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삶에 소박함을 더하는 새로운 생활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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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2.01.05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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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트렌드 속 ‘촌스러움’이 곧 개성

‘시골에서 한 달 살기’에 청년층 수요 크게 늘어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삶에 소박함을 더하는 새로운 생활 양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곽지역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대도시의 팍팍한 삶에서 벗어나 시골의 풍광이 주는 싱그러움과 고즈넉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두고 ‘러스틱 라이프’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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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캉스’ 대신 ‘촌캉스’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란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면서도 도시 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 도시를 완전히 떠나 단절되는 것이 아닌, 도시에 살면서도 삶에 소박함을 더하는 새로운 생활 양식이다. 최근 SNS에서 해시태그 ‘#러스틱’을 검색하면 게시글이 넘쳐난다.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숙소뿐만 아니라 빈티지 소품 소개가 많다. 최근 ‘트렌드 코리아 2022’를 출간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임인년(壬寅年)을 이끌 10가지 트렌드 중 하나로 ‘러스틱 라이프’를 제시했다.
 
러스틱 라이프의 유행은 ‘뉴트로’와도 큰 관련이 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밀레니얼 세대는 현대 문물보다 오히려 자신이 경험한 적 없는 과거의 것으로부터 새로움과 색다름을 느끼는 것을 뜻한다. 이는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시골 생활’이 완전히 새로운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란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면서도 도시 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하는 말이다. ⓒ손보승 기자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란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면서도 도시 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하는 말이다. ⓒ손보승 기자

 

실제 자연인의 생활을 다룬 TV 프로그램이 그동안 중장년층 이상의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던 것에 비해, 최근 들어 MZ세대 사이에서 이러한 생활에 큰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소 촌스러운 것이 되려 ‘힙’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핫 플레이스’라 불리는 도심 속 공간을 찾는 게 일상인 생활이 되다 보니, 조금 불편한 공간에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힘들어지면서 국내 여행지를 찾기 시작한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색다른 여행 장소를 찾는 이들이 ‘뉴트로’를 결합해 시골을 주목하고 있는 셈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2’는 러스틱 라이프 실천의 층위를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 첫 번째 ‘떠나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여행의 대세 키워드 역시 ‘호캉스’에서 ‘촌캉스’로, 또 ‘오션뷰’ 대신 ‘논밭뷰’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이에 적극적인 사람들은 화려하고 사람이 많은 명소보다는 ‘불멍’이나 ‘물멍’을 즐기기 위해 조용하고 숨어있는 명소를 찾는다. 관련해서 시골 정취를 콘셉트로 한 숙소들도 많아졌다. 인터넷이나 TV 없이 자연에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곳도 있고, 시골 느낌이 물씬 나는 소품을 대여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인기가 높아진 숙소는 수개월 전부터 예약이 필요할 정도라고 한다. 또는 반대로 현대적 시설에 한옥 스타일을 접목한 호텔을 찾는 사람도 많다. 최근에는 아예 도심 속 주거 공간을 러스틱 라이프 트렌드에 맞춰 구성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는 트렌드 코리아에서 제시한 러스틱 라이프의 두 번째 층위인 ‘머물기’다.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란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면서도 도시 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하는 말이다. ⓒ손보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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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활성화 위한 새로운 기회 될 수 있을까?
이러한 흐름 속에 ‘오도이촌’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일주일 중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농촌에서 생활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일컫는 말이다. 일과 일상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이 중요시되고 있고,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여가에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현대인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트렌드다.
 
다만 이는 삶의 기반을 옮기는 것과는 구분된다. 도시 생활을 근간으로 하되 여유 시간을 시골에서 즐기는 형식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각자의 환경에 따라 누군가는 3일간의 도시 생활 후 4일의 시골 생활을 즐길 수도 있고, 또 다른 이는 4일을 일한 후 3일을 시골에서 보낼 수도 있다.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조정되기는 하지만 많은 이들이 러스틱 라이프에 대한 동경을 계속해서 표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시골 생활’이 완전히 새로운 문화로 인식되며 시골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Pixabay
젊은 세대 사이에서 ‘시골 생활’이 완전히 새로운 문화로 인식되며 시골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Pixabay

 

이에 따라 ‘세컨드 하우스’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관광 대신 ‘휴식’에 방점을 두는 이들 사이에서 이를 목적으로 도시 근교나 지방에 집을 마련해 주말마다 세컨드 하우스를 찾아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도 쾌적한 환경에서 실거주를 원하거나 세컨드 하우스 활용을 필요로 하는 고소득자 사이에서 청약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농가에 있는 낡은 주택을 개조하거나, 직접 땅을 구매해 집을 짓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해 오도이촌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는 짧은 휴가가 아니라 아예 한 달 정도 시골에 거주하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 머물며 지친 몸과 마음을 푹 쉬게 해주는 것이다. 한 달 살기의 핵심은 ‘현지인 코스프레’다. 관광객이 아닌, 거주민으로서의 기분을 느끼기 위함이다. 그 기간 시골에 살면서 동네 곳곳을 산책하거나, 숨은 명소를 찾아다닌다. 혹은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시골 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실제 ‘지역에서 살아 보기’ 체험 프로젝트에는 도시민들의 신청이 쇄도한다. 특히 ‘강원도에서 한 달 살기’, ‘강원도에서 반년 살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 평창과 홍천, 강릉 등 수도권과 연결 교통망을 갖춘 지역은 경쟁률이 최고 10: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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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체험의 시간을 거쳐 러스틱 라이프에 더욱 빠지게 되면 세 번째 층위인 ‘자리 잡기’에 나서기도 한다. 시골이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적합하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행하는 실천이다. 자신과 잘 맞는 지역의 집을 임대하거나 매매하는 식이다. 여기에서 마지막 단계인 ‘둥지 틀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귀농이나 귀촌하는 ‘이도향촌(離都向村)’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러한 외곽으로의 주거 이동은 해외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사단법인 서울부동산포럼이 개최한 제18회 창립기념세미나에서 이진만 미국 드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시카고 권역의 오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도심 외곽의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MZ세대들이 집에 투자를 많이 하면서 값이 싼 집을 사서 리모델링 하는 게 활성화됐다”며 “집이 싼 지역을 찾아 외곽으로 넘어오고, 반대로 임대를 하던 임차인들은 코로나19로 소득이 줄면서 월세를 못 내고 더 싼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모습들은 인구감소로 고민하는 농촌지역에 인구증가 효과는 물론 농촌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김난도 교수 역시 “러스틱 라이프는 과밀한 주거·업무 환경에서 고통받는 대도시나 고령화와 공동화 현상으로 시름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트렌드”라며 “경제 위축과 인구 감소로 고민이 큰 많은 지방자치단체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의 큰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된 창업도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투자 비용을 줄이는 ‘실속 창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시골에서 마을 가게를 열거나 한적한 농어촌 시골집을 개조해 민박집 사업을 구상하는 예비창업자도 늘어난 상태다. 러스틱 라이프 트렌드가 불러올 다양한 사회·경제학적 파급 효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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