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미래교육 흐름에 맞는 원격교육 실현 방안은?
정부가 ‘원격교육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래교육 취지에 맞춰 다양성을 지향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교육과정에서 나오는 빅데이터를 개방해 민간과 상생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교육부가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후 추진한 ‘교육정보화기본법’과 별개로 준비한다고 했던 원격교육기본법의 주요 내용이나 방향은 아직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임시방편의 틀 벗어야
코로나 펜데믹으로 많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육 관계자들은 고통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격수업이 등장했는데, 이는 학생들의 개념적 사고와 발달을 책임질 수 없음을 알게 됐다. 뿐만 아니라 원격수업으로 작은 학교를 살릴 수 있다는 발상은 단지 교사·교원의 역할을 일시적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에 그쳤다. 이로 인해 지난 7월 14일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교육 관련 4가지 계획을 포함시켰다. 초·중·고의 원격수업 근거가 되는 ‘원격교육기본법’을 제정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 법에서의 주요 투자 사업들은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것으로 시설 개선·스마트 기기 보급·플랫폼 구축 등 디지털 환경 조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반적으로 친환경에너지 정책에 학교를 결합하고 디지털 기술의 교육적 활용 가능성을 높인다는 차원인 것이다. 더불어 앞서 추진하던 교육정보화기본법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두 법안을 통합해 발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두 법안이 추구하는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 최근에는 두 법안을 통합하지 않고 각각 제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서 문제는 원격교육이 ‘원격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 내용, 학습 지원 방안’에 그치는 것인지, ‘학교교육과정 이수 방안’도 포함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전국에서 원격수업을 실시했지만, 이를 정규수업으로 보는 법적 근거가 없다. 펜데믹에 대한 임시방편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원격교육과 등교를 융합하는 ‘혼합형학습’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규정도 없다.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이나 평가에 대한 사항도 임시방편에 그친다는 평이다.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장은 “원격교육기본법이 안정성에만 치중하면 획일화된 요소를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며 “원격교육이 정규수업으로 인정을 받는다고 해도 교육 다양성과 수용성을 지향해야 하며 교사 선택권도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만약 대학 원격수업 규정처럼 교육과정이 획일적으로 흐를 경우 미래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시대 흐름에 맞는 혁신성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두 법안 제정에 있어 언택트 시대 교육 제도 마련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17년 더불어민주당의 김민기 의원이 ‘교육정보화진흥법’을 발의한 이후 20대 회기가 끝나며 자동 폐기되기도 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으로 교육정보화 사업이 늘어나며 이 제도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폐기됐던 사항이지만, 발의 후 4년의 시간이 흐르며 교육부는 정책연구를 거쳐 교육정보화기본법에 담아야 할 기본 내용을 정리한 상태다. 다만, 그동안 준비돼온 교육정보화기본법과 달리 원격교육기본법은 법안 마련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교육부의 관계자는 “두 법을 각각 발의하는 것으로 방향은 정해졌다”라며 “두 법이 모두 필요한 만큼 서둘러 제정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교육 위한 심도 있는 논의 필요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원격교육기본법’ 제정에 대해 ‘미래교육 취지에 맞춰 다양성을 지향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교육과정에서 나오는 빅데이터를 개방해 민간과 상생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민간에서 학습정보와 빅데이터를 위한 표준화된 데이터 포맷 등을 공유할 수 있는 프로토콜과 체계를 만들어줘야 한다”라며 “원격수업이 시행되면 교사의 업무나 학교 환경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기술, 산업 분야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기기에 한쪽만 보고 이야기해선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학교와 민간 사이 협업 환경을 고려해 민간의 솔루션과 콘텐츠를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데이터를 개방해야 원격교육기본법이 다양한 교육 방식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원격교육기본법이 교육을 넘어 산업이나 기술 측면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업 범위의 확장 개념이 아니라 시간을 충분히 갖고 교육 이해관계자와 여러 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접속 약자를 위해 인터넷 속도가 느려도, 데이터 사용량이 제한되어도 접속이 가능한 수업과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용량의 자료를 활용하면 좋은 컴퓨터나 최신형 스마트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지 않는 학생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현직 교원은 “그동안 원격학습이 학교 교육의 기본 수단이 되지 않았던 것은 ‘기술’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코로나 펜데믹 시대에 ‘학교 안에서 안전하고 안정적인 대면 수업’을 위한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임시방편으로 원격교육기본법을 시급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려도 전 국민과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