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데이터의 가치 증명한 작은 거인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데이터의 가치 증명한 작은 거인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3.06.12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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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과 정치 모두에서 성공한 입지전적 리더
끊임없는 도전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하는 인생 3막의 절정

[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데이터의 가치 증명한 작은 거인

 

최근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2023년 세계 부호 순위 TOP10에 새로운 이름이 등장했다. 금융 및 미디어 회사인 블룸버그 LP를 설립한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가 7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동안 8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 가장 높은 순위였고, 10위권 밖에 랭크되어 있던 그가 7위로 순위가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를 제치고 1위에 오른 명품 그룹 LVMH(Moet Hennessy. Louis Vuitton)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에 관심이 집중되며 마이클 블룸버그의 TOP10 진입은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 자신이 보유한 블룸버그 L.P의 소유권을 블룸버그 자선 재단(Bloomberg Philanthropies)에 기부할 계획을 밝히며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떠나는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한 그의 ‘인생 3막’을 이슈메이커가 조명해 보았다.

 

마이클 블룸버그 블룸버그 L.P CEOⓒ Bloomberg Philanthropy
마이클 블룸버그 블룸버그 L.P CEOⓒ Bloomberg Philanthropy

 

자수성가한 기업가이자 사업가

인생 3막. 영국의 사회철학자 피터 라스렛(Peter Laslett)은 ‘신선한 인생지도(A Fresh Map of Life)’라는 글을 통해 ‘생애주기 4단계론’을 주장했다. 여기서 그는 ‘제3기 인생론’, 즉 인생 3막의 중요성을 전파했고, 퇴직 이후 건강하게 지내는 노년기(60~90세)를 ‘제3기 인생(the third age)’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기는 보통 은퇴 후 자신의 적성이나 재능에 맞고 자기가 원하고 바라던 활동을 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며 삶을 살아가는 개인적 성취에 방점을 의미를 두는 시점이다. 하지만 기자가 표현한 마이클 블룸버그의 인생 3막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인생 3막과는 결이 다르다.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하며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알려진 마이클은 누구보다 화려한 인생 3막을 지내왔고, 80세를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재산은 불어나고 사회적 명망은 높아지고 있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며 귀감이 되고 있기까지 하다. 기업가이자 정치인이고, 자선가로서 굳은 심지를 지켜나가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가 걸어온 길을 알아보았다.

 

데이터=돈

최연소 이글 스카우트, 미국 대권에 도전했던 가장 부자 사업가, 월가의 황제 등 대단히 특별한 별명과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사람, 바로 마이클 블룸버그 블룸버그 L.P CEO다. 누구보다 먼저 데이터(data)의 가치를 알아보았고, 데이터에서 부(富)의 공식을 가장 성공적으로 정립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의 디지털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1981년 주가 정보를 수집해 월가에 판매하기 시작한 그의 사업은 해를 거듭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매출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당시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데이터의 힘에 집중하며 ‘데이터=돈’이라는 명제를 증명해 보인 것이다. 이후 사업가로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정치인으로서도 굵은 족적을 남기게 된다. 미국 대권주자로 거론되며 사업과 정치 모두에서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자리 잡게 됐다. 산수(傘壽)를 넘긴 나이로 현업에서 은퇴했을 법도 하지만, 현재도 세계 부호 순위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부 기록을 갈아치우려고도 한다. 나아가 AI(인공지능) 기술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부의 공식을 써 내려가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 CEO다.

 

 

12살의 마이클 블룸버그 CEO는 역사상 가장 어린 이글 스카우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 mikebloomberg 홈페이지
12살의 마이클 블룸버그 CEO는 역사상 가장 어린 이글 스카우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 mikebloomberg 홈페이지

 

