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핵심 취지 사라진 채 검찰의 ‘정치화’ 경향 커져
[이슈메이커] 핵심 취지 사라진 채 검찰의 ‘정치화’ 경향 커져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9.24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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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핵심 취지 사라진 채 검찰의 ‘정치화’ 경향 커져
 
그간 검찰은 공익을 대변하기보다 정치권력과 재벌, 그리고 내부 조직을 지키는 데 더 힘을 쏟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진보와 보수 정권 가릴 것 없이 ‘검찰개혁’ 문제는 언제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특히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에게 이는 숙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추진된 개혁의 결과는 유래 없는 검찰의 ‘정치화’만을 불러오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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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윤석열 총장, 정치판 뛰어들까
검찰 개혁의 핵심은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아울러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무소불위의 힘을 견제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위한 근거법도 20대 국회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공수처는 여전히 출범 시기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후속 3법’을 통과시켰지만, 공수처장 추천위원(7명)의 야당 추천권(2명)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내용은 결국 포함시키지 못해 야당의 협조 없이는 공수처장 임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이 선임되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추천에 응하겠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공수처와 특별감찰관(특감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일괄 타결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신경전이 계속되자 여당은 야당의 협조 없이 공수처를 출범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속속 발의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차기 대권의 유력한 ‘범야권’ 후보로 거론될 만큼 ‘정부-여당’과의 관계가 틀어진 상황이다. ⓒ검찰
윤석열 검찰총장은 차기 대권의 유력한 ‘범야권’ 후보로 거론될 만큼 ‘정부-여당’과의 관계가 틀어진 상황이다. ⓒ검찰

 

검찰 간부 인사 문제로 인한 마찰도 계속되고 있다. ‘여당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야당과 윤석열 검찰총장’ 구도를 통해 윤 총장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8월 말 단행된 중간간부 인사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이 지검장 라인이 전면 배치되자 보수 성향의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추미애 장관의 최근 검찰 중간간부 인사는 학살”이라고 주장하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윤석열 총장이 퇴임 후 정치판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뒤를 잇는 지지도를 나타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검찰총장이 1년여 만에 ‘범야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가 된 셈이다. 윤 총장은 지속적으로 정치권과 선을 긋고 있지만 지난 8월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 발언하며 큰 파장을 부르기도 했다. 총선 압승 이후 다수결의 힘을 과시하고 정권 핵심을 겨냥한 수사로 사퇴 압박을 하는 거대 여당을 겨냥한 작심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 설훈 전 최고위원은 “차라리 물러나 본격적인 정치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간부 인사로 인해 검찰이 다시 권력의 ‘시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Pixabay
최근 간부 인사로 인해 검찰이 다시 권력의 ‘시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Pixabay

 

‘검언유착’이냐 ‘권언유착’이냐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둘러싼 갈등 과정도 정치화된 검찰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과정에서 윤 총장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더니, 한동훈 검사장과 담당 검사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사이에 몸싸움이 일어나는 일도 있었다. 추미애 장관이 역대 두 번째로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발동하는 일도 있었다. 일련의 상황 속에서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정권의 구미에 맞는 결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찍어내기 위한 표적수사였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끝내 한 검사장의 밝혀내지 못하고 피의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동료 후배기자만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여기에 KBS의 ‘오보 논란’까지 더해지며 ‘권언유착’이라는 새로운 구도도 형성됐다. KBS는 9시 뉴스를 통해 ‘스모킹건은 이동재-한동훈 녹취‘라는 기사를 보도하며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공모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는 내용을 전했다가 다음 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적으로 표현했다“며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KBS 기자에게 거짓 정보를 흘린 인물이 서울중앙지검 주요 간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더해 KBS 법조팀장의 ‘취재 발제문’을 입수해 보도하며 ‘여권 인사 개입 의혹’으로까지 판을 키웠다.
 
아울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권경애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윤 총장과 한 검사장은 꼭 쫓아내야 한다는 내용으로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치적 중립이 필수인 방통위원장이 특정 검찰 인사를 지목해 ‘찍어내기’를 했다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한상혁 위원장은 왜 3월31일 MBC가 ‘A검사장’으로만 보도하였음에도 한동훈의 이름을 언급하셨는지 내내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며 “권언유착의 가능성을 여전히 의심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검찰 개혁을 이끌어야 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끊임없이 각종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법무부
검찰 개혁을 이끌어야 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끊임없이 각종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법무부

 

‘특혜 휴가’ 의혹 둘러싼 파문 확산
검찰 개혁을 이끌어야 할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끊임없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추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부인과 장모에 관한 의혹 자료를 보고 있는 모습을 언론에 노출하기도 했다. 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공익제보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신평 변호사는 추 장관을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으로 (지위에) unfit(부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월에는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핵심 내용을 담은 검찰 공소장을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라는 명목으로 국회에 제출하지 않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참여연대는 “공소장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공소장 비공개는) 일개 부서의 장인 법무장관이 아니라 국회증언감정법의 개정권을 가진 국회가 입법의 형식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 의혹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비판 여론이 격화하고 있지만 여당은 이를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추 장관 사수에 결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아니면 말고 식 ‘카더라’ 군불 때기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추 장관 관련 논란 부풀리기가 온 나라를 덮고 있지만 국방부 발표로 한풀 꺾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정치군인 정치검찰, 박근혜 전 대통령 추종 정당과 태극기 부대가 만들어낸 정치공작 합작품”이라고 주장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 역시 “국민의힘이 검찰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며 “검찰을 개혁하려고 하는 사람에 대해선 티끌 하나라도 찾아내서 공격하려고 하고, 없으면 억지를 부려서라도 정치적으로 타격을 주려 한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 의혹에 ‘송구하다’면서도 ‘검찰 개혁 완수’를 위해 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추미애 장관 페이스북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 의혹에 ‘송구하다’면서도 ‘검찰 개혁 완수’를 위해 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추미애 장관 페이스북

 

논란 때마다 ‘검찰개혁’ 방패막이 삼는다는 비판 커져
야당은 추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권력인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 국가기관 모두 무너지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통신비 2만 원에 대해 작은 위로라고 했는데 국민이 정말 듣고 싶은 위로는 2만 원짜리 작은 위로가 아니라 나라가 나라답게 굴러간다, 정의가 구현되고 있다고 하는 것이 위로”라고 비판했다. 이어 “장관도 국민과 싸우려고 하지 말고, 정의와 싸우려 하지 말고 더 늦기 전에 조속한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추미애 장관은 ‘검찰 개혁 완수’를 위해 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추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제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 드리고 있다. 먼저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는 말씀 올린다”면서도 “검찰개혁과제에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고 저의 운명적인 책무라 생각한다. 기필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이 검찰 개혁을 자리를 보전하는 ‘핑계’로 내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여론이 악화되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도 역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추 장관은 그동안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질 때마다 검찰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달 검찰 인사 이후 ‘친정권’ 성향으로 분류된 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했다는 비판에는 “국민이 바라는 검찰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능력과 자질을 갖춘 분들을 발탁한 것”이라고 반박했고, 지난 7월 ‘법무부 입장문 가안 유출 의혹’과 ‘관용차 사용 휴가 의혹’ 등이 불거졌을 때는 “개혁을 바라는 민주시민에 맞서 검찰과 언론이 반개혁 동맹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아직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상황은 아니지만 이미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개혁을 추진할 명분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개혁 작업 전체의 진정성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처럼 현 정부의 검찰개혁은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더욱이 그 개혁에 ‘국민’도 사라진지 오래다. 결국 실패로 인한 피해 역시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문재인 정부의 행보가 당초 취지와 달리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만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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