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작은 사치’. 소비시장의 핵심 트렌드 ‘매스티지’
불황 속 ‘작은 사치’. 소비시장의 핵심 트렌드 ‘매스티지’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6.03.0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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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불황 속 ‘작은 사치’. 소비시장의 핵심 트렌드 ‘매스티지’

차별화된 가치 제공하며 건전한 소비문화 조성에도 힘써야

 

 

고가의 명품들이 시장을 지배해왔던 국내 소비시장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저가 고급품인 ‘매스티지’가 알려지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최고급의 명품 시장과 일반 시장을 함께 공략하며 틈새를 파고들고 있는 매스티지는 경제불황으로 잠깐 주춤했다가 최근 다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가전이나 자동차 등 일부 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매스티지 시장은 최근 식품과 소형가전, 일상생활용품 등 그 분야를 넓혀가며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소비시장의 변화

지난 2003년 4월 미국의 경제잡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처음 소개한 ‘대중(mass)’과 ‘명품(prestige product)’의 합성어로, 품질은 명품과 거의 흡사하지만 가격은 한 단계 아래인 대중상품과 고가상품의 틈새상품을 말한다. 이들 매스티지 제품의 특징은 비교적 고가이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소비층에게 상류층과의 동질감과 개인적 자긍심을 주고, 가격에 적합한 가치(value for money)를 가지고 있다.

 
매스티지는 한마디로 정의하면 품질과 브랜드는 '명품' 이미지를 갖추되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량생산과 유통을 하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중산층의 소득이 향상되면서 값이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명품에 근접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제품을 소비하는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으며, 21세기에 들어와 웰빙과 절약과 함께 중산층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소비경향을 나타내는 사람들을 매스티지족이라 부르기도 한다. ‘실속형 명품’, ‘세컨드 명품’이란 말로 통용되는 매스티지 상품으로는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 모스키노, DKNY 등 비교적 저렴한 명품 브랜드와 프라다의 미우미우, 아르마니의 아르마니 익스체인지(의류) 등 전통적 명품 브랜드의 브릿지 라인 그리고 국산브랜드 가운데 제일모직의 빈폴(Bean pole) 등을 들 수 있다. '디젤' '케네스콜' '욥' '바네사 브루노' 등 매스티지 브랜드들의 선전이 백화점 매출을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으로 자리잡자 전통 명품 브랜드들도 가격 부담을 낮춘 '브리지 라인' 제품들을 잇따라 출시하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프라다'는 자매 브랜드인 '미우미우'를 내놓았고, '돌체&가바나'는 'D&G', 캘빈 클라인은 'cK'를 매스티지 브랜드로 내세웠다. 그리고 이들 매스티지 제품의 가격은 기존 브랜드보다 20~30% 저렴하게 책정했다. 명품의 가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격의 합리성을 강조하는 전략이었다. 

 
이러한 매스티지는 ‘합리적인 소비는 싼 가격의 제품이 아닌 만족할 만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지닌 소비자들이 찾고 있다. 실용적인 성격이 강한 매스티지 제품은 사람들의 생활 깊숙하게 파고들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매스티지는 ‘작은 사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합리적인 소비자들은 수긍하며 매스티지에 열광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소비시장의 핵심 키워드인 매스티지 마케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산층의 실속형 고급소비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신제품 개발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아 강조한다. 최근 컨설팅회사인 BCG그룹이 발표한 미국 내 중산층 2,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매스티지 산업의 성장에 관한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조사 대상자의 40%가 중고가 명품인 매스티지에 대한 소비 욕구가 있으나 이를 충족시켜 주는 상품이 없으며, 수요가 높은 산업으로는 화장품, 금융, 식품, 가구 등이 해당한다고 한다. 매스티지는 고가품과 대중제품 사이의 가격 차이가 크고 감성적 가치 전달이 되지 않았던 제품군 내에서 출시할 경우 성공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미국 속옷브랜드인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 Secret)은 세련된 매장 분위기, 고품질, 감성적 어필 등 여성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중고가 속옷브랜드가 없는 잠재 기회를 파악한 후 고급품 라펠라(La Perla)와 중가 브랜드인 메이든 폼(Maiden Form) 사이에 가격을 포지셔닝 한 보디 바이 빅토리아(Body by Victoria)를 출시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한편, 매스티지는 중산층을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제품의 가격폭을 대폭적으로 확대하는 브랜드 확장 전략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최근 패션잡화, 자동차 등과 같은 전통적 명품업체가 이러한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루이비통을 모태로 하는 LVMH그룹의 경우 지난 10년간 아시아 시장 진출과 대중화 전략의 일환으로 제품 품목 및 가격대를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다. 

 

의식주 등 소비시장 곳곳 파고든 ‘매스티지’


최근에는 패션 등의 전통적인 매스티지 업계를 넘어 주택과 가구 시장, 그리고 외식산업에도 매스티지 열풍이 불고 있다. 최고급 또는 일반 아파트로 양분되던 주택시장에 뛰어난 상품성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매스티지 아파트가 등장한 것이다. GS건설이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 지은 고급주상복합 ‘메세나폴리스’가 대표적인 메스티지 아파트이다. 계약금 5,000만원 정액제로 실 입주금은 3억부터 가능한 이곳은 편리한 교통여건에 뛰어난 내부설계, 철저한 보안, 하우스키핑 서비스 2년간 무상지원 등 다양한 입주민 서비스 제공으로 명품단지에 살기를 원하는 실속파 수요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구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05년 무역회사인 동원교역 사내 온라인팀으로 출범했던 가구 브랜드 ‘매스티지데코’는 2011년에 법인으로 분사했다. 회사 이름을 아예 (주)매스티지데코라 한 것에서 이 회사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 매스티지데코는 트렌드를 앞서가는 디자인과 소재와 컬러, 마감, 기능성은 물론이고 가격 경쟁력으로 가구 시장을 이끌었다. 이러한 매스티지 전략 덕분에 얼마 전 글로벌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가 국내 가구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음에도 매스티지데코는 흔들리지 않고 성장하고 있다. 

