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외치는 '넥스트 테슬라'
[이슈메이커_ Cover Story]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외치는 '넥스트 테슬라'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2.05.16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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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자동차 마니아가 만들어가는 전기차 기업

시총 기준 세계 완성차 업계 3위, 경험과 양산 능력 확보가 주요 변수

[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외치는 '넥스트 테슬라'

 

신생 전기차 업체인 미국 리비안오토모티브(이하 리비안)의 몸값이 지난해 11월 뉴욕 증시 데뷔와 동시에 118년 역사의 자동차 기업 포드를 훌쩍 넘어섰다. 세계 최초로 전기 픽업트럭을 양산하며 ‘제2의 테슬라’로 불릴 정도 불리는 이유다.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지배하는 전기차 시장의 다음 ‘빅 플레이어’가 리비안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을 정도. 이에 이슈메이커가 로버트 스카린지 리비안 CEO에 대해 알아보았다.

 

 

로버트 스카린지 리비안오토모티브 CEOⓒ flickr: Richard Truesdell
로버트 스카린지 리비안오토모티브 CEOⓒ flickr: Richard Truesdell

 

아마존이 선택한 전기차 기업

지난해 11월 리비안이 나스닥에 상장할 당시에는 공모가인 78달러보다 29.14% 오른 100.73달러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773억 달러의 포드를 훌쩍 뛰어넘는 860억 달러(약 102조 원)로 GM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때문에 복수의 전문가들은 리비안을 ‘넥스트 테슬라’라 지칭하며 높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당시 리비안이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은 119억 달러로 2014년 알리바바 이후 최대이자 미국 증시 역사상 6번째 규모이니 이러한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상장 후 현재까지 리비안이 보여준 행보는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 지난해 9월 전기 픽업트럭 R1T를 출시한 후 10월 말까지 차량 167대를 고객에게 인도한 것이 눈에 보이는 실적이다. 같은 연도의 순손실만 10억 1,800만 달러에 이르며, 과거의 테슬라처럼 생산 초기에 발생하는 품질 불량이나 차질을 우려하는 시선도 생기는 까닭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와 투자자들은 전기차 시장 자체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에 리비안의 사전 계약 물량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리비안은 전기 SUV 라인업인 R1S의 사전 계약 물량이 4만 8,000여 대에 이르고, 아마존으로부터 배송트럭 10만 대를 선주문받았다. 물론 이 과정이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를 견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리비안을 지원한다는 분석도 있지만, 10만 대 선주문은 사실이다. 게다가 포드 역시 사업다각화를 위해 리비안 초기 투자에 참여했을 정도로 업계에서 리비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적이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보통의 성장기업들은 향후 성장과 확장 잠재력을 투자하는데, 한 해 14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이 중 11억 달러를 R&D에 투자한 리비안은 실제 자동차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엄청난 규모를 투자하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리비안오토모티브는 아마존으로부터 배송트럭 10만 대를 선주문받으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진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발사 라이브 당시 리비안의 R1S를 직접 운전해 발사장으로 가는 모습.ⓒ Blue Origin Twitter
리비안오토모티브는 아마존으로부터 배송트럭 10만 대를 선주문받으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진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발사 라이브 당시 리비안의 R1S를 직접 운전해 발사장으로 가는 모습.ⓒ Blue Origin Twitter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 관한 것’

이처럼 상상 이상의 행보를 보이는 리비안의 CEO인 로버트 스카린지는 어떠한 인물일까? 지난해 9월 ‘R1T’을 출시하며 최초의 전기 픽업트럭 생산 업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리비안을 이끄는 로버트 스카린지는 유년시절부터 자동차 매니아로 이웃의 포르셰 차량 개조를 도울 정도로 열정이 넘쳤고, 클래식 자동차에 집착 수준의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미 이때부터 그는 자동차 회사 설립의 꿈을 키워오고 있었고, 엔지니어였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의 슬론자동차연구소(Sloan Automotive Lab)에서 2009년에 박사학위를 받게 된다. 이후 자신의 고향인 폴로리다주 멜버른으로 돌아가 리비안의 전신인 메인스트림 모터스(Mainstream Motors)를 설립하고 시장의 수요만 생각하지 않고 지구의 미래와 자연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동차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자동차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R&D에 매진했고, 4년의 시간에 걸쳐 전기자동차 시장의 틈새 분야를 찾아냈다. 바로 트럭과 고급 SUV 시장인 것이다. 이후 그는 10년 가까이 회사의 혁신적인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개발해나가기 시작했고, 마침내 2018년 11월, 로스앤젤레스 오토쇼에서 7인승 전기 SUV R1S와 전기 픽업트럭 R1T를 공개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남다른 사업수완도 선보인다. 그는 오토쇼 공개에 앞서 전기차 양산을 대비하기 위해 2017년 일리노이주 노멀에 있는 폐업한 미쓰비시 자동차 공장을 1,600만 달러에 인수하고 2019년 2월 아마존의 투자를 성사시킨다. 같은 해에 포드의 투자를 받으며 총 28억 5천만 달러를 조달, 추가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의 추가가 이어지며 본격적인 상장 준비를 시작한다.