위기는 기회의 시작

마이클 블룸버그 CEO가 자수성가형 사업가인 것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보스턴의 유대인 가정에서 성장한 그는 유년 시절부터 성공을 향한 추진력과 일에 대한 사랑, 그리고 봉사에 대한 열정이 유난했다. 12살에 그는 역사상 가장 어린 이글 스카우트(미국 보이 스카우트(BSA)의 스카우트 BSA 프로그램에서 달성할 수 있는 최고 성과 또는 등급)로 선정됐고, 존스홉킨스대학에 진학한 후 아르바이트와 대출을 통해 힘겹게 생활과 학업을 이어 나가기도 했다. 전기공학 학사 학위를 가진 그였지만, 독특하게도 하버드대학 MBA 과정에 이례적으로 재직 경력 없이 합격하며 경영학으로 진로를 바꾸게 됐고, 이를 기점으로 그의 인생은 전환기를 맞게 된다. 커리어 전환으로 인해 졸업 후 미국의 4대 투자 은행이었던 살로몬브라더스에 1966년 입사하게 됐다. 그곳에서 주식 거래 및 판매를 감독하면서 빠르게 승진을 거듭했던 그는 1981년 핍립브라더스에 살로몬브라더스가 인수되며 39세의 나이에 직장을 잃게 된다. 인수합병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한순간에 실업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주저앉지 않고 당시 함께 살로몬브라더스에서 나온 동료들과 함께 퇴직금을 시드머니로 삼아 스타트업 창업을 하게 됐다. 살로몬브라더스에서 쌓았던 정보 기술 분야의 경험을 살려 기업 재무 및 경제 정보를 가공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켓 마스터즈 터미널’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소프트웨어는 훗날 하드웨어도 함께 제공하는 ‘블룸버그 터미널’로 이름을 바꾸며 막대한 부를 쌓는 대들보 역할을 하게 됐다.

 

블룸버그 터미널은 블룸버그 통신의 기초가 된 실시간 금융정보 제공 단말기다. 1년에 2만 달러가량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는 웬만한 기업의 대리급 직원의 연봉과 맞먹기에 한국에서는 ‘블대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기업의 주가나 실적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국채, 금리, 과거 기록, 원유나 귀금속 등의 가격변동 내역, 각종 경제지표를 확인하고 비교해 볼 수 있기에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기관 투자가, 전문 투자자들 대부분이 사용할 정도로 대단히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91년 뉴욕타임스(NYT)에 제공되며 이름을 알리게 됐고, 이후 라디오와 TV, 잡지 등을 갖춘 경제 전문 미디어 그룹으로 발전하는 기반이 되었다. 회사의 성장으로 인해 마이클 블룸버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부호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뉴욕 시장 당시 마이클 블룸버그 CEO는 교육과 공공보건과 경제, 예산 등의 영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범죄율과 탄소 배출량 감소에도 큰 공헌을 했지만, 빈곤층에 대한 지표는 이전에 비해 개선된 점을 보여주지 못했고, 벌어지는 소득 격차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mikebloomberg 홈페이지
뉴욕 시장 당시 마이클 블룸버그 CEO는 교육과 공공보건과 경제, 예산 등의 영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범죄율과 탄소 배출량 감소에도 큰 공헌을 했지만, 빈곤층에 대한 지표는 이전에 비해 개선된 점을 보여주지 못했고, 벌어지는 소득 격차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mikebloomberg 홈페이지

 

뉴욕 시장 3선, 美 대권 도전까지의 여정

미국의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미국 역사상 최고의 부자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떠오를 것이다. 여기서 조금 더 확장해 보면,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정치인’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마이클 블룸버그가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에 진행됐던 미국 대선에서 마이클 블룸버그가 출마를 선언했었지만, 이후 경선에서 하차하며 현재의 미국 대통령인 조 바이든을 지지해 그의 당선에 큰 힘을 보탠 바 있다. 만약 그의 2020년 대선 도전이 성공했다면,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정치인 타이틀은 마이클 블룸버그가 가져갔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마이클 블룸버그는 뉴욕 시장으로서 2002년부터 2013년까지 3선에 성공하며 지지도를 높였고, 이는 훗날 그가 미국 대권주자로 발돋움하는 기반이 되었다. 정치권으로 눈을 돌렸을 당시 그는 낮은 지지도와 치열한 당내 경선을 극복하지 못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겼고, 뉴욕 시장으로의 당선 가능성도 희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2001년 발발한 9·11 테러 사건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며 지지도는 치솟았고, 결국 2001년 11월의 선거 결과 50.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뉴욕 시장으로 당선됐다. 이후 12년간 술집과 공원에서 흡연을 금지하거나 약 400,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교육과 공공보건과 경제, 예산 등의 영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범죄율과 탄소 배출량 감소에도 큰 공헌을 했다. 반면 빈곤층에 대한 지표는 이전에 비해 개선된 점을 보여주지 못했고, 벌어지는 소득 격차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 것으로 평가받았다. 중산층에서의 인기와는 달리 저소득층에서는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은 그의 정치 인생에서의 오점 중 하나로 남아있다.

