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고드름에 맺힌 지난 1년의 기억
겨울이 깊어가는 12월의 어느 날, 처마 밑 고드름에 스쳐 가던 시선이 잠시 멈춘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뾰족하고 단단한 얼음기둥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니, 추운 겨울이라고 모든 움직임이 멈추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단단했던 얼음 기둥은 여린 입김에도 이내 제 몸을 녹여 부드러운 물로 변하고, 그러다 입김의 속삭임이 없어지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날 선 창끝을 만들어 보인다.
2020년은 유독 가을이 길었고, 겨울이 늦게 찾아왔다. 하지만 지난겨울에 얼어붙었던 우리의 마음은 녹은 뒤 다시 얼어붙지 않고 1년 전 그대로의 모습은 아닌지 문득 생각이 든다. 시간이 멈춘 듯한 1년이라 그런지 여린 입김에 단단히 얼어붙은 마음이 녹아내렸을 법도 하건만 아직 가슴 속 얼음기둥은 새로운 기둥이 아니다.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걱정이 가득한 반쪽짜리 얼음이다.
다가올 새해에 맞이할 겨울에는 닫아놓았던 마음의 문을 열고, 주위에 따뜻한 입김을 불어 넣고 서로 살피며 새롭고 신선한 고드름을 맺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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