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에 투자하는 가축 투자 플랫폼 ‘스탁키퍼’
한우에 투자하는 가축 투자 플랫폼 ‘스탁키퍼’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0.12.01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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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한우에 투자하는 가축 투자 플랫폼 ‘스탁키퍼’

 

대한민국 쇠고기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1인당 쇠고기 소비량도 지난 10년 전 대비 48%가 증가(2010년 8.8kg/인당, 2019년 13kg/인당)한 것이다. 하지만 증가하는 소비량 대비 한우의 생산과 공급은 제자리걸음이다. 소비는 늘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니 자연스레 한우의 값이 높아졌다. 이는 한우 농가의 초기 생산비 부담이라는 페인포인트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일반인들이 한우에 투자해 한우의 생산 단가를 낮추고 수익을 공유하는 가축 투자 플랫폼이 최근 등장했다. 주식회사 스탁키퍼(STOCKEEPER/이하 스탁키퍼)가 그 주인공이다. 스탁키퍼를 이끌고 있는 안재현 대표를 만나 한우 산업에 대한 이야기와 스탁키퍼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재현 주식회사 스탁키퍼 대표사진=김남근 기자
안재현 주식회사 스탁키퍼 대표
사진=김남근 기자

 

10년 새 한우 사육 농가 절반 감소…수입량 6배 급증

‘한우 먹을래, 미국산 쇠고기 먹을래?’라고 물으면 대다수는 한우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한우 살래, 미국산 쇠고기 살래?’라고 하면 미국산 쇠고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가격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한우를 고가의 선물 제품으로 생각하고 선호한다. 한우는 비싸기 때문에 이른바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처럼 한우가 가격경쟁력에서 떨어지는 건 공급이 부족한 탓이라고 안재현 대표는 진단했다. 공급이 부족한 이유는 한우를 키우는데 외국산 소 대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농가에서 자본을 끌어올 수 있는 곳도 한정적이다. 농가가 농지를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은 극소수의 금융권에 국한되어 있다. 실제로 통계청의 ‘한우 규모별 농가수(2010년~20019년 기준)’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한우 사육 농가는 2010년 기준 17만 408호에서 2019년 기준 8만 9616호로 47%가 줄었고, 20두 미만의 사육 농가는 같은 기간 13만 8513호에서 5만 495호로 6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식품의학안전처의 ‘연간 생산 및 수입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쇠고기 총 소비량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한우 시장은 축소되고 있는 모양새인 것이다. 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쪼그라들고 있다.

 

안 대표는 한우 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어머니를 보며 이런 한우의 수급 상황에 문제점을 느꼈다. 학교 졸업 후 대기업 종합상사에 취업해 식량자원 수입을 담당해왔는데, 외국에서 들여오는 식량의 수입량이 가파르게 늘어가는 걸 직접 목격하면서 그 고민이 더욱 커졌다. 한우의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한우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고 스탁키퍼(STOCKEEPER)를 창업하기에 이르렀다. 긴 고민 끝이 탄생한 스탁키퍼는 소비자가 한우 사육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가축투자 플랫폼이다. 축산 농가의 사육 과정에 일반 개인 소비자가 투자형태로 참여해 소규모 농가가 겪는 고질적인 문제인 ‘초기투자비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한우 1마리당 1명의 투자자를 매칭해 한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안 대표는 “대한민국의 한우 시장의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기획서를 써 내려갔고, 정부기관과 대학 등에 기획서를 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몇몇 기관에서 스탁키퍼의 가능성을 높게 봐주셨고,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축산 생태계 변화를 위한 활동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성장하는 자산인 한우, 즉 가축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투자한 가축이 얼마나,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치를 보여줄 수 있다면 새로운 가축투자 생태계의 조성이 가능할 것이라 확신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통계청의 ‘한우 규모별 농가수(2010년~20019년 기준)’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한우 사육 농가는 2010년 기준 17만 408호에서 2019년 기준 8만 9616호로 47%가 줄었고, 20두 미만의 사육 농가는 같은 기간 13만 8513호에서 5만 495호로 64% 감소했다.ⓒ 주식회사 스탁키퍼
통계청의 ‘한우 규모별 농가수(2010년~20019년 기준)’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한우 사육 농가는 2010년 기준 17만 408호에서 2019년 기준 8만 9616호로 47%가 줄었고, 20두 미만의 사육 농가는 같은 기간 13만 8513호에서 5만 495호로 64% 감소했다.ⓒ주식회사 스탁키퍼

