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IM Interview] 허영만 화백
[이슈메이커_ IM Interview] 허영만 화백
  • 김갑찬 기자
  • 승인 2021.11.25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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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손보승 기자]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천생 ‘만화가’
 
 
사진=손보승 기자
사진=손보승 기자

 

미풍에도 배는 꺾일 수 있다
최근 웹툰 산업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대표적인 K-Culture 혹은 K-Story의 하나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대한민국의 영화와 드라마의 다수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기존의 영상 콘텐츠 이외에도 게임, 캐릭터, NFT 등 무한 확장이 가능하기에 향후 글로벌 문화 전쟁에서 한국의 대표 콘텐츠로서 웹툰의 성장 가능성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게 평가받기도 한다. 이러한 대한민국 웹툰 산업의 발전은 흔히 만화방으로 불리는 대본소 시대와 만화잡지 시대를 거치며 수많은 만화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흔히 우리는 남다른 직업의식으로 대중적 인기를 넘어서며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이들에게 ‘국민 00’이라는 해당 직업의 대표성을 띠는 상징적인 타이틀을 붙여주곤 한다. 국민 MC, 국민 여동생, 국민 배우, 국민 가수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만화가 혹은 국민 화백은 누구일까? 과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원로 작가부터 최근 연이은 히트작을 선보이는 웹툰 작가까지 당시 우리가 사랑했던 수많은 만화가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치겠으나 허영만 화백만큼 국민 만화가의 타이틀을 어울리는 이가 있을까? 1947년생인 허영만 화백은 1947년생인 허 화백은 1974년 정식 데뷔 이후 ‘각시탈’, ‘날아라 슈퍼보드’ ‘아스팔트 사나이’, ‘비트’, 미스터 Q’, ‘타짜’, ‘식객’ 등 수많은 히트작을 그린 대한민국 대표 만화가이다. 종이에서 인터넷으로 매체의 주도권이 변화하며 1세대 만화가들이 하나둘 사라질 때도 그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 즉 대본소 시대와 만화잡지 시대를 거쳐 웹툰의 전성기까지 허영만 화백은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대한민국 만화계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사진=손보승 기자
사진=손보승 기자
 
 
허 화백은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11월의 어느 날, 강남구 자곡동 화실에서 가진 이슈메이커와의 인터뷰에서 “먹물로 만화를 그린 선배들이 있기에 오늘날 웹툰이 존재할 수 있었고 우리 아버지가 있었기에 내가 있을 수 있고 내 자식이 있는 것”이라며 “이런 사회적인 구조를 좀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라는 메시지로 허영만 화백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꼽히는 다양한 ‘갈등’ 문제에 대해 소통으로 해법을 강조했다. 더불어 허영만 화백은 재차 세대 간 갈등에 대해 언급하며 “기성세대가 모른 척 넘어갈수록 오히려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꼰대’, ‘잔소리꾼’과 같은 소리를 듣기 싫어 침묵하면 서로가 어떤 생각을 가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허 화백은 대화에 있어 예의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 한마디 툭 던지는 것이 누군가의 큰 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어딘가에서 불어대는 미풍으로 인해 배가 꺾일 수도 있는 것이다”며 “온라인 공간에서 가면을 쓰고 상대의 가슴에 비수로 꽂힐 만한 화살을 쏘아서야 하겠는가. 항상 바로 앞에서 상대방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소통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맛있는 음식은 악한 마음도 사라지게 만든다
최근 허영만 화백은 본업인 만화보다는 방송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2019년 5월 첫 방영된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은 처음 그의 예상과 달리 100회를 훌쩍 넘겼다. 사실 만화 ‘식객’이 허영만 화백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지만 식객 허영만이라는 타이틀로 하나의 프로그램을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을지 시청자와 제작진 역시 예상하지 못했던 바다. 그러나 이제 백반 기행은 허영만 화백의 커리어에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됐다. 어느덧 원로 작가의 반열에 오른 그이지만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백반 기행 촬영차 전국을 누비며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남녀노소 심지어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했음에도 목소리만 듣고 그를 알아보는 팬이 있을 정도다.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TV조선
 
 
허 화백이 그날의 게스트와 함께 전국 각지의 적은 식당을 찾아가 음식의 맛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은 이제 유명 배우는 물론 인기 트로트 가수와 아이돌 그룹, 심지어 대선 후보들까지 꼭 한 번 출연하고픈 프로그램이 됐다. 그렇다면 자극적이고 트랜드를 반영한 음식 프로그램과 넘쳐나는 현시대에 다소 올드하게 느껴질 수 있는 백반 기행이 대중에게 울림으로 다가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식객’ 취재로 다져온 허 화백만의 음식에 대한 지식과 솔직한 맛에 대한 평가가 가장 먼저겠지만 어떤 게스트가 나오더라도 항상 열린 자세로 소통하는 그만의 대화법도 빼놓을 수 없다. 어쩌면 누구와도 기분 좋은 대화 할 그이기에 소통이 단절된 사회 현실을 풍자했던 ‘사오정 시리즈’의 캐릭터(날아라 슈퍼보드)를 탄생시킬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허 화백은 백반 기행을 통해 다시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로 가수 혜은이를 꼽았다. 그는 “한때를 풍미했던 분이 ‘무슨 음식을 제일 많이 먹었느냐’고 물으니까 ‘차 안에서 김밥만 먹었어요’라고 말하던 게 그렇게 안 돼 보일 수가 없었다”며 “다시 만난다면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꼭 방문해보고 싶은 지역으로는 '(날씨가 허락한다면) 울릉도'를 지목하기도 했다.
 
