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절대 권력의 상징, 역사의 뒤안길로
[이슈메이커] 절대 권력의 상징, 역사의 뒤안길로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05.09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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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부터 국민에 개방
용산 대통령 시대 개막, 향후 쟁점은?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절대 권력의 상징, 역사의 뒤안길로

 

대한민국 권부의 심장이었던 청와대가 5월 10일 오전 10시부터 국민 품에 안긴다. 1948년 건국 이후 74년, 보다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 이래 600여 년간 우리나라 권력의 원천이었던 경복궁과 청와대 일대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국민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대통령경호처·대통령비서실
ⓒ대통령경호처·대통령비서실

 

이전 논의 끊이지 않던 명당터

현재 청와대 자리는 고려시대 숙종 재위기인 1,104년 지금의 광화문 주변지역에 남경이 설치되면서 역사에 등장했다. 당시 별궁이 있던 터가 지금의 청와대 자리였을 것으로 역사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고려 남경 시절 이전부터 풍수적 명당 터로 주목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 태조 4년 경복궁 창건 이후에는 청와대 일대가 후원으로 사용됐다.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9년 조선총독부는 이곳에 총독관사를 지어 이용했고, 해방 이후 미군정 시기에는 주한미군사령관인 존 하지 중장이 관저로 사용했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후 이승만 정부는 총독관사에 ‘경무대’란 이름을 짓고 관저 및 집무실로 사용하면서 현대적 의미의 권부가 되었다. ‘푸른 기와집’을 의미하는 청와대란 명칭은 윤보선 전 대통령이 경무대가 지닌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처음 사용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까지 10명의 대통령이 이곳을 사용하면서 청와대라는 이름은 최고의 권력기관으로 통칭되었다.

 

 

그동안 청와대는 대통령의 상징적 권위를 높이는 한편 민심으로부터 고립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통령경호처·대통령비서실
그동안 청와대는 대통령의 상징적 권위를 높이는 한편 민심으로부터 고립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통령경호처·대통령비서실

 

청와대에는 대통령의 집무실과 국무회의가 열리는 장소인 본관을 비롯해 대통령과 가족이 생활하는 관저, 참모들의 업무공간인 여민관, 국빈 및 대규모 행사 등이 열리는 영빈관, 고위급 회의전용 공간인 서별관 등 다양한 목적의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선 공무원 500여명이 대통령 업무를 보좌한다. 이외에 외빈 접견 등으로 사용되는 상춘재와 경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정원 녹지원, 대통령 기자회견 및 언론 브리핑, 기사송고 공간인 춘추관 등이 있다. 또한 녹지원 인근에는 문무과 과거시험을 보던 융문당과 융무당, 풍년을 기원하는 재당인 경농재, 조선시대 경복궁 신무문 밖 군사건물인 수궁, 천하제일복지를 새긴 각자바위, 왕비가 되지 못한 7명 후궁의 신위를 모신 사당인 칠궁 등 다양한 역사 유물도 있다.

 

과도하게 큰 부지와 북악산 자락에 위치한 입지는 대통령의 상징적 권위를 높이는 한편 대통령을 민심으로부터 고립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구중궁궐’은 청와대 비판에 가장 많이 등장한 말 중 하나다.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일련의 상황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이 구중궁궐에 묻혀 소통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 청와대 인근은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 청와대 인근은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대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 번번이 무산

이 때문에 김영삼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거의 모든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을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번번이 경호와 비용 등의 문제에 막혀 무산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집무 공약을 내걸었지만 이행되지 못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1998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와 과천 제2정부청사에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경호 비용 등의 문제로 중단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후보 시절 “청와대를 이전해 청와대와 북악산 주변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약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고,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2004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광화문 시대’를 선언하며 청와대 이전 공약을 내걸었으나 경호와 예산 등의 문제로 끝내 무산됐다. 다만 김영삼 전 대통령 때 청와대 주변 도로를 개방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청와대 분수대 사진 촬영 허용, 문 대통령의 경우 청와대 앞길, 인왕산길, 북악산길을 열었다.

