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배달 앱과 점주 간 좁혀지지 않는 갈등
[이슈메이커] 배달 앱과 점주 간 좁혀지지 않는 갈등
  • 김남근 기자
  • 승인 2020.09.25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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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배달 앱과 점주 간 좁혀지지 않는 갈등

 

지난 9월 중순부터 ‘제로배달 유니온’이 시행된 가운데, 배달 앱 기업의 입장과 자영업 점주 간의 극명한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출혈 경쟁 구도의 업계 구조를 배달 앱이 등장하며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배달 앱 기업 측과 결국은 독과점으로 인한 수수료 전쟁을 야기했다고 주장하는 점주들의 입장이 제로배달 유니온의 출범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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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 없이는 장사가 어려운 상황

배달 대란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식보다 배달’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며 배달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 기자가 배달 앱과 전화 주문으로 음식을 주문했을 때 예상 수령 시간이 적게는 1시간, 많게는 2시간 이상으로 확인됐다.

 

배달을 주로 하는 업체들은 이를 ‘호황’으로 보지 않는다. 기존 상권에서 벗어나 거리가 먼 장소에서도 배달 문의 및 주문이 들어오는 바람에 표면적인 매출은 늘었지만, 배달 수수료로 인해 실질적인 수익은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밀려드는 주문으로 인한 서비스 저하와 피로도 누적도 무시하지 못한다. 배달 대행업체 역시 라이더 부족으로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통계청은 2019년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전년보다 84.6% 성장한 9조 7,365억 원을 기록했다고 2019년 온라인쇼핑 동향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는 코로나 펜데믹의 본격화 이전에 조사된 결과로서 실제 배달 업계에서는 배달시장의 규모가 통계청의 조사보다 더 클 것이라고 한다.

 

사회적거리두기가 지난달 2.5단계에서 2단계로 전환되긴 했지만, 언제든 다시 2.5단계, 나아가 3단계로 격상될 수도 있다. 사회적 불안감도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음식 배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업체들의 규모 키우기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 실현과 동시에 새로운 경쟁자들의 진입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해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의 지분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 4월, 배달의 민족은 일방적으로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었다.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꾼 것이다. 당시 수수료 정책 발표 후 배달의 민족은 가맹점주들과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10일 만에 기존 체계로 스스로 복귀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사건 후 가맹점주들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전한다. 기존 요금체계인 ‘울트라콜’에서 논란이 됐던 ‘깃발꽂기’ 문제는 여전하고, 앱 내에서 부여받는 안심번호로 인해 소비자와 점주들의 직접적인 연결을 차단해 모든 정보를 배달 앱 사업자가 독점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업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 즉 소비자 정보가 배달 사업자에게만 제공되어 정작 점주들은 껍데기 정보만으로 고객 확보 및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점주들은 배달 앱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장사를 이어가기가 어려운 상황에 이르기에 어쩔 수 없이 배달 앱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치킨 프렌차이즈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배달 앱으로 주문이 들어와 배달 대행업체를 끼고 배달이 되는 형태는 받아들일 수 있다. 배달원 고용에 대한 인건비와 리스크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배달이 매출을 올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배달 없이는 장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배달 앱의 수수료에 배달 대행업체에 지급되는 수수료를 합하면 돌아오는 몫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배달 거리가 먼 경우 배달 대행 수수료는 더 높아져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기도 하는데,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선택적으로 배달 주문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하는 건지, 배달 수수료를 메우기 위해 장사를 하는 건지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상생’이라는 가치관에 입각해야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외식업계가 배달 독립을 선언했다. 기존 대형 플랫폼 사업자를 대신하는 자체 배달 앱을 론칭하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수수료 횡포에 맞설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지자체가 힘을 모아 공공 배달 앱을 론칭함은 물론 SPC그룹, BBQ, 교촌치킨, 롯데지알에스, 미스터피자 등은 자체 배달 앱을 론칭하거나 리뉴얼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자체적으로 운영해오던 배달 앱은 미흡했던 운영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왔으나, 기존 배달 앱과의 정면승부를 펼치고자 문제점들을 개선했고, 최근 ‘착한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 승부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공공 배달 앱을 론칭한 기업의 한 관계자는 “공공 배달 앱은 점주와 소비자의 ‘상생’이라는 가치관에 입각해 대중들로부터 검증과 인정받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업계에서의 반대와 견제도 있겠지만 공공 앱의 가치에 대해 사회 전 구성원이 인정할 때까지 시간을 갖고 모두가 합리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배달 시장에서 철옹성을 쌓아 올린 거대 민간 배달 앱과 경쟁할 수 있는지와 자본주의 시장에서 공공의 영역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 배달 앱은 출시 이후가 더 중요하다. 공공 예산을 들여 개발하고 출시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출시 이후 서버와 CS 인력 확보, 다양한 이벤트로 야기되는 할인 프로모션, 그리고 홍보 등 유지 및 관리가 더 중요한 것이다.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라고 조언했다. 공공 배달 앱 기업의 관계자는 “사업 자체를 경쟁이라 생각하지 않고 공공의 성격을 띠고 지역 사람들과 지역 업체를 위해 서비스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일정한 철학이나 방향이 없다면 성장하기 어려운 수익모델이기에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된다. 뜻 있는 많은 이들이 공공의 사업에 동참해주길 바란다”라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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