과거 만화 식객을 연재하며 지금은 백반 기행 촬영 차 대한민국 내놓으라 하는 맛집을 모두 섭렵했을 그가 꼽는 맛집은 조건은 무엇일까? 허영만 화백은 “맛도 맛이지만 결국 우리가 먹을 음식이기에 청결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친절하기까지 하다면 더 좋지 않을까”라고 자기 생각을 전했다. 더불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마음이 푸근하고 만족스러우며 악한 생각마저 사라지기에 우리가 맛집을 찾아다니는 수고로움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튜브 허영만의 내일출근안해
ⓒ유튜브 허영만의 내일출근안해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의 인기에 자신감을 얻어서였을까? 허영만 화백은 지난해 유튜브 채널을 론칭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허영만의 내일출근안해’라는 채널명처럼 이번에는 백반이 아닌 술과 안주였다. 자신은 주당(?)이 아닌 애주가라며 극구 부인했으나 어쨌건 평소 허영만 화백이 즐기는 술과 안주 그리고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콘텐츠이다. 백반 기행이 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처럼 유튜브 역시 새로운 콘텐츠를 갈망하는 허 화백의 목마름에서 시작됐다. TV에서 방영되는 백반 기행은 당연히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는 장르는 달라도 평생 새로운 콘텐츠를 갈구하고 만들어온 그에게 기존에 만들어진 형식과 틀은 굴레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유튜브에서는 자유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다. 흔히 말하는 물 만난 고기처럼 그냥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라는 온라인 콘텐츠 산업에서 또다시 허영만이라는 굵직한 세 글자를 남길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 그가 만화, 방송, 유튜브로 전하고픈 메시지는 결국 올바른 소통으로 좋은 어른이 되고픈 마음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허영만 화백이 생각하는 좋은 어른의 모습이 궁금했다. 그는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위트 넘치는 짧은 메시지로 답을 대신했으나 결국 이는 그가 방송과 유튜브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묘하게 오버랩됐기에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사진=손보승 기자
사진=손보승 기자

 

터널에도 끝은 있다.
지금은 방송 활동에 조금 더 집중하는 모습이지만 역시 허영만 화백에게 만화는 뗄 수 없는 존재다. 어린 시절 ‘약동이와 영팔이’ ‘라이파이’ 등의 만화를 즐겨봤던 그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서양화가의 꿈을 접고 자신이 즐겨봤던 만화를 직접 그리는 길을 선택했던 허영만 화백. 1974년 ‘집을 찾아서’라는 작품으로 만화가에 등단했던 그는 1975년 발표한 ‘각시탈’이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나며 인기 만화가의 반열에 오른다. 이후 허영만 화백의 손에서 탄생한 수많은 캐릭터와 만화는 대한민국을 국민을 울고 웃겼다. 더욱이 허 화백의 작품은 만화로서의 인기뿐 아니라 이를 원작으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등의 콘텐츠로 재생산됐다. 앞서 언급한 각시탈뿐 아니라 ‘날아라 슈퍼보드’, ‘비트’, ‘미스터 큐’, ‘식객’, ‘아스팔트 사나이’, ‘타짜’ 등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이 영상으로 재탄생했음에도 그에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무엇이었을까? 허 화백은 “사실 제 작품이 원작이라도 이를 새로운 콘텐츠로 만드는 과정에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진 않는다. 대부분 알아서 잘 만들겠지라는 생각으로 지켜보며 결과물은 보통 시사회에서 확인한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작품은 결국 손에 꼽을 정도다. (웃음) 그럼에도 만족스럽고 재미있게 봤던 작품은 타짜였고 제가 생각했던 캐릭터와 가장 비슷했던 배우는 비트의 정우성이었다. 만화를 그리면서도 정우성의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실제로 캐스팅이 되어 놀라기도 했다”라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허 화백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처럼 변신에 두려움이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렇기에 허 화백은 자신이 구상 중인 아이디어에 가장 어울리는 플랫폼이 무엇인지 인터뷰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묻기도 했다. 허영만 화백은 “아무리 거창한 메시지가 있어도 재미가 없으면 독자들이 외면한다”라며 “만화책을 손에서 놓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재미있는 작품을 다시 내놓기 위한 소재를 구상 중이라고 밝힌 허 화백은 ‘영원한 현역’을 꿈꾼다고 전했다. 그는 “몇 년 전 작고하신 최인호 작가가 써놓은 ‘환자로 죽지 않겠어요. 나는 작가로 죽겠습니다. 원고지 위에서 죽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인상에 남아 책상 앞에 붙여놓았다. 마찬가지로 지금 방송 활동을 하며 잠시 ‘외도’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아 저 사람은 별수 없이 만화가이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라는 바람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짓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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