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원규 기자]
플라스틱 프리! 바른 먹거리, 바른 소비로 이끈다.
이제는 친환경이 아니라, 필(必)환경 시대이다.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문제의 주범은 단연 플라스틱. ‘인간이 만든 가장 창의적인 물질’이었던 플라스틱이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전 세계가 제로 플라스틱을 외치고 국내에서도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가 한창인 지금,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용기 생산이 필수인 한 생수 업체가 친환경 플라스틱 음료용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어 화제이다. 친환경 플라스틱 음료용기 개발 및 생산은 물론, 정기배송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자발적 회수와 직접 재활용을 넘은 업사이클링에 이르기까지 보다 창의적이고 진정성 있는 책임감으로 ‘그린 플라스틱’에 미래를 건 이들을 만나본다.

36년 전통의 먹는 샘물 업체가 선보인 PLA 생수 병
국가 주요 행사에 ‘먹는 샘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심사와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산수음료(주)는 그간 유럽 아시아 정상회의(ASEM)를 비롯한 여러 국가 행사의 샘물 공급 업체로 선정된 바 있는 36년 역사를 가진 샘물 전문 기업이다. 철저한 위생관리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위생검사를 통과해 우리나라와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 부대에 샘물을 공급한 것은 물론 국내 전 지역에 걸친 유통으로 다양한 브랜드에 생수를 공급해 왔다.
이처럼 산수음료(주)가 국내 여섯 손가락 안에 드는 먹는 샘물 업체로 도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먹는물관리법’ 기준보다 6배 많은 연 12회 수질검사 시행 원칙에 있다. 창업주인 선친의 가업을 이어 2년 전 대표로 취임한 김지훈 산수음료(주) 대표는 “남양주 울창한 원시림 지대인 물골 안에서 취수한 먹는 샘물은 깔끔하고 부드러운 ‘연수’로 체내 흡수가 빠르거니와 맛도 일품이다. 이 좋은 샘물을 지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며, 환경을 위한 노력에 미래가 걸려있다.”며 ‘국내 최장수 생수’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김 대표의 챌린지는 친환경 경영에 있다고 덧붙였다.

생물학과 생명공학을 전공하며 항암 연구에 매진했던 김 대표는 헬스 케어 IT 분야의 글로벌 사업팀 TFT 리더로 일하며 자연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생명 존엄을 실천하는 길임을 깨달았다. 이후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던 중 갑작스러운 선친의 부고로 산수음료 대표 자리에 오르게 되었지만 ‘친환경 책임경영’이라는 확고한 선친의 유지가 있었기에 의연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시장 요구와 기업 생존이 일회용 페트 제품 판매에 있다. 중소기업으로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들여서라도 친환경 플라스틱 음료용기 개발,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한 자원순환경제를 실현하고 싶다.”고 전했다. 모두가 무모하다고 했지만 플라스틱 전문 연구원만 3명을 채용하며 연구소를 활성화시켰다. 김 대표 개인은 수 백 권에 달하는 논문과 관련 서적을 독파했다. 사탕수수 추출 원료에서 해답을 찾았지만 높은 구매 원가와 작황에 따라 공급과 수요가 달라지기 때문에 회사 재무 상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시행착오의 연속이었고 좌충우돌 아찔한 상황도 겪었지만 탄소배출량이 약 20% 적게 배출되는 페트를 시작으로 국내 최초로 생분해성 플라스틱(PLA) 생수병을 개발해 7월 ‘아임에코 고마운샘’을 런칭했다. 김지훈 대표는 고마운샘은 용기는 물론 뚜껑과 라벨 등 모든 포장재가 일정 조건하에서 180일 이내 생분해돼 퇴비화가 가능하여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키지 않으며 인체에 무해한 제품이다.”며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피력했다.

재활용으로 ‘플라스틱 프리’를 실천하다
일반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데만 500년 이상이 걸리며, 생산과정에서 생기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의 주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무색페트의 67%인 생수병의 재활용 수준은 20%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산수음료(주)는 정기배송 고객이 마시고 모아준 생수병의 뚜껑·라벨·페트를 분리해 다시 고객들에게 보답하는 ‘착불 원정대’ 이벤트를 통해 자발적인 회수 정책에 매진 중이다. 김 대표는 “회수된 빈 생수병 중 Bio-Pet는 재생 원사화해서 패션 업계에 공급하고, PLA는 음식물 쓰레기 전용 봉투와 농업용 제초필름으로 업 사이클링 된다.”며 이를 위해 국내 유수의 대학과 공동개발 MOU를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친환경 소재의 페트 제조와 동시에 이미 유통 중인 페트의 재활용과 환원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김 대표는 관련 사업을 위해 5개 중소기업과 그린 플라스틱 연합을 구성해 공동 연구 개발 및 기술 교류에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
식물 중에서도 옥수수, 사탕수수와 같은 전분이 나오는 자연 친화적인 소재로 만든 PLA는 플라스틱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80% 이상 적을뿐더러, 아주 짧은 시간에 100% 생분해가 가능하다. 여기서 재생된 원료는 생분해가 가능한 농업용 제초필름으로 만들어져 일반 석유화학 기반의 필름과 동일한 가격에 보급되고, 사용이 완료된 농업용 제초필름은 다시 회수해 바이오 연료 생성을 위한 원재료로 재활용된다. 김 대표는 “생분해성과 물리적 재활용성에 대한 연구를 보다 널리 알리고 싶다. 더 많은 기업이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 사용과 재활용에 앞장설 때 플라스틱 프리 및 필(必)환경적 실천이 가능하다.”며 “‘국내 유일’과 같은 거창한 타이틀보다는 모든 기업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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