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불복과 분열, 커져가는 리더십 혼란
[이슈메이커] 불복과 분열, 커져가는 리더십 혼란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11.25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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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불복과 분열, 커져가는 리더십 혼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끝났지만 미국 사회는 여전히 시끄럽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우편 투표와 사전 투표가 급증하며 개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로 사실상 결론이 났지만 대선 불복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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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이 돌아왔다”
현지시간 지난 11월3일 시작된 미국 대선은 5일 만에 개표를 마무리하면서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결정지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약 7,800만 명의 득표를 받은 것으로 추산되며 역대 최고 득표를 기록한 대통령이 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해 5월 출마 선언 후 당내에서 대세론을 형성해 왔지만 경선 초반부 부진한 성적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었고, 잦은 실언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끊임없이 공격받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아들 헌터 바이든을 둘러싼 우크라이나 의혹도 아킬레스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 4년간의 ‘트럼프 시대’에 대한 피로감과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판론’ 작동으로 이어져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 기록을 세우며 백악관 입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미국 현지 언론의 당선 확정 보도 직후 바이든 당선인은 본인의 자택이 위치한 델라웨어 윌밍턴에서 당선 연설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미국인들은 목소리를 냈다. 우리에게 확정적인 승리를 안겨줬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과 상관없이 미국이 하나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미국의 정신을 회복하고 미국의 중산층의 재건하도록 하겠다. 전 세계에서 다시 존중받는 국가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전했다.
 
 
외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페이스북
외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페이스북

 

또한 ‘통합’의 메시지도 함께 던졌다. 바이든은 “이번 대선에서 다양한 정치적 연합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진보·보수, 남녀노소, 도시와 농촌, 성소수자, 원주민, 라틴계, 아시아계 그리고 흑인 등 모든 사람들을 포괄하는 그런 연합이 만들어졌다. 특히 흑인들이 큰 목소리를 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후보에 투표한 분들은 물론 실망스럽겠지만 유세 기간 갈등은 뒤로 하고 긴장은 낮추고 서로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다”고 전했다.
 
향후 대통령으로서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종식시키고 인종차별을 없애야 한다. 보건의료체계를 강화해야 할 의무. 기후변화를 억제함으로써 지구를 구해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고, “미국의 정신을 회복하겠다. 미국의 희망과 정신이 다시 한 번 승리하도록 하겠다.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범을 보임으로서 세계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 정상과의 통화에서도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바이든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당선이 되면 동맹과 통화할 때 가장 먼저 하겠다고 밝혀온 말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가 동맹을 약화하고 국제사회 주도권을 훼손해 가장 먼저 폐기할 대상으로 꼽은 부분이기도 하다.
 