 
외식시장에서도 매스티지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많은 양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먹거리를 찾아나서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브런치&디저트카페 ‘바빈스커비’가 외식업계의 대표적인 매스티지 브랜드이다. 바빈스커피는 세련된 매장에서 100% 아라비카 프리미엄 스페셜티블렌딩 원두커피를 실속 있는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만든 브런치 메뉴와 디저트도 즐길 수 있어 ‘가격 대비 큰 만족감’을 제공하고 있다. 

‘바르다 김선생’은 김밥시장에서 매스티지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풀무원과 제휴하여 원료를 차별화하고, 위생복을 착용한 조리사들이 분업을 통해 김밥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괴한 바르다김선생은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콘셉트로 삼았다. 원료부터 마케팅 전략까지 차별화를 통해 안전한 먹을거리를 중시하는 고객들을 움직였다.

 
누구나 한두 장씩은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에도 매스티지가 등장했다. 연회비 10~30만 원대의 매스티지 카드는 일반카드(연회비 5천~3만 원)에 비해 연회비가 많이 비싸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매스티지 카드 회원들은 국내 왕복항공권·연회비에 상응하는 상품권 또는 호텔 숙박·식사권 등을 받거나, 호텔·공항 등 주요 지점에서의 발레파킹 서비스 등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고급서비스를 받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매스티지 카드 시장은 지난 2013년 26만 8,000명에서 1년 후 44만 2,000명으로 65% 가량 증가했으며, 매년 5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카드의 ‘매스티지 프리미엄카드’는 회원이 2012년 말 5만 명 정도에서 지난해 9월 25만 명을 넘어선 바 있다. 

▲ⓒ메세나폴리스

 

수입 의류업계 주도,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내다


매스티지 마케팅은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건강에 더 좋은 것, 더 안전한 것을 찾으려는 웰빙 바람이 소비자들의 잠재적 소비욕구를 표면으로 끄집어내는데 일조했다. 검은 콩이나 깨를 넣은 고품질 우유나 저온살균 주스, 치아 건강에 좋은 껌, 양문형 냉장고, 드럼 세탁기 등 매스티지 제품들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진 제품군들이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대형할인점 '코스트코홀세일', 프리미엄 청바지 '디젤', 패션잡화 '루이까또즈' 등도 성공한 매스티지의 대표 브랜드들이다. 

 
현재 매스티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곳은 수입 의류업계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 명품과 국산 브랜드의 틈새를 메워주는 매스티지 제품들이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의 지갑을 여는데 성공했다. '선택과 집중'의 소비패턴에서 밖으로 보이는 패션 제품에 우선 투자해서 스스로의 위상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럭셔리'를 지향하는 젊은이들이 '총알'이 모자라다는 이유 때문에 '또라이' 내의에 '몸파로스' 셔츠와 '방방' 청바지를 입어 스스로 '짝퉁'으로 전락할 수는 없다는 심리도 성공 요인이다.

 
수입 의류의 매출이 급증하는 추세에 맞춰 백화점들은 전문매장을 리모델링 하는 등 더 많은 고객을 흡수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매스티지의 성공에 대해 "틈새에 있는 소비심리를 재빠르게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끌어안은 마케팅의 승리"로 해석한다. 한 경제연구 전문가는 “매스티지는 오래 전부터 있던 개념으로 단기적인 유행이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전략”이라며 "요즘 들어 국내에서 매스티지가 부각되는 것은 소비자들의 취향이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몇몇 아이템에만 투자하게 된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몰개성적인 유행을 무조건 따르지 않고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세워 소비하는 합리적인 경향이 매스티지의 성공을 불러왔다는 뜻이다. 

  매스티지를 선호하는 이들은 무턱대고 명품만을 수집하는 행태로 물의를 일으켰던 과거 명품족과는 다르다.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매스티지 소비자들은 아무리 지명도가 있는 제품이라도 자신과 맞지 않으면 충동을 자제하려는 경향도 있다. 

 
매스티지의 출현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나타나는 필연적인 과정"이라는 의견과 ”잠재 소비욕구를 최대한 자극하려는 자본주의적 속성에서 탄생한 허상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특히, 소득규모에 비해 소비가 과다한 계층이 많기 때문에 광고나 마케팅에 현혹돼 능력을 넘어서는 이미지 구매에 열을 올리는 소비 심리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앞으로도 한 동안 매스티지 열풍은 소비시장의 주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성공하는 매스티지 브랜드는 지속적인 시장조사와 상품개발 등을 통해 소비자의 감각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해 왔다. 매스티지를 표방하는 기업들이 이제 확고하게 시장에 자리잡은 만큼,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건전한 소비문화를 조성하는데 힘을 쏟는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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