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즉문즉답’ 소통 행보에 호평과 불안 공존
[이슈메이커] ‘즉문즉답’ 소통 행보에 호평과 불안 공존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06.2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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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 시도’ 평가 속 개선 요구 목소리도
정제되지 않은 답변으로 인한 논란도 야기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즉문즉답’ 소통 행보에 호평과 불안 공존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민통합 행보와 언론과의 소통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취임 후 기존에 찾아보기 어려웠던 언론과의 출근길 문답을 계속 진행하며 국민이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한 최고 통치자의 속내를 직접 듣게 되어서다. 이른바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이다.
 
 
ⓒRepublic of Korea/Flickr
ⓒRepublic of Korea/Flickr

 

취임 이튿날부터 시작된 도어스테핑
도어스테핑은 언론계에서 주로 쓰는 용어로 직역하면 ‘문 앞에서 걷고 있다’ 정도로 해석된다. 흔히 주요 인사가 문을 드나들 때를 기다렸다 간단한 문답을 주고받는 걸 일컫는다. 윤 대통령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실을 옮기고 기자들과 한 건물을 쓰면서 가능해진 풍경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대통령실에 출근하는 통로가 정해져 있고, 시간도 비교적 일정해 ‘뻗치기’라는 기자들의 은어보다는 ‘도어스테핑’이라는 용어가 정착됐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은 취임 이튿날부터 시작됐다. 5월 11일 오전 청사로 들어선 그는 출입 기자들에게 첫 출근 소감으로 “취임사에 통합 이야기가 빠졌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데 (통합은)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출근길 문답을 통해 전날 취임사에서 부족했다고 여겨진 부분을 해명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실제 국정 현안과 관련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때 약식 회견을 활용하고 있다. 대선 당시 밝혔던 상시적 소통과 기자실 방문 공약을 지켜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전직 대통령들이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점에 비추면 대통령과 기자들 간에 각본 없이 실시간 질문과 답변이 이뤄지는 모습은 파격적이다. 대통령실 역시 “역대 대통령과 비교 불가능한 소통 방식과 횟수를 통해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했다”고 자평했다.
 
전문가들 역시 윤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이란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열어가고 있는 모습에 대해 호평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 입장에서 보면 과거 대통령의 말은 대변인이나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그것도 의중을 전하는 방식으로 들을 수밖에 없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면서 “현재 윤 대통령의 약식 회견이 상당히 제한적이긴 하지만 대통령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면에서 한층 진전된 소통 방식임에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약식 회견이 한국 정치가 가진 무거운 정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동안 엄숙한 분위기 속에 주로 진행되던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약식 회견 등을 통해 수시로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변화한다면, 여기서 나오는 다양한 논의들이 정책에 반영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 긍정적 측면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시작한 약식 회견이 한국 정치가 가진 무거운 정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제20대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시작한 약식 회견이 한국 정치가 가진 무거운 정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제20대 대통령실

 

취임 초 ‘인사’에서 ‘경제’ 문제로 주제 넓어져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6월 17일까지 총 17번의 도어스테핑을 했다. 휴일과 외부 행사가 있는 날을 제외하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길에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았다. 그간의 내용을 살펴보면 취임 초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등 인사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인사에 대한 의견을 많이 밝혔지만, 최근 들어 경제 분야를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주제별로 살펴보면 경제 문제가 언급된 날이 10회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인사 문제를 이야기한 날이 9회였다. 이어 국회와 정치권에 대한 문제가 5회, 북한 문제 4회, 외교 관련 3회, 김건희 여사 문제 언급이 3회였다.
 
5월 20일 도어스테핑에서 한미 정상회담 이후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제로섬으로 볼 필요가 없다. 중국과의 관계도 경제 관계를 잘해나가면 된다”고 말했고, 5월 23일에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과 관련해 “룰을 만드는 과정에 우리가 빠지면 국익에 많은 피해가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려와 중국의 경계심을 고려해 직접 한·중 관계 방향을 설명한 것으로 이에 대해 국내 산업계의 우려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어 5월 30일에는 추가경정예산안 추진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해 “지금 영세 자영업자들이 숨이 넘어간다. 그걸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추경 추진의 필요성을 피력했고, 지방선거 이후 선거 결과를 두고 질문이 나오자 “지금 경제위기를 비롯한 태풍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왔다. 정당의 정치적 승리를 입에 담을 상황이 아니다”며 고물가와 저성장 등 경제위기 상황 타개에 주력할 뜻을 밝혔다.
 
