍콩발레단 수석 무용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나이가 들자 고된 연습 끝에 얻은 각종 부상으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병원에 갔지만 서양 의학으로는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친구가 소개해 준 중의를 찾아갔는데, 치료를 한 번 받았음에도 증세가 많이 호전된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너무 신기한 나머지 중국의 전통의학·전통문화에 호기심이 일었다.

지난 5월 20일 린다 펑(馮雲黛)이 수강생들에게 태극권을 강의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제공)

린다 펑은 열성 엄마다. 아들에게 중국어를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최적의 교육 환경을 찾아 맹모삼천지교의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홍콩에 태극 문화를 보급하기 위한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대표 프로젝트-이(李)씨 태극권 제4대 전승자 싱치린(邢啟林)과 인연을 맺게 됐다. 싱치린은 톈진(天津)에 태극 문화 위주로 중국 전통문화 교육을 융합한 학교를 설립했다.

린다 펑은 한번 둘러보자는 마음으로 아들을 데리고 톈진에 갔다. 생각지도 않게 아들이 그곳을 마음에 들어 했다. 아들과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다 보니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어느새 태극 문화에 젖어 들었다.

전에 린다 펑은 '태극권'은 공원에서 노인들이 하던 운동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태극은 권법에 그치지 않고 중국 전통문화의 정수를 담은 생명의 사유 방식"이라며 "이를 통해 심신을 수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집'에서 새롭게 시작한 '인생 후반전'

린다 펑은 매우 전통적인 중국 가정에서 성장했다. 어려서부터 발레와 사랑에 빠진 그는 서양식 예술과 생활방식을 동경했다. 뉴질랜드 사람과 결혼한 후 그의 일상생활은 기본적으로 '서양식'이 됐다.

그러나 태극 문화를 접한 후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딱딱한 나무 의자, 나무 침대에서 생활하면서 하루라도 차를 마시지 않으면 속이 불편하고 어려서 그렇게 먹기 싫던 쌀밥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5월 20일 태극권 강습 중인 린다 펑. (사진=신화통신 제공)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린다 펑의 인생 전반부는 '집 밖'에서 지냈고 이제 후반부는 '집'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 과정에서 태극 문화가 '길잡이'가 됐다.

"반평생 바깥세상을 탐색했고 이제 다시 나 자신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내 부모님이 중국인이고 나 역시 중국인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중국 전통문화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이제 나는 유치원생처럼 천천히 뿌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린다 펑의 고백이다.

그는 여전히 발레를 사랑한다. 하지만 태극을 수련하면서부터 다년간 부상으로 지친 몸을 회복하고 정신도 맑아져 컨디션이 훨씬 좋아졌다. 

◇수석 발레리나에서 인기 태극권 강사로 변신

지난해 7월 이색적인 태극 무용 공연 '극(極)'이 홍콩문화센터 대극원에서 막을 올렸다.

'극'은 '천지창조'에서 '천인합일(天人合一)'에 이르기까지 중화민족이 수천 년 동안 이어온 도법자연(道法自然)·화해천하(和諧天下)의 서사를 시각과 청각으로 표현한 대형 음악극이다. 중국과 서양이 조화를 이루고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번 공연은 관객들에게 전혀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공연에서 선보인 태극 춤은 바로 린다 펑과 그의 스승 싱치린이 공동으로 창작한 것이다.

5월 20일 태극권 강습이 한창인 린다 펑. (사진=신화통신 제공)

린다 펑은 이 같은 크로스오버 문화 공연이 매우 재밌고 또 의미 깊다고 생각했다. 그는 중국 국내외 문화 예술 교류의 중심인 홍콩이 서양 예술을 받아들이는 창구이자 중화 문화를 전파하는 플랫폼이라며, 경계를 뛰어넘어 이문화 간 융합을 촉진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기본기가 탄탄한 탓에 린다 펑은 태극 동작을 배울 때 일반인보다 속도가 훨씬 빨랐다. 주변에서 강좌를 개설해 함께 수련하면 좋겠다고 권유하는 바람에 그는 '펑 선생님'이 되어 여가 시간에 태극 강좌를 운영하게 됐다. 지금까지 100여 명이 함께 수업을 들었다. 그중 상당수가 홍콩에 거주하는 외국인이었고 또 그의 발레 동료들도 수업에 참여했다.

린다 펑은 "수강생들에게 설명을 해주다 보니 더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됐다"며 이제 태극 이론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이 태극 문화의 정교함을 체험할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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