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신냉전 Ⅱ] G2 틈바구니 속 생존전략 찾기 분주
[이슈메이커_ 신냉전 Ⅱ] G2 틈바구니 속 생존전략 찾기 분주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8.06 08: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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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G2 틈바구니 속 생존전략 찾기 분주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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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공방 등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이 신냉전 구도로 확전되면서 전통적 동맹국과 신흥경제대국 사인에 끼인 한국 외교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미국과 중국은 저마다 우호세력 확보에 나서는 가운데, 한국을 향한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양국과의 관계를 모두 놓칠 수 없는 한국으로선 난제를 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와 홍콩보안법으로 다시 야기된 G2 갈등
지난해 12월 무역협상 1단계 합의로 잦아드는 듯했던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해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다시 거칠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은 양국의 패권경쟁 강도를 전례 없이 높이는 데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 속에서 두 나라는 우호세력 확보를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은 탈(脫)중국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위해 추진 중인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 구상을 한국에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미국이 중국을 아예 국제 경제 질서에서 고립시키기는 방안으로 중국의 ‘일대일로’와는 전면적으로 대립한다.
 
중국 역시 홍콩 국보법 제정에 대한 한국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싱하이밍 중국 대사는 CCTV와의 인터뷰에서 “한·중 양국은 전통적으로 핵심 사안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존중해온 우호국이다”면서 “한국이 홍콩 문제에 이해와 지지를 보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주한중국대사관도 “홍콩보안법 진행 상황을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를 포함한 각계와 공유했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의 압박이 시작되며 난처한 입장에 놓인 한국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중국이 더는 전략적 모호성을 놔두지 않겠다는 ‘경고’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홍콩보안법의 경우 민주주의와 인권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애당초 중국을 지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중국의 내정 사안이다 보니 그동안 외교부는 “홍콩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있었다.
 
정세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개할 묘수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공식 탈퇴하면서 태평양지역에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선언하기도 한 상황에서, 냉전체제가 극단으로 치달아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의 한반도 배치를 제안할 경우 또 다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중국에게는 사드 한반도 배치 이후 경제보복을 당한 전례가 있다. 그럼에도 최근 한한령(한류금지령)에 해제가 시사되는 등 훈풍이 불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 기류는 포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올해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 일정도 여전히 유효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한중 관계에 있어 시 주석의 방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오랜 동맹국인 미국과의 신뢰도 포기할 수 없는 문제다. 북한 비핵화 문제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이고, 남·북 협력 사업 추진에 있어서도 대북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의 협조는 불가피하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은 코로나19책임론과 홍콩보안법 시행을 기점으로 다시 거칠어지고 있다. ⓒ백악관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은 코로나19책임론과 홍콩보안법 시행을 기점으로 다시 거칠어지고 있다. ⓒ백악관

 

무역합의 파기되면 우리 경제 치명타
열강의 갈등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도 요동치고 있는 형편에 국내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무역의존도가 70%에 달하는 한국의 가장 큰 수출국이 중국과 미국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의 대미 및 대중 수출의존도는 각각 13.5%와 25.1%에 달한다.
 
이미 1차 무역전쟁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경험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지난해 1~8월까지의 누계 세계 수출액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9%에 머물며 2009년부터 계속 유지해온 3%대가 무너졌다. 특히 한국 수출은 9.83% 감소하며 중국(-0.09%) 일본(-4.5%) 독일(-5.21%) 등 4대 제조국가 중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지난해 수출증감률에서 계속 마이너스 행진을 벌이며 나타난 결과였다.
 