 
다양한 주제의 질문에 직접 대답하다 보니 윤석열 대통령 특유의 ‘직언’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다양한 주제의 질문에 직접 대답하다 보니 윤석열 대통령 특유의 ‘직언’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특히 윤 대통령이 약식 회견에서 전하는 경제 관련 발언은 정부 정책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가리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6월 7일 도어스테핑에서 화물연대 파업 문제가 나오자 “사용자의 부당 노동행위든, 노동자의 불법 행위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9일에는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공부를 한 것과 관련해 “첨단산업으로 우리 산업 구조가 고도화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사회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14일에는 “공급사이드에서 물가상승요인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공급사이드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화물연대 파업은 안전 운임제 일몰 연장으로 파업 일주일 만에 정리가 됐지만, 정부는 이후에도 불법 행위를 한 조합원들에 대한 체포는 이어가는 등 불법 행위에는 엄격하게 대처했다. 또한 정부와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 발언 이후 규제완화책이나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 등에 첨단산업 지원을 먼저 넣었고, 유류세 인하와 할당관세 확대 등 공급 부문의 물가 안정 대책도 내놓았다.
 
또한 17일 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 “글로벌 경쟁을 해나가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법인세(21.5%)라든지 이런 걸 지켜줘야 기업이 경쟁력이 있고 그렇게 해야 또 여러 가지 부가가치가 생산되지 않겠느냐”며 “시장 매커니즘이 역동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중산층과 서민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제를 복원해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국정 철학을 명확히 한 것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의 약식 회견을 두고 “하고 싶은 말만 던지고 가는 백브리핑이 진정성이 있나”라며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의 약식 회견을 두고 “하고 싶은 말만 던지고 가는 백브리핑이 진정성이 있나”라며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특유의 ‘직언’이 논란 일으키기도
다만 다양한 주제의 질문을 참모를 거치지 않고 직접 대답하다 보니 윤석열 대통령 특유의 ‘직언(直言)’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탓에 윤 대통령의 답을 참모가 다시 ‘재해석’해 설명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6월 10일 대통령실로 출근하면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력에 대해 “음주운전 그 자체만 가지고 이야기 할 게 아니다”며 “음주운전도 언제 한 것이며, 여러 상황이라든가 가벌성이라든가 도덕성 같은 것을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을 두고 범죄를 저지른 음주 운전자를 옹호하는 취지로도 읽힌다며 질타가 이어지자 대통령실이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장관 후보자 의혹에 대한) 제반사항을 깊이 들여다 봐야겠다는 뜻으로 들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보고했느냐 아니냐를 밝힐 수 없지만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께) 충분히 보고가 들어갔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단체 시위에 대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현직 대통령실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법대로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당장 야당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전직 대통령 사저 앞에서 욕설까지 섞인 시위가 계속되는데도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는커녕 무책임한 발언은 오히려 극우단체의 시위를 부추기는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불리한 이야기가 나오면 피하고, 하고 싶은 말만 던지고 가는 백브리핑이 진정성이 있나”라며 “언론과 정치의 권력관계에 있어 (윤 대통령의) 백브리핑에 언론이 활용되고 있다. 언론과의 만남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소통 의지에는 높은 점수를 주면서도, 약식 회견이라도 정제된 입장을 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칫 대통령의 발언이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매일 아침 대통령께서 출근하시면서 기자들을 만나는 것은 신선하고 좋다”면서도 “그렇지만 거기에서 자꾸 말실수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대통령실은 물론 여당에서도 도어스테핑 횟수를 줄이거나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과 같은 약식 회견은 한번 줄이면 다시 늘리기 힘들고,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없어질 가능성도 크다. 정치권에 오랜만에 도입된 좋은 시도인 만큼 대통령의 초심이 유지되어 향후 정부 부처에까지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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