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가성비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 서재창 기자
  • 승인 2016.03.0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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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서재창 기자]

 

 

가성비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합리적인 소비 성향을 반영하는 가치
 



지난 2015년부터 국내 소비시장의 흐름에서 화제가 된 키워드 중 하나는 가성비다. 동년 발간된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16’에서는 브랜드보다 가성비의 가치가 대두하는 한 해가 될 것을 전망하기도 했다. 가격 대비 성능 비율을 일컫는 가성비는 장기화한 경기침체로 위축된 소비자의 소비심리를 완화해 이익을 창출해내는 돌파구가 됐다. 저렴한 가격과 기대 이상의 품질로 경쟁하는 가성비의 효과에 대한민국은 주목하고 있다.

 



가성비를 내세운 기업의 경영 전략

서울대학교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의 2016년도 소비 전망에 따른 분석 결과는 사치의 시대가 가고 가치의 시대가 온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예로 명품을 통한 재테크로까지 유명했던 ‘샤넬(CHANEL)’은 지난 2015년 3월, 일부 제품의 가격을 20%까지 인하하는 충격을 줬고, 지난 5월에는 명품 브랜드 ‘구찌(GUCCI)’가 이례적인 반값 세일을 열며 동종업계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높아진 소비자의 안목은 브랜드의 가치로 신뢰를 얻는 시대보다 소비자끼리의 소통을 통해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고 ‘가성비’를 중요한 척도로 내세웠다. 오늘날 소비 경향의 화두인 가성비는 전 산업 분야에 걸쳐 핵심적인 경영 전략으로서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소비자의 구매형태가 브랜드 네임의 가치에서 높은 가성비의 제품을 추구함에 따라 각 기업은 이를 반영한 제품과 관련 마케팅을 진행하게 됐다. 가성비를 앞세운 기업의 성과는 지표로 나타난다. 작년 9월, SK텔레콤과 TG컴퍼니가 협업해 제작하고 출시된 중저가 휴대폰 ‘루나’는 44만 원의 출고가로 시작해 4만 대 이상이 판매되는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 이에 ‘2015 소비자선정 스타브랜드 대상’ 시상식에서 TG컴퍼니의 루나는 중저가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를 높인 성과를 인정받아 스마트폰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는 가성비 효과가 침체한 스마트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중저가폰으로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끈 루나폰 ⓒSK텔레콤



도시락 경쟁이 뜨거운 편의점 업계에서도 가성비 전략은 통용되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 부문은 저렴하고 풍성한 양의 식사를 찾는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수요가 급증해 연평균 4, 50%의 고성장을 거듭해왔다. 90년대 초반에 등장한 편의점 도시락은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거치며 2000년대 말부터 부활을 예고했다. 현재 도시락 판매량은 담배를 제외하고 단일 품목으로서 1위 상품으로 기록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은 상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된 데 있습니다. 작년부터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아졌습니다”고 말하며 가성비의 효과를 언급했다. 가구 업계에서도 가성비 마케팅은 시장의 판도에 변화를 줬다.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는 국내 시장에 출범한지 1년 만에 3,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 한샘과 현대리바이트에 이어 단숨에 가구업계 3위 자리를 차지했다. 가구업계 전문가는 소위 가성비가 좋은 이케아 가구의 영향으로 인해 가구업계에 일어난 변화를 일컬어 ‘이케아 효과’라 칭했다. 또한, 이케아가 내세운 경영 전략은 국내 가구업계가 성장하는 데 일조했으며 2016년도의 가구 시장이 이케아 효과 이후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 내다봤다.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방안을 찾는 소비자

가성비라는 개념이 주목받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있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논란이 됐던 수저계급론은 평등한 경제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청년들의 국내 사회에 대한 불만 표출에서 출발했다. 지속되는 취업난과 반등하는 추세인 실업률은 고된 청년의 삶을 대변하는 지표다. 장년층도 청년 못지않은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국내 장년층은 자녀와 노부모 사이에서 양육과 지원이라는 무게를 동시에 감당해야 했다. 은퇴 후에도 강제적인 경제 활동을 고려해야만 하는 그들의 고민은 사치를 누리기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또한, 소비자가 주목하는 가성비는 가격의 하락뿐만 아니라 성능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는 “대부분의 기업은 불경기에 가격이 파괴된 상품을 팔면 수익을 남길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품질마저 떨어진다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됩니다. 가격 파괴 전략은 단순한 전략일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편의점 도시락은 기업의 가성비 전략이 활용된 제품이다 ⓒ세븐일레븐




통신의 발달로 인한 다량의 정보수집으로 소비 안목이 높아진 대중은 ‘스마트 컨슈머’라는 단어의 탄생과 동시에 직접 가격과 성능을 비교하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소비자는 수많은 상품과 브랜드가 공존하는 정보의 바다에서 풍요 속의 빈곤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들은 제품에 대한 신뢰를 가성비로 측정해 최선의 선택을 요구받는 상황을 만든다. 선택을 어려워하는 결정 장애를 일컫는 ‘햄릿증후군’ 개념은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이에 커스터마이징과 필터링으로 맞춤대안을 제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소비자들로부터 각광받기도 했다.
 
가성비가 소비의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나타난 제조 및 서비스 업계에서의 현상은 여러 브랜드가 안정적으로 동반성장하며 공존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브랜드 및 제품 선택 기준이 명확해짐에 따라 특정 브랜드의 독식현상이 사라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로부터 보이는 수치와 디자인보다 제품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라며 “브랜드의 의미가 약해지고 신생브랜드, PB브랜드의 인지도는 낮지만 제품의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이 인기를 얻습니다”라고 말했다. 저비용과 고효율을 동시에 추구하는 가성비 전략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상승세를 탄 가성비 전략은 제조업, 외식업뿐 아니라 여러 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으며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대중 심리를 반영해 성장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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