 
외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페이스북
외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내가 선거에서 이겼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개표 마무리 이후 바이든이 승리한 일부 경합 주를 중심으로 대선 불복 소송에 나서는 한편 관련 메시지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로 인해 내년 1월 정권 이양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내가 선거에서 이겼다(I WON THE ELECTION!)”라는 글을 게시했다. 앞선 트윗에선 이번 선거를 두고 “전에 없는 수준으로 공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규정했다. 더불어 “(언론은) 2020년 대선에서 위대한 헌법이 얼마나 파괴되고 부서졌는지 우리가 보여주지도 못하게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바이든)는 오직 가짜 뉴스의 눈으로 봤을 때만 승리한 것”이라며 “나는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루 전날 “선거가 조작됐기 때문에 그가 이겼다”는 트위터 글을 올려 외신들이 선거 승복으로 보도하며 그가 퇴로를 확보할 방법을 모색 중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지만, 해당 발언은 물러설 마음이 없다는 것을 전하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자 최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추측하기엔 그것은 빈정대는(sarcastic)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 마무리 이후 대선 불복 메시지를 끊임없이 쏟아내며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 마무리 이후 대선 불복 메시지를 끊임없이 쏟아내며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백악관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행보는 공화당 충성파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당내 비판 여론도 만만찮다. 트럼프 대통령 숙적인 밋 롬니 상원의원을 비롯해 로이 블런트 상원의원 등이 선거 승복과 부정 선거 주장 ‘근거 제시’를 요구한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 끝에 경질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화당 지도부가 우리 유권자에게 ‘사실 트럼프가 선거에서 패배했고, 선거 사기 주장은 근거 없다’라고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촉구한 상황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백악관 인근에서 대규모 선거 불복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프리덤 플라자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는데, 참석한 단체들은 ‘백만 마가 행진(Million MAGA March)’, ‘트럼프를 위한 행진(the March for Trump)’,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 등의 이름을 내세웠다. ‘MAGA’는 트럼트 대통령의 대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줄인 글자다. 이 자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차를 탄 채로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통해 여전히 강력한 인기를 누리고 있음을 증명했다. 약 7,300만 표를 획득하며 역대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패배자가 된 셈인데, 이를 두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며 한편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7,000만표 이상의 지지를 얻었으며 이는 놀라운 정치적 성과”라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온전히 ‘정권심판’의 의미로 해석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의 합류로 연방 대법원이 ‘보수 절대 우위’로 재편되며 대규모 소송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백악관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의 합류로 연방 대법원이 ‘보수 절대 우위’로 재편되며 대규모 소송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백악관

 

‘트럼피즘’ 여전, 향후 시나리오는?
워싱턴포스트는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 뒤집기와 2024년 대선 재출마, 파상적인 분풀이 공세 등 3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끝내 선거 결과를 뒤집고 연임하는 것이다. 현재 트럼프측은 주 정부와 카운티 정부에 투·개표 소송을 연달아 제기해 개표 결과를 바꾸거나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선거인단을 선출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또한 보수파 우위로 구성된 연방 대법원으로 소송전을 끌고 가 자신의 당선 판결을 내리도록 하는 전략을 짜고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한 가지는 2024년 대선 재출마 준비를 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졌지만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경제·외교적 고립주의 등을 기반으로 한 ‘트럼피즘(Trumpism)’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도 트럼프의 대선 재도전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전망하고 있다.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가 측근들에게 차기 대선 재출마 의사를 언급했다”고 보도했고, CNN 역시 “트럼프가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 레이스에서 명확한 선두주자”라고 했다. 미국 헌법은 한 사람이 대통령을 두 번 초과해 할 수 없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다음 대선에 출마해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패배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버티면서 분풀이를 이어나가는 행보도 예측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다. 이미 ‘눈엣가시’로 여겨온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해임했고,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이나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윌리엄 바 법무장관 등 행정부 안에 충성도 낮은 인사들을 축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대선 결과를 둘러싼 분열 상황이 이어지면서 민주주의 브랜드를 내세워 전 세계에서 지도력을 행사해왔던 미국이 과거와 같이 국제질서를 리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선거 기간의 갈등과 개표 과정의 혼란, 선거 불복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리더로서의 정당성과 명분이 상당 부분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미국은 이제 유권자들이 내린 선택의 의미를 설명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면서 “미국의 양극화 결과에 트럼프를 철저히 배격하려 했던 민주당도 실망감을 맛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대선 결과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게 큰 숙제를 남겼다는 의미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대선에서 승패가 갈라졌다고 판단되면 어느 한쪽이 승리선언을 하고 패자는 승복선언을 하는 관례가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 선언’을 하지 않으며 1896년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후보가 당선인 윌리엄 매킨리에게 이틀 뒤 축하 전보를 보낸 후부터 시작된 역사도 깨졌다. 그간 국제사회에 보여줬던 모범적인 모습도 퇴색되며 당분간 국제사회에 대한 미국의 입김이 축소될 가능성도 보인다. 계속되는 정국의 혼란이 어떤 식으로 수습될지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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