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할 말은 하는’ 직원, 기업문화 혁신의 주체로
[이슈메이커] ‘할 말은 하는’ 직원, 기업문화 혁신의 주체로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11.30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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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할 말은 하는’ 직원, 기업문화 혁신의 주체로
 
지난 2018년 구글 직원 수천 명이 고위 임원이 연루된 성추행 사건을 비호한 회사 측의 대응에 분노해 ‘타임스 업 테크(Time’s Up Tech)’라는 문구를 내걸고 동맹파업을 벌인 바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기업의 비윤리적인 정책이나 경영진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직원들의 집단 항의와 문제제기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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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대신 표현하는 직원들
구글 구성원들의 시위는 도쿄에서 시작되어 하루 만에 세계 50개 도시에서 2만 명의 직원들이 참여하는 시위로 확산되었다. 직원들의 집단행동의 표면적 원인은 성희롱 사건에 연루된 앤디 루빈이 9천만 달러의 퇴직금을 받았고, 회사는 해당 사건을 축소 및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직원들은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기업의 모토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라며 각 지사의 시간대별로 회사 로비나 정문 앞으로 나와 ‘모든 직장 구성원을 위해 평등하게 작동하지 않는 작업장 문화’를 성토했다. 결국 순다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초기 조사에 문제가 있었다”며 사과해야만 했다.
 
지난 6월에는 페이스북 직원들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대에 대한 폭력 진압을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게시물을 제재하지 않은 점을 두고 온라인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직원들은 자사 플랫폼이 아닌 트위터를 통해 ‘방관자’라며 본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와 같이 기업에서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구성원들의 집단적 행동을 펼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순응하는 대신 직원들이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을 모아 자발적인 목소리를 내는 세상이 온 것이다. 사회·정치 이슈에 대한 대중의 집단적 행동 양식이 기업 내부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면서 이를 두고 ‘구성원 행동주의(Employee Activism)’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지난 2018년 구글 직원 수천 명이 고위 임원이 연루된 성추행 사건을 비호한 회사 측의 대응에 분노해 동맹파업을 벌인 바 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지난 2018년 구글 직원 수천 명이 고위 임원이 연루된 성추행 사건을 비호한 회사 측의 대응에 분노해 동맹파업을 벌인 바 있다. ⓒYTN 뉴스화면 갈무리

 

사회 정의나 사업 윤리 문제에 적극적 목소리
구성원 행동주의는 언뜻 노동조합과 유사한 듯 보이지만 주제나 행동 방식 등에서 차이가 있다. 사회 정의나 사업 윤리 문제와 같이 포괄적인 부분을 다루고 그 주체 역시 애사심 높고 회사로부터 인정받는 우수한 인재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미국의 한 조사 기관이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0%는 ‘구성원 행동주의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가 2018년 회사 창사 19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문제제기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구성원 행동주의 확산의 가장 큰 요인은 적극적 사회 참여 인식을 가진 ‘MZ세대’의 등장이 꼽힌다. 이들의 주요 특징인 ‘적극적인 사회 참여 인식’이 구성원 행동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대 전문 연구기관인인 대학내일20대 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MZ세대의 65% 이상은 ‘SNS에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앞선 세대에 비해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과 참여 의지가 높다 보니 본인이 근무하는 회사에서도 자신의 가치가 실현되기를 원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은 회사의 정책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는 경향이 크다. 실제 아마존 직원들은 기후 변화 예방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며 집단적 행동을 해서 제프 베이조스 CEO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활동 및 과학 기금으로 100억 달러(약 12조원)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창구인 SNS도 구성원 행동주의를 촉발시킨 또 다른 원인이다. 대한항공 오너 3세의 ‘땅콩 회항’ 사건이나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대한 성희롱 ‘미투’ 등 굵직한 폭로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Blind)’에서 시작되었다.
 
즉각적 조치 이끄는 리더십 중요
중요한 것은 구성원 행동주의가 단순히 기업을 위기로 내몰기 위함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내부 목소리에 적절히 대응하면 오히려 기업의 조직 문화를 혁신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2018년 나이키는 여직원 단체를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해 여성 직원에 대한 광범위한 성희롱이 벌어지고 있거나 승진에서 밀려나는 등의 차별 사례를 접하게 되었고, 이후 마크 파커 CEO는 철저한 기업 문화 혁신을 약속하며 나이키의 ‘브로 컬처(Bro Culture)’에 제동을 걸 수 있었다.
 
나이키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 구성원 행동주의는 즉각적이고 본질적인 조치를 이끌어 내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잘못된 대처는 기업 이미지 하락과 우수 인재 이탈 등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LG경제연구원의 ‘할 말은 하는 직원들 구성원 행동주의 확산’ 보고서는 이에 대해 개별 구성원들에 대해 보다 정교한 의견 청취와 세대와 계층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운영해 단호히 문제의 본질을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영진이 과거보다 더 높은 기준의 윤리성과 투명성을 갖춰 기업의 가치를 직원들과 공감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할 말은 하는’ 직원들은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어긋난 그릇된 의사결정과 행동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구성원 행동주의가 부상하고 있음에 주목하고 각 상황에 맞는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사전에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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