 

한우 생산의 선순환 구조 구축에 이바지할 것

앞서 언급한 초기투자비용이란 송아지 비용(가축비)과 사육비를 합한 비용을 말한다. 한우시장은 크게 번식시장과 비육시장으로 나뉜다. 번식시장은 태어나서 송아지로 성장하기 위한 약 6개월간의 과정을 말한다. 이 단계를 거친 송아지를 사 와서 24~26개월 동안 살을 찌워 키워내는 게 비육시장인데, 우리나라 한우시장은 비육시장으로 보면 된다. 국내 50두 미만의 중·소규모 한우농가가 80% 이상을 자치하는 이유는 송아지를 사 올 때 초기 비용 중 하나인 송아지 비용(가축비)이 들기 때문이다. 한우 시장이 커지려면 규모화된 농가가 많아져야 하는데, 초기 가축비 투자가 부담돼 사육할 수 있는 공간 등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소규모 농가에 머물러 있는 농가가 많다.

 

스탁키퍼는 일반 투자자들을 시장에 참여 시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일반 투자자들이 초기 생산비 중 하나인 송아지 비용을 '농가 대신'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형태로 말이다. 결국 ‘STOCKEEPER’라는 플랫폼을 통해 농가는 초기 생산비 부담의 절반을 덜 수 있고, 투자자들은 ‘한우 이력제’를 통해 주식만큼이나 투명하고 환금성이 높은 시장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부동산만큼의 큰 자금이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는 농가의 송아지에 직접 투자하고, 농가는 투자받은 송아지 비용으로 사육두수를 늘려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며 인적자원, 사료비, 백신 등에 투자하게 된다. 동반 사육은 이렇게 투자자와 농가가 함께 투자하는 STOCKEEPER의 사육 형태로 ‘투자자’와 ‘농가’라는 두 참여자들의 잉여자원을 통해 새로운 가축 투자 경제가 창조되고, 파생된 손익은 참여자들에게 공유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 내용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달 개최된 ‘제3회 핀테크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인 금융위원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플랫폼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농가에 직접 찾아가 제안을 해본 결과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소비자들과 생산자들은 플랫폼이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는지를 이해한다면 반드시 사용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게 됐죠”라며 “수많은 플랫폼들이 검증과 수정, 보안 과정을 거치며 성장해갔듯이 스탁키퍼 역시 고객가치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투자자들에게는 대체투자로서 안정성과 투명성, 수익률을 선사하고, 농가들 역시 스탁키퍼를 통해 보다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STOCKEEPER’ 플랫폼을 통해 농가는 초기 생산비 부담의 절반을 덜 수 있고, 투자자들은 ‘한우 이력제’를 통해 주식만큼이나 투명하고 환금성이 높은 시장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 주식회사 스탁키퍼
‘STOCKEEPER’ 플랫폼을 통해 농가는 초기 생산비 부담의 절반을 덜 수 있고, 투자자들은 ‘한우 이력제’를 통해 주식만큼이나 투명하고 환금성이 높은 시장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 주식회사 스탁키퍼

 

