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자컴퓨터 개발 발걸음 내딛다
국내 양자컴퓨터 개발 발걸음 내딛다
  • 임성희 기자
  • 승인 2020.10.30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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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국내 양자컴퓨터 개발 발걸음 내딛다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 量子-)는 양자역학의 원리에 따라 작동되는 미래형 첨단 컴퓨터로 꿈의 컴퓨터로 알려져 있다. 양자역학 연구자들이 실현해 내고 싶은 연구비전이기도 하다. 그만큼 어려운 분야인데,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에 시동을 건 연구그룹이 있어 관심을 끈다.

 

 

사진=임성희 기자
사진=임성희 기자

 

국내 양자 정보 이론 연구 1.5세대

손원민 교수가 대학원에 진학하던 1995년, 전 세계적으로 양자 정보 이론에 관한 연구가 시작됐고, 손원민 교수는 자연스럽게 관련 연구를 접할 수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양자 정보 이론을 인지하고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고 10년이 지난 후에야 양자 정보 관련 연구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에 손 교수는 자신을 스스로 국내 양자 정보 연구 1.5세대라고 이야기했다. 손 교수 스승세대와 우리나라 양자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세대 사이에 끼인 1.5세대 말이다. 그래서 그는 양자연구 초창기, 연구가 활발했던 해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영국, 비엔나 그리고 싱가포르 등지에서 활동했고 2010년 싱가포르에 있는 양자기술연구센터에서 fellow로 근무 중, 모교인 서강대에 부임해올 수 있었다. “양자통신은 우리나라에서 하기 힘든 분야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우리나라 연구는 굉장히 뒤떨어져 있었어요. 제가 서강대에 부임한 후 여러 세미나를 통해 해외에서는 관련 분야가 이미 미래지향기술로 인정받아 많은 시도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렸고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많이 말씀드렸습니다. 10년이 지난 현재는 이 분야에 대한 인식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느낄 정도예요”라며 손 교수는 “현재 양자 정보 이론 연구는 높은 사양 양자 검출기를 이용한 양자 측정이나 양자컴퓨터 개발과 같은 분야에 집중돼 있습니다. 앞으로 양자컴퓨터 관련 연구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것이라 생각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손원민 교수는 ‘양자 기술 개발을 위한 국제 공동연구단’을 통해 그의 뒤를 이은 2세대, 3세대들이 맘껏 양자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사진=임성희 기자
손원민 교수는 ‘양자 기술 개발을 위한 국제 공동연구단’을 통해 그의 뒤를 이은 2세대, 3세대들이 맘껏 양자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사진=임성희 기자

 

국가보안, 국방 관련 과제 수행

서강대 양자광학 및 양자 정보 연구실에서는 양자광학과 관련된 시스템을 이용한 양자 정보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관련 분야의 연구결과들은 대규모 공공 인프라나 첨단 기술을 이용한 고도 보안기술과 같은 곳에 응용될 수 있다. “저희 분야가 대규모 설비가 필요한데, 원거리 통신, 고효율 계측 장비, 고정밀 계측 장비가 연관되어 있고, 기간산업과 관련이 있어서 국가통신 암호체계, 은행 간 보안 관련 연구에 응용될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고효율 연산을 할 수 있다는 세미나를 하다 보니 국책연구소에서 자문의뢰가 들어왔고 인연을 맺으며 관련 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손 교수는 표준과학연구소,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와 공동연구를 진행한 바 있고 현재 고등과학원과 기초 연구를 수행 중이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 과제도 여럿 수주해 진행하며 관련 분야에 많은 이바지를 해오고 있다. 현재까지 연구결과 중 다수는 인용지수가 높아 후속연구에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연속변수 계에서의 얽힘 상태 발진을 위한 필요조건 연구’는 현재까지도 많이 인용되고 있으며 관련 연구를 통해 연속변수 내 얽힘 현상과 이 준위 양자계의 얽힘 현상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관련 내용이 양자 정보를 위한 자원의 총량이라는 주제로 후속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종류의 양자 얽힘 현상의 생성과 응용이 실험적으로 구현되는 것을 살펴보는 일도 보람 있을 것입니다” 또한 ‘벨 부등식’이라고 하는 양자현상의 유효성을 판별하는 유명한 판별식이 있는데, 이 판별식은 양자역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견으로 알려져 있다. 손 교수와 공동연구자는 ‘벨 부등식’을 고차원 다 체계 양자 시스템에 적용하는 일반적 판별식으로 유도하여 제시한 바 있는데, 관련 연구는 양자 우월성 검증과 같은 양자 컴퓨팅 수행 확인에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어 많이 인용되고 있으며 현재도 활발한 후속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다체계 양자 시스템 내에서의 얽힘 현상과 관련된 연구, 일반적인 양자 부조화성의 연구 등도 기초이론 연구로서는 인용지수가 매우 높다. “수년 전에 수행했던 비국소 통신장치를 만들기 위한 기본조건 연구결과는 실험 물리학자들에게 인용되어, 제 이름을 붙인 이론이 실험적으로 검증된 예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 논문에서 제 이론이 son’s theory라고 언급되며 실험적으로 검증된 것을 보았을 때는 매우 뿌듯했습니다”