 

 

AI에 오랫동안 투자를 단행해 왔던 마이클 블룸버그 CEO는 최근 금융 분야에 특화한 초거대 언어모델(LLM)인 ‘블룸버그GPT’를 개발했다고 밝히며 새로운 부의 공식을 보여줄 준비를 마쳤다.ⓒ flickr.com
AI에 오랫동안 투자를 단행해 왔던 마이클 블룸버그 CEO는 최근 금융 분야에 특화한 초거대 언어모델(LLM)인 ‘블룸버그GPT’를 개발했다고 밝히며 새로운 부의 공식을 보여줄 준비를 마쳤다.ⓒ flickr.com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업과 정치로 막대한 부와 명예를 얻은 그였기에, 마이클 블룸버그의 사회 환원 활동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매우 높다. 의심에서의 관심이 아닌, 믿음에서의 관심이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마이클 블룸버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며 ‘최대 규모의 기부’라는 타이틀을 다수 갖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한 그는 2018년, 자신의 모교인 존스홉킨스대학에 저소득층, 중산층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 재원으로 18억 달러(당시 약 2조 400억 원)를 기부했고, 이는 미국 대학 기부 역사상 최대 금액으로 기록되어 있다. 졸업 후 5달러 기부로 시작한 그의 기부 활동은 누적 기부액 64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숫자로 ‘철학의 실천’이라는 시선을 받고 있다. 당시 그는 뉴욕타임스에 기고를 통해 “한 해 6,000달러도 벌지 못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나는 국가 장학금, 학자금 대출, 근로장학금으로 존스홉킨스대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장이 내게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준 덕분에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었다”라며 “주머니 사정에 따라 대학 입학이 결정되면 가난이 대물림된다. 기회의 문을 넓히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기대한다”라고 전한 바 있다.

 

지난 4월에 그는 또다시 최대 규모의 기부 활동을 이어갔다. 자신의 전 재산을 ‘영구적인 목적의 트러스트’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트러스트는 자선 목적을 위해 영구히 운영되도록 설립됐고, 특정인이 설립 목적을 위반해 독단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 그동안 교육은 물론 공중 보건, 예술, 환경 등에 관련된 다양한 단체에 약 144억 달러를 기부해 왔던 그는 이번 기부 선언으로 ‘기부왕’으로서 종지부를 찍게 됐다. 내용을 이렇다. 자신이 소유한 블룸버그 L.P의 소유권을 블룸버그 자선 재단(Bloomberg Philanthropies)에 넘겼다. 향후 블룸버그 통신 운영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금 전액이 재단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약 945억 달러일 것으로 추정되며, 향후 마이클 블룸버그의 두 딸이 이를 관리·감독하게 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지난해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가 기후 변화 대응과 환경 보호에 써달라며 회사 소유권을 비영리 환경단체에 넘긴 모델을 따르려 한다는 평가도 받고 있고, 일부에서는 이런 조치가 사업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그의 이 같은 결정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부 기록을 갈아치우게 됐다.

 

더 화려해지는 인생의 3막

데이터 비즈니스의 신화를 이끌어간 마이크 블룸버그의 도전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무형의 데이터는 아직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고, 최근에는 AI 기술과 맞물리며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를 놓칠 마이크 블룸버그가 아니다. 이미 그는 AI에 오랫동안 투자를 단행해 왔고, 최근 금융 분야에 특화한 초거대 언어모델(LLM)인 ‘블룸버그GPT’를 개발했다고 밝히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금융 데이터를 모아온 마이클 블룸버그가 새로운 부의 공식을 보여줄 준비를 마친 것이다.

 

블룸버그GPT의 매개 변수 개수는 500억 개, 7,000억 개 이상의 토큰이 있는 대규모 훈련데이터셋을 생성해 최근 나온 초거대 언어모델 중에서는 작은 편에 속하지만, 일반 자연어 성능 테스트에서 밀리지 않는 성능을 보이고 있다. 금융 관련 작업에선 기존 모델보다 확실히 우수한 성능을 나타냈다고도 블룸버그 측은 전한다. 아직은 오픈AI사의 챗GPT처럼 사용가능한 서비스를 내놓지 않았지만, 블룸버그의 이러한 움직임은 특정 영역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들이 자체 초거대 언어모델의 개발에 동참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어려운 조작법과 높은 이용료로 사용과 접근이 쉽지 않았던 블룸버그 단말기의 불편한 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능들이 담길 예정이기에, 기업 및 투자자들이 경제 동향을 이해하고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로 활용될 블룸버그GPT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 데이터와 정보 서비스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었으며, 경제 및 금융 관련 전문성을 갖춘 조직인 블룸버그 L.P를 이끌고 있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정치인, 자선가로서 인생 3막의 절정에 다다른 마이클 블룸버그.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작은 거인이 남길 족적(足跡)에 더 큰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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