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丙申年) 맞은 두산그룹의 공격적 행보
병신년(丙申年) 맞은 두산그룹의 공격적 행보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6.01.3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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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Cover Story]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

 
 

병신년(丙申年) 맞은 두산그룹의 공격적 변화 행보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나갈 오너가(家) 4세 주목

 


2016년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의 화두는 ‘혁신과 도전’이다. 대다수 기업은 환율·초엔저·저유가의 불확실한 환경과 선진국의 가격역공, 신흥국의 추격으로 유발된 ‘넛크래커’ 위기를 반드시 돌파해야 한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실제로 지난달 새해 한국 경제를 낙관한 재계 총수는 찾기 힘들었다. 재계 수장들은 신년사에서 철저한 역량 분석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 과감한 투자와 사업재편, 미래 먹거리 발굴 등을 주문했고, 심지어 일부 총수들은 자칫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성장은 고사하고 살아남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강한 처방전’도 내놓았을 정도다. 

 


인도에 대한 구애로 新성장동력 기대

지난 1995년 10월, 한국기네스협회로부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선정된 두산그룹(회장 박용만). 1997년에 불어 닥친 외화난 등 경제 환경의 어려움 속에서도 성공적인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며 국내외 모범기업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대표 모범기업이다. 두산 그룹은 올해 역시 기업 환경과 기술의 변화에 대한 대응을 주문하며 성장 기반 다지기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박용만 회장은 2016년 신년사에서 ‘세계 경제는 저성장이 지속될 것이고, 추가적인 위협요인들이 예상된다’며 ‘중국 경기 둔화의 영향 확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국제자금 흐름 변화, 중동지역 등에서의 지정학적 갈등,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국제규범’ 등을 성장을 위한 키(key)로 내세웠다. 특히, 박 회장은 이날 “이럴 때일수록 선제적,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호경기를 맞은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과 고성장이 예상되는 인도 같은 신흥국들에 대해 적극적인 기업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하며 “하드웨어를 잘 만드는 것은 이제 기본이고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통해 제조 및 제품, 서비스 경쟁력을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성장의 필수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박 회장의 ‘인도’ 언급이다. 실제 박용만 회장은 수년 전부터 인도와의 IT, SW 협력에 대한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오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한국·인도 CEO포럼에서 한국 위원장을 맞으며 인도 진출에 대한 적극적 행보를 펼쳐왔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14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박용만 회장과 모디 총리가 15분가량의 단독면담을 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이날 모디 총리와의 면담에서 “두산은 (대기 오염이 심한 인도에서) 공기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발전소 성능 개선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으니 사업을 크게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고, 모디 총리는 “두산 그룹의 전력망 업그레이드, 친환경 발전 기술은 우리가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기후 변화 등 환경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이런 분야에 두산 같은 기업이 많은 이바지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모디 총리는 두산이 인도에서 진행 중인 개별 사업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경제성이 있겠느냐. 경제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병신년(丙申年)을 맞은 두산의 공격적인 행보의 시작을 알리게 된 것이다.

 

발로 뛰는 ‘소통의 달인’

‘소통의 달인’, 박용만 회장을 따라붙는 수식어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해 박 회장이 다녀온 해외 출장은 총 50회로 비행 거리만 27만 9,000㎞에 달한다. 그룹의 주요사안이 있을 때마다 직접 현장에 달려가 진두지휘하는 추진력과 뚝심 있는 결단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전이 바로 그 대표적 예다. 당시 박 회장은 보유 중이던 두산 지분 중 9만 4,000주(약 118억 원)를 동대문미래창조재단에 증여했다. 시내면세점 심사 이틀 전의 일이다. 이와 함께 두산은 면세사업을 그룹의 이익이 아닌 동대문 상권 활성화를 위해 운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동대문미래창조재단인 것이다.

이처럼 현장에서 본인의 진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진정성을 전달하는데 타고난 것도 박 회장이 ‘현장소통가’로 불리는 또 다른 배경이다. 지난해만 해도 두산의 면세사업 진출과 관련해 일부 여론은 색안경을 꼈다. 주력 사업인 건설·중공업의 경기가 불황이니 면세사업에 진출해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했던 것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동대문미래창조재단 출범식에 나타나 이 같은 여론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두산이 어떻게 유통기업이냐’라는 질문에 ‘우린 처음부터 100년 이상 유통기업이었다’라고 되받았고, 그 ‘증거’로 동대문에 있는 ‘두산타워’를 제시했다. 실제로 지난 1896년 박승직 상점을 출발로 이어온 두산의 유통업은 한때 프랜차이즈 사업들을 모두 매각하면서 정리된 듯 보였지만, 두산타워 등 두산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유통업에는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었다. 꾸준히 패션디자이너들을 지원하고 육성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노력으로 결국 두산은 롯데면세점 잠실타워점의 특허권을 두산타워로 옮겨오는데 성공했다. 박 회장은 면세점 심사 발표날에도 임직원들과 함께하며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현수 두산 사장은 “면세점 영업이익의 10%를 사회 환원하는 것도 박 회장이 직접 지시한 사안”이라며 “면세점 TF팀을 구성할 당시 ‘제대로 할 거 아니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는 말에 모든 임직원들이 사력을 다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두산그룹