 

 

학생들에게 미지의 양자역학 세계를 재미있게 연구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는 손원민 교수. 그는 “양자역학이 미래의 우리 삶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 연구실 졸업생들은 국책연구소나 국내 대기업 보안관련 분야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사진=임성희 기자
학생들에게 미지의 양자역학 세계를 재미있게 연구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는 손원민 교수. 그는 “양자역학이 미래의 우리 삶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자광학 및 양자정보 연구실 졸업생들은 국책연구소나 국내 대기업 보안관련 분야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사진=임성희 기자

 

‘양자 기술 개발을 위한 국제 공동연구단’ 이끌며 양자컴퓨터 개발 초석 다진다

손원민 교수 같은 1.5세대들의 적극적인 활동과 연구성과로 정부는 2019년부터 국가 양자컴퓨터 개발 사업을 통해 관련 분야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손 교수는 “정부에서 양자 시스템에 관심을 두고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는 많이 뒤처졌지만, 시작이 반인 만큼 앞으로의 많은 발전은 연구자들의 몫입니다. 그러기에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힘을 합쳐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해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올해 초부터 저는 양자컴퓨터 개발 사업 중 개인 과제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 분야는 그 연구 분야가 물리, 수학, 컴퓨터 이론들을 망라할 정도로 광범위하고, 필요한 시스템 기술들도 매우 다양하여 하나의 개인 과제만으로 의미 있는 연구결과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양자컴퓨터 개발 과제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자들을 모아 하나의 연구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고, 마침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공모가 이루어진 양자 컴퓨팅 원천기술 개발 사업을 통해 관련 연구를 하나로 묶는 국제 공동연구단을 제안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최근 국책 과제로 진행된 ‘양자 기술 개발을 위한 국제 공동연구단’ 선정 원동력을 밝혔다. 덧붙여 그는 “이론과 실험 연구를 하나로 묶는 연구단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연구 교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동연구단의 목적입니다. 또한, 능력 있는 신진 연구자들이나 적용기술을 가진 타 분야 연구자들과의 교류도 본 연구단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주요 활동 내용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뒤를 이은 2세대, 3세대들이 맘껏 양자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조성에 대한 손원민 교수의 의지가 돋보인다. 현재의 정부 지원을 이뤄내기까지 그의 역할도 컸지만 앞으로 이뤄낼 기반조성과 양자컴퓨터 관련 성과에도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국제적인 네트워킹과 풍부한 국제경험은 공동연구단 책임자로서의 그의 당위성을 확고히 한 부분이다. “이런 연구단이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은 아닌데요, 관련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비슷한 형태의 다양한 연구단이 구성되어 의미 있는 많은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러한 성공적인 모델을 토대로 국내에서도 적극적으로 기초응용 연구를 통한 의미 있는 양자컴퓨터 개발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양자역학은 미래의 우리 삶을 바꿀 것입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인 영국의 로저 펜로즈를 언급하며 손 교수는 “블랙홀 이론으로 수상하긴 했지만, 그가 그의 저서에서 ‘양자역학이 들어가야 뇌과학을 이해할 수 있다’라고 양자역학의 중요성을 설명했습니다. 현재 인공지능 연구가 활발한데, 앞으로의 핵심은 양자역학적 현실을 얼마나 정교하게 실제 세계에서 구현하느냐에 달릴 것입니다. 이제까지 설명되지 못했던 많은 자연현상이 양자적인 현상의 결과라는 것을 밝혀내는 일들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학생들하고 이런 부분에 대해 자주 이야기합니다. 어려울 것 같지만 핵심을 뚫어내면 재미있고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연구실 학생들은 졸업 후 국책연구소나 대기업 보안 관련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분야 자체가 어려워서 찬반논란이 뜨거웠던 양자역학. 하지만 현재는 양자컴퓨터 등장에 대한 기대로 많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손원민 교수 역시 그 중심에서 한몫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양자역학 초창기에 연구를 시작해 지금까지의 흐름을 봐온 그로서는 현재의 발전상이 너무도 놀라울 따름이다. “이제까지는 이론연구를 많이 했는데 실험의 비중을 좀 더 높이며 심도 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다양한 방식의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게 현재의 숙제입니다. 제가 연구에 열정을 불어넣을 수 있게 도와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같이 국내 양자연구를 이끌어가고 있는 연구자분들과 즐겁게 연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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