 

격동의 현대사에서 최고 권력자가 머무른 공간이었던 만큼 굵직한 사건 때마다 청와대가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1968년 1월 12일 김신조를 비롯한 북한 무장대원 31명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부요인 살해를 목표로 청와대 뒷산으로 침투한 이른바 ‘1·21 사태’다. 청와대와 불과 500m 떨어진 거리까지 접근한 무장대원들은 당시 초소 검문으로 발각된 뒤 수류탄을 투척하는 등 무력저항을 벌였으나 결국 김신조가 생포되고 28명은 사살, 2명은 도주하며 사건이 마무리됐다. 이들이 사용한 침투로는 ‘김신조 루트’로 불리며 폐쇄됐으나 지난 2009년 41년 만에 등산로가 개방된 뒤 북한산과 북악산의 출입통제 지역은 점점 개방이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1979년 10월 26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청와대 부지 내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탄에 맞고 숨지는 ‘10·26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에도 국가의 크고 작은 고비들 때마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 한복판에 자리를 해왔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열리던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특별회견을 통해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는 언급을 남기기도 했고,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는 청와대 100m 앞에서 집회와 행진이 사상 처음으로 이어진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월 20일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영욕의 청와대 역사를 접는 대통령이 된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월 20일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영욕의 청와대 역사를 접는 대통령이 된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인근 관광 명소 부상 기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월 20일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영욕의 청와대 역사를 접는 대통령이 된다. 청와대는 5월 10일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기 1시간 전인 오전 10시에 개방을 하며 앞으로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 예정이다. 최근 개방된 북악산 남쪽 탐방로도 청와대 개방시간에 맞춰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관람인원은 한 팀당 최대 6,500명으로 2시간씩 간격을 두고 관람이 가능하고 하루 최대 3만 9,000명이 청와대 경내를 둘러볼 수 있게 된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관람예약은 인터넷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 청와대 인근은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도심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창덕궁과 종묘를 비롯해 경복궁, 광화문 등 명소가 많다. 또 세종문화회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및 덕수궁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문화·예술 공간도 많다. 청와대 개방으로 광화문과 경복궁, 청와대, 숙정문, 서울성곽,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역사공간이 연결되는 것도 관심거리다. 청와대 개방으로 그간 반쪽짜리였던 북악산이 제 모습을 갖추게 되면 서울의 주요 경관 축을 형성하게 된다. 등산객들이 청와대 개방을 기대하는 이유다. 현재 북악산 면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삼청공원 후문 이남의 길은 미개방 상태다. 이곳에는 북한의 전투기·탄도 미사일 요격을 위한 군사시설이 배치돼 있고 많은 인력이 청와대를 경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공간까지 개방되면 50년 넘게 막혀있던 공간이 열리고 다양한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수위의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 “마땅치 않게 생각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수위의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 “마땅치 않게 생각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한편 윤석열 당선인은 취임일인 5월 10일부터 용산 국방부 청사 5층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한미연합지휘소 훈련이 종료된 이후 국방부가 이사하면, 리모델링을 거쳐 6월 중순부터 2층에 마련되는 본 집무실에서 근무할 방침이다. 6층에는 비서실, 9층에는 경호실이 들어서고, 지하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마련된다. 1층은 기자실과 브리핑룸으로 사용된다. 2~4층을 메인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현재 국방부 부서가 이사를 끝내지 않아서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이다. 5~6층과 9층, 7층 일부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새 대통령 관저는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확정됐다. 윤 당선인 측은 당초 한남동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관저로 검토했으나, 너무 낡아 리모델링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변경했다. 출퇴근과 여러 행사, 외빈 접대 등을 감안해 향후 관저 신축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공관을 사용하고 있어 본격적인 리모델링 공사는 새 정부가 출범하는 5월 10일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윤 당선인은 빨라야 5월 말에나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은 한 달 남짓 서초동 자택에서 용산 집무실까지 출퇴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로 경호와 안보 등에서 큰 변화가 불가피한 상태다. 또 대통령의 출퇴근에 따른 시민불편과 안보불안 등의 우려도 제기된다. 서초동에서 용산 집무실까지 이동 시간은 10분 내외로 예상되는데, 일반 시민들에게 불편이 없도록 방안이 강구되고 있으며, 현재 모의 연습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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