 

 

로버트 스카린지 리비안오토모티브 CEO는 스스로를 ‘아내, 세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내 생활의 5% 정도’라고 말할 정도로 지독한 일벌레이기도 하다.ⓒ 리비안오토모티브
로버트 스카린지 리비안오토모티브 CEO는 스스로를 ‘아내, 세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내 생활의 5% 정도’라고 말할 정도로 지독한 일벌레이기도 하다.ⓒ 리비안오토모티브

 

이처럼 빠르게 자신의 꿈을 향해 빠르게 달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로버트 스카린지 자신이 추구하는 명확한 기업의 방향성과 남다른 카리스마 경영, 그리고 일벌레 성향이 한 몫을 한다. 그는 자신의 창업 배경에 대해 “지역의 대기질이나 기후변화 등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문제에는 자동차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교통수단을 지속가능하고 탄소중립적으로 만드는 데 일생을 바치기로 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현재 리비안이 테슬라와 비교되고 있지만, 테슬라의 ‘인류의 화성 이주’와 같은 거창한 목표를 내세운 게 아니라 내부적으로 “이것은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 관한 것(It’s about our kid’s kid’s)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것이 내가 이 회사를 시작한 이유”라고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힐 정도로 대단한 혁신보다는 사회의 안녕과 지속가능성에 더 큰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과 경영에 임하는 그의 자세는 조금 다르다. 뉴욕타임즈가 “스카린지는 회사 화장실 타일의 색상부터 조립 공장의 조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통제한다”라고 전할 정도로 운영 전반에 개입하는 ‘독재자’라는 평도 받고 있고, 스스로 “아내, 세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내 생활의 5% 정도”라고 말할 정도로 지독한 일벌레이기도 하다. 리더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는 조금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그의 성향 덕에 리비안이라는 기업이 수면 위로 떠 올라 끝 모르는 항해를 시작하게 되었을 것이다.

 

 

2018년 11월, 로스앤젤레스 오토쇼 R1S와 R1T를 공개한 리비안은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리비안오토모티브
2018년 11월, 로스앤젤레스 오토쇼 R1S와 R1T를 공개한 리비안은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리비안오토모티브

 

제2의 테슬라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2가지 과제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뒤따르는 우려의 시선도 크다. 리비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스닥 상장 이전부터 고질적으로 지적받아왔던 실제 양산차의 태부족이다. 높은 성장 가능성에 투자는 단행되었으나, 이에 걸맞은 이렇다 할 성과를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에는 리비안의 생산 차질 전망이 나오며 하루아침에 주가가 폭락했던 것이다. 당시 폭락의 이유는 로버트 스카린지의 2021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생산 목표보다 수백 대가 부족하다. (중략) R1T 전기 픽업트럭과 R1S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을 단기에 늘리는 것은 복잡한 오케스트라와 합주와 같다”라고 밝힌 것이 화근이 됐다. 공급망 문제로 당해 연도 생산 목표인 1,200대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의미로 전해진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가속하고 금리 인상을 서두르겠다고 밝히면서 기술주가 직격탄을 맞은 것 역시 당시 리비안 주가 폭락에 추가 악재로 작용했다. 게다가 폭락이 있었던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부 전기 픽업트럭의 납품을 또 한 번 연기하기에 이른다. 2020년 R1T 모델의 출고 연기에 이어 두 번째였다. 이 두 번의 연기는 코로나 펜데믹의 여파로 반도체 칩 대란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결론은 높지 않은 전기차 양산 능력인 것이었다. 때문에 리비안은 생산능력 강화를 위해 조지아주에 새로운 공장을 세울 계획을 밝혔지만, 이는 2024년에 완공될 예정이라 당장의 양산 능력을 보강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포드가 자사의 전기트럭 ‘라이트닝 F-150’을 양산한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지자 리비안의 주가가 10% 가까이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FORD
포드가 자사의 전기트럭 ‘라이트닝 F-150’을 양산한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지자 리비안의 주가가 10% 가까이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FORD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신들에게 투자했던 포드가 자사의 전기트럭 ‘라이트닝 F-150’을 양산한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지자 주가가 10% 가까이 폭락하는 사태가 또다시 벌어졌다. 투자 단행 당시 포드는 자사 주력상품인 F시리즈의 잠재적 경쟁 상대가 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전기차 공동개발을 선언했었지만, 지난해 11월 포드와의 전기차 공동개발 계획이 철회되며 위기는 예견된 상황이었다. 공동개발 철회에 두 기업의 방향성은 달라졌다. 포드는 개발과 함께 양산 시스템을 구축했고, 리비안은 그러지 못했다. 결국 포드는 지난달 20만 대의 사전 예약을 받으며 구매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리비안은 양산 능력을 의심받으며 주가 하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제조 기반의 기업에게 양산 기반 능력의 보유가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상이 된 것이다. 제2, 제3의 테슬라의 탄생을 많은 이들이 원하고 기대하고 있지만, 그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리비안이 테슬라를 잡을 다크호스로 여겨지면서 상장 대박을 터트린 게 사실이지만, 대량생산 경험이 없고 양산화까지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완성차업체의 생산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어 당분간은 전기 픽업트럭 시장에서 포드의 약진이 예상된다”고 전한 바 있으며, “리비안이 시총 기준으로 전 세계 완성차 업계 3위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생산 능력이 업계 3위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완성차 대량 생산 경험, 그리고 양산 능력 확보. 이 두 가지 요소의 충족이 리비안이 제2, 제3의 테슬라로 성장할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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