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IM Interview] 둘리 아빠, 만화가 김수정
[이슈메이커_ IM Interview] 둘리 아빠, 만화가 김수정
  • 김갑찬 기자
  • 승인 2023.05.31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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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마흔 살 둘리에게 전하는 진심

 

 

사진=김갑찬 기자
사진=김갑찬 기자

 

시대와 세대 잇는 유일한 토종 캐릭터, 둘리

공자의 논어에 따르면 사람 나이 마흔은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다며 ‘불혹(不惑)’이라 일컬었다. 그러나 이미 수 천 년 전에 완성된 논어의 내용은 21c를 살아가는 우리와는 다소 괴리감이 있다. 실제로 올해 40살이 된 기자 역시 여전히 세상의 풍파에 휘둘리며 혹하길 반복하고 있다. 1983년 4월 22일 빙하 타고 우이천으로 떠 내려와 도봉구 쌍문동 고길동 씨 집에 터를 잡은 자타공인 국민 만화 캐릭터 아기공룡 둘리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지도 올해로 딱 40년째다. 호잇 호잇 초능력을 외치며 천둥벌거숭이처럼 쌍문동 이곳저곳을 휘젓던 둘리와 그의 친구들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깐따삐야 별에서 온 외계인 도우너, 서커스단에서 탈출한 타조 또치, 자칭 쌍문동의 슈퍼스타인 무명 가수 마이콜, 그리고 어느 날 들이닥친 둘리와 동고동락하게 된 집주인 고길동까지 이들의 근황이 문득 궁금해진 2023년 6월이다.

 

이처럼 유년의 추억을 함께하며 성장했던 아기공룡 둘리가 그리운 이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둘리 탄생 40주년을 맞아 1996년 개봉됐던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이 더 선명해진 화질과 풍부한 색감을 더한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 소식을 알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극장가에서는 ‘스즈메의 문단속’, ‘슬램덩크’ 등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이 강세를 보였기에 둘리가 국산 만화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을지 영화계의 관심도 집중되는 상황이다. 1983년 만화잡지 보물섬에서 첫 등장한 둘리는 만화책과 TV 애니메이션, 영화는 물론 먹거리와 생활용품 등에도 등장할 정도로 지난 40년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보적 만화 캐릭터였다. 둘리와 유년기를 함께한 3040 세대에게는 추억을, 유튜브와 밈으로 둘리를 접한 1020세대에게는 새로움을, 이처럼 이번 영화의 개봉이 서로 기억하는 방식은 달라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둘리를 향한 반가움과 애틋함을 표현하며 시대와 세대를 잇는 콘텐츠로 더 많은 이에게 감동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의 재개봉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 중인 둘리 아빠 김수정 화백의 이야기를 이슈메이커가 함께한 이유이기도 했다.

 

 

ⓒ둘리나라
ⓒ둘리나라

 

요즘 일상은 어떠한가

“사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찾아주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았다. (웃음)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의 재개봉과 둘리 탄생 40주년을 맞아 갑자기 인터뷰 스케줄이 늘어나며 최근 중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최근 가장 핫한 예능 ‘유퀴즈’에도 출연하지 않았나

“사실 처음 제작진을 통해 섭외 요청이 왔을 때 ‘내가 출연해도 될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됐다. 국민 MC 유재석 씨가 진행하며 저 역시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이전까지 워낙 유명하신 분이 많이 출연했고 영향력도 높은 프로그램이기에 제가 나가서 큰 울림을 전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유재석 씨와 조세호 씨가 워낙 편하게 이끌어줬고 편집도 잘 해줘서 다들 재미있게 봐주신 것도 같다. 특히 이전까지는 거리를 다녀도 알아봐 주는 분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식당에서 ‘둘리 아빠 맞죠?’라고 물어보는 분이 많아졌다.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은 어떻게 재개봉하게 됐나

“둘리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실 제가 추진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웃음) 한국 영상원의 프로젝트 중 하나가 과거의 콘텐츠를 복원하는 작업이었고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이 선정됐다. 디지털 복원으로 화질과 색감을 살렸고 이를 묵혀두기 아까워 국내 여러 영화제가 출품하며 소개했다. 현장 반응이 생각 이상으로 뜨거웠기에 관계자들 중심으로 리마스터링 버전 재개봉이 확정됐다.”

 

 

ⓒ둘리나라
ⓒ둘리나라

 

이번 작품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관람하면 좋을까

“1996년 개봉 이후 27년 만에 재개봉이지만 내용을 빼거나 더한 것은 전혀 없다. 오롯이 디지털 복원 작업물 그대로 재개봉한 것이다. 그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것처럼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으니 둘리의 팬이라도 당시 작품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따라서 리마스터링 버전이라는 생각보다 처음 관람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앞설 수 있다. 더욱이 어린 시절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영화관을 찾았던 당시 아이들이 지금은 성인이 되어 본인의 자녀와 함께 둘리를 마주할 수 있는 경험이 그 무엇보다 특별하지 않을까? 나의 친구이자 엄마, 아빠의 친구인 둘리가 시대와 세대를 이으며 감동을 전하리라 본다.”

