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유럽 뒤덮는 젊은 지도자 전성시대
[이슈메이커] 유럽 뒤덮는 젊은 지도자 전성시대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1.07.12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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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유럽 뒤덮는 젊은 지도자 전성시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돌풍으로 선전하면서 3040 세대의 젊은 지도자가 많은 주요 선진국들의 정치 환경이 주목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회원국 정상 중 절반이 30~40대이고 캐나다,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정치 지도자 역시 젊은 세대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EU 정상의 평균 연령이 64세였던 점에 비춰보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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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리더 타이틀 쟁탈전?
지난 2015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43살의 나이로 취임한 뒤, 2017년에는 만 39세의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되며 유럽 전역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같은 해 10월 뉴질랜드에서는 37살의 여성인 저신다 아던 노동당 대표가 총리에 올랐고, 2019년 12월 핀란드는 세계 최연소인 1985년생의 산나 마린 총리를 배출했다. 마린 총리가 이끄는 핀란드는 ‘밀레니얼 세대 여성 내각’을 구성해 집권 사회민주당을 포함한 연정을 구성하는 5개 정당 대표가 모두 여성이고 이 중 4명이 30대다. 그리고 세계 최연소 총리 타이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오스트리아로 옮겨갔다. 제바스티안 쿠르츠(33) 오스트리아 전 총리가 이끄는 제1당 국민당이 연정에 성공하면서 총리직에 복귀하면서다. 유럽연합(EU)의 국회의장 격인 샤를 미셀 정상회의 상임의장(46)도 2014년 38세에 벨기에 총리에 오른 바 있다. 이로 인해 유럽에선 한때 ‘유스퀘이크(youthquake)’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젊은이(youth)들이 정치권의 지각변동(earthquake)과 정치개혁을 주도한다는 의미다.

  이들은 나이만 어릴 뿐 정치적 경력은 짧지 않다.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의 경우 22세의 나이에 국민당 청년위원장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7세에 외교장관을 거쳤고,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17살에 정계에 입문해 비례대표 2번과 지역구 의원을 거쳐 총리 자리에 올랐다. 핀란드의 마린 총리 역시 21세이던 2006년 21세이던 2006년 사회민주당의 청년조직에 가입해 시의원과 당 부대표, 국회의원, 장관 등을 차례로 지냈다.

  의회 구성도 젊다. 2019년 총 751명을 선출한 EU 의회의 평균 연령은 49.5세로 한국의 21대 국회 54.9세와 비교된다. 최연소는 당시 21세이던 키라 페테르한센 덴마크 인민당 의원이었다. 국회에서도 40대 이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프랑스 의회는 전체 의원 577명 중 40대 이하가 25%가량이다. 국제의원연맹(IPU)에 따르면 이탈리아 의회 내 2030 정치인 비율은 42.7%다. 네덜란드(33.3%), 노르웨이(34.3%), 스웨덴(31.4%)도 높은 수준이다. 영국(21.7%) 및 프랑스(23.2%), 독일(11.6%) 등 EU 대표 국가의 젊은 의원 비율도 상당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4.3%에 불과하다.

 

유럽연합(EU)의 경우 과거와 달리 회원국 정상 중 절반이 30~40대일 정도로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Pixabay
유럽연합(EU)의 경우 과거와 달리 회원국 정상 중 절반이 30~40대일 정도로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Pixabay

  이처럼 유럽 주요 국가에서 수반의 자리에 젊은 인물들이 자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낮은 연령의 피선거권이 있다. 프랑스는 2008년 하원의원과 대통령의 피선거권을 기존 23세에서 18세까지 낮춘 바 있다. 핀란드 또한 의회 내 9개 정당이 모두 청년조직을 갖추고 있고 청소년들은 15세 때부터 정당 청년조직에 가입할 수가 있다. 2006년 만들어진 청소년기본법 8조에서도 “청소년에게 지역사회의 청소년 단체 및 정책을 다루는 일에 참여할 기회가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고 정해 놓았다. 요직을 맡을 수 있는 길이 있고 젊은 정치인에게 기회를 주려는 흐름이 더해져 연이은 3040 세대의 정치 지도자가 탄생할 수 있었다.

 
  영국 역시 집권 보수당과 제1야당 노동당이 청년조직을 두고 있고, 특히 보수당의 25세 이하 청년조직 ‘젊은 보수당(Young Conservative)’은 15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프랑스나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은 기탁금 납부제도가 없어 돈과 관련된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마크롱 대통령이 몸담았던 프랑스 사회당은 15~28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당비를 면제해주기도 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서구 정치인은 10대 시절부터 지역 유권자와 밀착해 활동하고 이 때문에 유권자들은 일종의 검증을 끝냈다고 여긴다”며 나이에 비해 상당히 긴 의정활동 경력이 젊은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의 거부감을 해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정부의 여러 정책을 설명하고 출연자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등 소통에 능한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Jacques Paquier/Flickr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정부의 여러 정책을 설명하고 출연자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등 소통에 능한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Jacques Paquier/Flickr

 

MZ 세대 특성 맞는 소통 능력이 강점
과거와 다른 새로운 시대 과제가 등장한 것도 젊은 정치인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여러 분야의 평등 문제를 비롯한 환경 문제 등을 두고 젊은 지도자들은 소속 정당의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올바른 정책이라면 반대파와도 손을 잡는다.