 

‘따뜻한 성과주의’에서 ‘차가운 조직개편’


한편, ‘소통의 달인’ 외에도 박용만 회장을 따라붙는 수식어가 몇 있다. ‘M&A의 마법사’, ‘인재 중시 경영’이 바로 그것이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의 사업체질을 경공업에서 중공업 중심으로 변화시키고, SNS를 통한 임직원·대중과의 활발한 소통, 기업이미지 광고 등을 통해 이 같은 이미지를 쌓았다. 하지만 최근 그동안 구축한 두산그룹과 박용만 회장의 이미지에 큰 타격이 있었다. 


지난해 신입사원을 희망퇴직 대상으로 넣은 두산인프라코어(손동연 대표이사)가 희망퇴직을 압박하는 ‘교육’을 실시해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도 여전히 희망퇴직 거부자들을 ‘업무대기’ 상태로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노무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회사가 아닌 교육장으로 출근했고, 인권침해 문제 등으로 교육이 중단된 후에는 종일 ‘대기’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대기발령 직원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면담에서 ‘어디 가고 싶으냐’고 물어 ‘어디 갈 수 있느냐’고 반문하자 ‘갈 수 있는 데가 없다’고 했다”며 “회사 측은 인력 재배치를 위한 대기발령 상태라고 하지만 요식 행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회사에선 '저성과자'라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데, 어떤 근거에서 어떤 실적 때문에 저성과자라고 물으니 아무런 설명도 없다”면서 “오히려 회사 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인력이 필요 없다는 등의 설명을 해주면 좋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단지 희망퇴직을 거부했다고 해서 ‘저성과자’라고 낙인찍고 한 방에 몰아넣고 아무것도 시키지 않으니 상당히 참담하다”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면담을 통해 대기 발령 인원들을 어느 곳에 배치할지 조직을 정비하는 중”이라면서 “한번에 일괄적으로 진행할 수 없어 시간이 걸리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퇴직 조치는 절대 아니다”라며 “고용 안정을 최대 과제로 정하고 어떻게든 대기 발령자들을 복귀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에만 4차례 희망퇴직 접수를 시행했고, 1년간 사무직 1,080여 명, 기술·생산직 450명이 회사를 떠났다.


회장 취임 당시 밝힌 ‘따뜻한 성과주의’를 그룹의 핵심전략으로 꼽았던 박용만 회장. 사람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사람을 중시했던 박 회장의 경영철학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4세대 경영 임박, 반드시 실현돼야 할 두산 그룹의 변화


두산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면서 동시에 가장 젊은 기업이다. 최근 기업 이미지와 두산건설의 부진으로 위기를 맞이했지만,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1869년 ‘박승직 상점’으로 시작해 올해 창립 121주년을 맞은 두산은 창업주와 2~3세대를 거쳐 다른 그룹보다 빨리 4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두산은 그동안 ‘형제 경영’과 ‘장자 상속’의 원칙에 따라 박용곤, 박용성, 박용현, 박용만 순으로 회장을 맡으며 그룹을 운영해왔다. 다만 4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형제 경영'은 '사촌 경영'으로 명맥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두산이 면세점 사업을 거머쥐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그의 뒤를 이어 그룹의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나갈 오너가(家) 4세들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면세점 사업을 획득 과정에 박용만 회장 뒤에서 조력한 오너 4세들의 역할이 컸다.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과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두산의 면세점 사업 출정식이나 다름없는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출범식에 얼굴을 내비치며 존재감을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그룹 내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두산의 오너 4세들이 머지않아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박용만 회장이 올해 3월 말 등기임원 임기 만료를 앞둠에 따라, 조만간 이들을 중심으로 경영권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 차기 그룹 총수로 가장 유력시되는 4세는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회장이다. 박정원 회장은 현재 그룹 지주사인 ㈜두산 지주부문 회장이며 등기임원으로, 오너 일가 중 가장 많은 지분인 6.29%의 개인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4세대가 그룹 총수자리를 맡게 될 경우 두산의 ‘형제 경영’과 ‘장자 상속’ 가풍에 따라 박정원 회장을 시작으로 박진원 전 두산산업차량BG 사장,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 박서원 두산 전무가 순서대로 자리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들의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당장 경영권을 넘기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두산 3세에 비해 4세 경영인이 아직 인상적인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렇다 보니 박용만 회장 체제가 몇 년 더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용만 회장이 아직 젊고 회장직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후계를 논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면서 “오너 4세가 미래를 대비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성과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세대에서 이미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이 발생한 적이 있는 만큼, 4세 시대에 접어들어 두산의 승계구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두산 그룹의 변화는 반드시 실현될 것이다. 아니, 실현돼야만 한다. 누구보다 젊은 기업이자 역사가 깊은 기업 두산 그룹. 그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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