 

27년 만에 다시 관람한 작품은 어땠나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제가 재개봉 과정에 참여한 부분도 그리 많지 않고 내용이 달라진 것도 아니기에 완성본을 마주하고도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먼지 쌓은 오래된 비디오 테이프를 손으로 쓰윽 닦아낸 느낌의 개운함과 선명함 정도였다. 다만 영화 개봉 당시와 지금의 영화관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심지어 당시 개봉관을 잡기 힘들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지금은 편안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이번 작품을 관람하니 애지중지 키운 큰아들을 좋은 곳으로 장가보내는 기분이 들었다.”

 

 

사진=김갑찬 기자
사진=김갑찬 기자

 

목표로 하는 관객 수가 있다면

“배급사 입장에서는 싫어할 수도 있으나 사실 관객 수에는 큰 욕심이 없다. 물론 27년 만에 재개봉이기 기대치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극장가를 장악하며 둘리가 한국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을 지켜주길 바란다는 관계자의 반응도 공감한다. 그러나 이번 작품이 대성공을 거두고 많은 분이 봐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둘리가 부모와 아이의 추억과 감성을 공유해 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래도 27년 개봉 당시의 관객 수보다는 더 많은 분이 봐주지 않겠냐는 희망도 놓지는 않는다. (웃음)”

 

이번 영화를 관람하게 될 이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는

“27년 전 개봉작이며 당시 기술적으로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기에 어쩌면 작품성이 결여된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당시의 상상력이 지금과 비교하면 조금 더 순수하고 깨끗하며 깔끔하지 않았을까? 따라서 이번에 재개봉하게 된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를 관람한다면 처음 얼마 동안은 낯설고 어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러닝타임이 흐르면 당시의 감성과 감정에 몰입되며 유년 시절의 자신과 마주하리라 본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이지만 둘리와 함께 그 시절 순수했던 자신을 떠올려 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둘리나라
ⓒ둘리나라

 

둘리는 어떻게 세상에 등장했나

“제가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던 당시는 이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았다. 5대 사회악이라 평가받기도 했으며 지하 문화처럼 바라보는 이들도 많았다. 따라서 만화가의 창작이 존중받기보다 출판 전 모든 내용을 검열 받아야 할 정도였다. 당시 제가 준비했던 작품 역시 어린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아이 중심의 만화였는데 어린이가 메인 캐릭터가 된다면 아무래도 제약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약간의 꼼수(?)를 부렸던 것이 아이가 아닌 동물의 이야기면 괜찮지 않겠냐고 생각했고 그렇게 둘리가 탄생할 수 있었다.”

 

대중이 오랜 시간 둘리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둘리가 초능력을 사용하기도 하며 시공간을 이동하기에 판타지적인 요소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우리가 사는 모습을 투영하고자 했다. 평화롭던 고길동 가족이 둘리와 그 친구들이 함께하게 된 후 갈등과 웃음이 반복되는 상황은 우리네 평범한 가족과 크게 다를 것 없다. 특별한 것 없던 우리의 일상이 대중에게 공감으로 다가갔으며 이러한 감정이 성인이 되어서도 공유되기에 둘리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

 

 

ⓒ둘리나라
ⓒ둘리나라

 

나이가 들면 고길동이 불쌍해진다던데

“사람들이 참 간사하고 치사하다. (웃음) 최근 둘리를 포함한 만화 속 캐릭터의 대중적 평가가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 부분 달라졌다. 특히 둘리를 사고뭉치 악동으로 묘사하고 고길동은 보살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러니하게 지금 고길동을 지지하는 성인 대부분이 과거 ‘둘리를 괴롭히는 나쁜 고길동 아저씨를 혼내주세요.’라며 항의(?)했던 아이들이었다. 시간이 흘러 자신이 상황이 변하며 고길동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는 만화가 유행했던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어린이들은 둘리와 친구들을 응원했다면 그때도 어른들은 둘리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리도 고길동 모두 예나 지금이나 항상 그 자라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할 뿐이다. 따라서 둘리가 좋아서 만화에 빠져들었다가 나이가 들면서 고길동의 상황에 연민을 느끼고 감정 이입하는 것도 당연히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다.”

 

좋은 만화의 정의를 내리자면

“오랜 시간 꾸준히 들어왔던 질문인데 항상 답변하기가 가장 어려웠다. 좋은 만화라는 것이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대중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불가능하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영향력과 감동으로 전해질 수 있으나 어떤 사람에게는 반대의 경우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좋은 만화의 정의를 직접적으로 내리기보다 그 작품을 그린 작가 스스로가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 만화가 좋은 만화이다. 설령 대중의 평가는 물음표더라도 작가가 해당 작품을 마치며 진심을 다했다면 그 만화는 좋은 만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스케줄이 이어지는 강행군 속에도 둘리 아빠 김수정 화백은 인터뷰 내내 때론 둘리의 천진난만함으로 때로는 만화계의 큰 어른다운 감동과 울림으로 이슈메이커의 질문에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40살 생일을 맞이한 둘리에게 “지난 40년간 둘리는 내 자식 못지않은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그럼에도 약관과 이립을 넘어 불혹을 맞이한 자식 같은 둘리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미안함이 앞섭니다. 둘리야, 무심한 애비를 이해해 주길 바란다. 지금까지도 늘 함께해 줘서 고마운 마음이고 네가 지천명, 즉 50살이 될 때면 애비로서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할 테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라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담으며 인터뷰를 마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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