15조 원 한우 시장…새로운 축산 투자 생태계 조성 목표

한우 투자 플랫폼이라는 생소한 생태계를 조성하다 보니 이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우여곡절도 많았다. 생산자는 말 그대로 농가다 보니 하나하나 직접 발로 뛰어서 발굴해야 했다. 한우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고령화돼 있다 보니 이런 시스템을 설득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이미 사육업 시장에 공고하게 자리하고 있는 기존 플레이어들의 견제도 견뎌야 했다. 생물이다 보니 자연재해 등 불가항력적인 사항에 취약하다는 점도 리스크 요소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입점할 수 있는 농가를 가축케어보험에 가입한 농가로 제한했다. 믿을 만한 농가를 찾기 위해 현물공증 장치도 마련했다. 소유자의 동의 없이는 농가 주인이 임의로 소를 가축시장에 내놓지 못하게 하는 식이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단기적으로는 2021년 2분기까지 오프라인으로 200두 정도의 한우를 계약하는 게 목표다. 이후 온라인 테스팅을 거쳐 동해 하반기 스탁키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시장을 접목시켜 라이브스탁투자거래소로 확장해 새로운 축산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는 스탁키퍼다.

 

안재현 대표는 “초기에는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자금 공여가 가장 필요한 20두 미만의 소규모 사육 농가를 집중 공략해 시장을 키워나갈 계획입니다”라며 “15조 원의 국내 소 사육업 시장에서 새로운 축산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합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강현준 스탁키퍼 CPO는 “축산업이 ‘고기 파는 시장’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생산자와 투자자 소비자가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식회사 스탁키퍼는 무역과 축산업, 나아가 핀테크까지 접목할 수 있는 광범위한 경험을 갖춘 이들이 모였다. (좌측부터 이재윤 안드로이드 개발자, 안재현 대표, 강현준 CPO)사진=김남근 기자
주식회사 스탁키퍼는 무역과 축산업, 나아가 핀테크까지 접목할 수 있는 광범위한 경험을 갖춘 이들이 모였다. (좌측부터 이재윤 안드로이드 개발자, 안재현 대표, 강현준 CPO)사진=김남근 기자

 

스탁키퍼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차별성이 경쟁력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스탁키퍼는 대한민국 축산업을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모인 기업이다. 한우시장과 수입산 소고기 시장, 그리고 돼지고기 시장은 모두 분리가 되어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저와 안재현 대표를 비롯한 다수의 구성원이 대기업의 종합상사에서 다양한 수입육 종류부터 한우까지 모든 시장을 경험해온 이들이기에 무역과 축산업, 나아가 핀테크까지 접목할 수 있는 흔치 않은 능력을 보유한 팀이다. 다시 말해 광범위한 경험을 갖춘 이들이 모였다는 것이 스탁키퍼의 자랑이다”

 

성장하는 스타트업 대표자로서 어깨도 무거울 것 같다.

“近者悅 遠者來(근자열 원자래),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라는 공자의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대표자로서 저의 역할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 다시 말해 회사의 구성원들을 서포트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팀원들이 즐거워야 좋은 비즈니스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고, 이렇게 구축된 시스템이 결국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표자로서 저의 자리에서 제 역할에 충실하며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나가고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투자플랫폼인 것 같다.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그렇다. 아직은 생소한 형태의 투자플랫폼이기에 우리의 가축투자플랫폼이 대중들에게 어렵게 다가갈 것이라는 걱정도 크다. 하지만 소유권의 관점으로 바라보았을 때 투자자가 소유권을 매입함으로서 성장하는 자산을 취득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동안 투자에 있어 성장하는 자산은 없었다. 하지만 한우는 성장하는 자산이기에 실제로 ‘농가가 나의 자산을 키워주고 있다’라는 개념으로 다가갈 것이고, 이 자산이 최종적으로 경매로 나왔을 때 투자자는 ‘최초로 투자한 사람’, 농가는 ‘나의 자산을 키워준 사람’으로서 ‘각각의 지분을 환원 받는다’는 형태로 소비자들의 이해도를 높여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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