 
  룩셈부르크의 자비에 베텔 총리는 2015년 현직 국가수반으로는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올린 바 있다. 가톨릭 전통이 강한 룩셈부르크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법이 통과된 것 역시 그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아일랜드 총리를 지낸 리오 버라드커 부총리(43)도 성 소수자다. 그는 총리 시절인 2019년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며 동성결혼 등에 반대하는 마이크 펜스 당시 미국 부통령을 만나 성 소수자 차별 철폐를 촉구한 바 있다. 마린 핀란드 총리는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가 동성과 재혼하면서 동성 부모 밑에서 자란 영향으로 소수자 인권과 불평등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또한 젊은 정치인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에도 능하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맥플라이와 칼리토’에 출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정부의 여러 정책을 설명하고 출연자와 함께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1,200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마린 핀란드 총리는 지난해 10월 속옷을 입지 않은 채 목걸이와 재킷만 걸치고 몸매가 드러낸 사진을 선보였는데, 2030 세대들이 총리와 비슷한 옷을 입은 자신의 인증 사진을 올리며 ‘나는 산나와 함께한다(#imwithsanna)’는 응원 해시태그를 달며 일각의 비판 여론을 잠재웠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국 하원의원은 소셜 미디어 팔로워만 2,200만 명이 넘는 등 ‘대통령보다 유명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nrkbeta/Wikimedia Commons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국 하원의원은 소셜 미디어 팔로워만 2,200만 명이 넘는 등 ‘대통령보다 유명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nrkbeta/Wikimedia Commons

  한편 정치·사회 전반에 걸쳐 유럽에 비해 보수적인 서향이 강한 미국은 30대 정치인이 지도자를 잡을 상황은 되지 못한다. 다만 연방 의회에선 이름을 알리고 있는 이들이 꽤 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국 하원의원(32)은 소셜 미디어 팔로워만 2,200만 명이 넘는다. 인스타그램 생방송에서 요리를 하거나 춤을 추면서 유권자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답을 해준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커버로 등장하며 ‘대통령보다 유명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그는 대학 졸업 후 한동안 뉴욕에서 바텐더로 일하다가 2016년 대선 때 민주당 후보로 도전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캠프에 참여하며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처음 당선됐고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민주당 강성 진보파로 분류되는 일한 오마르(39) 하원의원은 무슬림 난민 출신으로 12살에 미국 땅에 발을 디뎌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 대변에 앞장서고 있고,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주목받은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도 30세에 오하이오주 사우스벤드에서 시장직에 올랐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6세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우리 정치권에도 ‘세대교체’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6세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우리 정치권에도 ‘세대교체’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여전히 청년들에게 힘든 한국 정치, 앞으로는?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청년들의 정계 진출이 쉽지 않다. 21대 국회에서 40대 이하의 비중은 17%에 그친다. 평균 나이는 54.9세로 국민 평균보다 12세가량 높은 수치다. 이번 국회의 최연소 의원은 류호정 정의당 의원으로 1992년생이다. 정계 전체에서 26세의 나이에 역대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이름을 올린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내년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주요 후보 중 민주당의 경우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71세, 이낙연 전 대표가 69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57세이다. 야권 대선주자 중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67세,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63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61세로 모두 60대다. 당 지도부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대표(58)와 맞붙었던 홍영표 의원과 우원식 의원은 64세 동갑내기다. 국민의힘에서도 이종배 정책위의장(64), 김기현 원내대표(62),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주호영 전 원내대표(61) 홍문표 의원(74) 등 6070 세대가 다수다.

  그동안 여야 모두 선거가 돌아오면 청년들이 주역이 된 정치에 대한 비전이 제시되었지만 매번 청년들은 들러리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출마자들이 겪는 고충도 여전해 공직선거 출마를 위해서는 들어가는 예산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딱히 없는 상태다. 인재 영입 등을 통해 정치권에 발을 들인 청년 정치인들은 쇄신은커녕 당내 주류의 목소리에 편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6세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정치권의 ‘세대교체’ 열풍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격변이 권위적인 보수진영 내부에서 일어났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보수진영은 항상 변화가 늦어 젊은 세대의 외면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수진영에서 30대 당수를 배출한 만큼 파괴력이 정치권 전체를 흔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청년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개헌을 통해 대통령 선거도 40세 미만 출마 제한을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후보의 자격을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한 자’로 제한하고 있다. 특유의 나이 존중 문화와 ‘돈’과 ‘인맥’이 지배하는 지형으로 인해 그동안 발전하지 못했던 한국의 청년 정치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변화와 쇄신에 대한 요구에 정치권은 내년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화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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