 
전문가들은 어느 편에도 설 수 없는 ‘너트크래커’ 신세에서 노련한 외교 줄타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외교부
전문가들은 어느 편에도 설 수 없는 ‘너트크래커’ 신세에서 노련한 외교 줄타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외교부

 

이와 같은 상황에서 G2가 합의를 파기하고 다시 무역전쟁을 재개할 경우 추가적인 수출 피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보안법 제정을 둘러싸고도 양국의 갈등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중국으로 재수출을 하고자 이용하는 중계무역의 요충지인 홍콩이 가진 각종 혜택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무역협회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중국으로 직접 수출을 할 수 밖에 없어 각종 물류비가 증가하게 되고, 중국 직수출을 위한 항공편 확보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중국은 “중국 기업에 대한 부품 공급을 중단하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고, 미국으로부터는 화웨이 통신장비 수입 금지 뿐 아니라 부품 수출도 중단할 것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어느 편에도 설 수 없는 ‘너트크래커(호두 까는 도구)’ 신세가 된 속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확한 상황 판단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어느 때보다 노련한 외교 줄타기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 이상 미·중 갈등이 단순한 트럼프 행정부의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현상이 아니라 40년 협력 관계가 끝나고 ‘대결별’에 접어들었다고 보는게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외대 국제학부 황재호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면 최대한 미루는 게 낫다”며 “갈등이 보다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한쪽을 선택하는 것은 자칫 양쪽 모두를 잃을 수 있으며, 적극적으로 한쪽의 견해에 반응을 보이는 행보 역시 위험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대 통일연구소 정대진 교수 역시 “다자외교의 중심역할, 국제사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는 중심역할로 입지를 굳히기 전까지 미·중간 전략적 이해관계 속에서 사안별로 양자의 완충지대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대국 간 갈등도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형하기도 했다. ⓒ효자동사진관
문재인 대통령은 “강대국 간 갈등도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형하기도 했다. ⓒ효자동사진관

 

‘실사구시’가 해결책 찾을 해법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호주 등 동맹국들 역시 압박하고 있다. 하이노 클링크 미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는 “우리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할지 강요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이제 전 세계 국가들은 가치와 이익을 견고히 수호하기 위해 단결할지, 아니면 중국의 요구에 순응할지 선택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미국은 다른 모든 나라에 적용하는 동일한 기준을 중국에도 적용할 것이라며 중국의 악의적 행동에 침묵하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하지 않을 것이다”며 우방국과 동맹들이 중국 견제 기조에 적극 동참하길 독려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영국을 비롯해 캐나다와 호주,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은 일찌감치 미국편에 선 상태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에 깊은 우려나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했고, 특히 영국은 미국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하기도 했다. 독일과 프랑스, 일본은 코로나19의 중국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다. 독일 언론 빌트는 “중국의 최대 수출 히트상품은 코로나19”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독일의 경우 아시아 국가를 제외한다면 선진국 중 ‘신냉전’으로 가장 피해를 보게 될 나라로 꼽히기도 한다. 한국처럼 수출 주도적 국가이자 대중 수출액이 서구권 국가 중에서는 드물게 미국과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세계적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중국을 제조기지로 삼으며, 이를 통해 독일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반등하며 부채 위기를 진화하는 데 도움을 받기도 했다. 실제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독일의 대중국 수출 규모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합한 것의 세 배에 이른다. 중국과의 관계 단절에 대한 두려움도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과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세계 각국들은 저마다의 셈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Flickr/Palacio do Planalto
미국과 중국과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세계 각국들은 저마다의 셈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Flickr/Palacio do Planalto

 

한편 중국은 주변국과의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데, 러시아는 미국보다는 중국에 우호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이 홍콩에서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노력을 확고히 지지하며 중국의 주권을 훼손하는 어떤 도발 행위에도 반대한다”며 홍콩보안법을 지지했다. 서방 국가의 압박에 두 나라가 밀착을 강화하는 모양새로 풀이된다. 하지만 인도와의 새로운 전선이 나타난다는 점은 악재다. 중국이 파키스탄을 비롯한 인도 주변국들에 영향력을 높여나가자 인도는 미국과 밀월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한 갈등으로 지난 6월 히말라야 라다크 지역에서 45년 만에 처음으로 양국군이 국경 분쟁에서 군사 충돌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들이 상생 대신 대립의 길을 택하자 우리에겐 지정학적 암흑기가 도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 존망의 걸릴 정도로 엄중한 상황이지만 현실적인 방법이 없어 난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모호성을 유지할 경우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해결책은 반드시 요구된다. 외교와 안보, 경제 등 각 사안별로 상호 협력 방안을 찾고, 국제질서 재편에 맞춰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외교력을 발휘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새로운 시험대에 놓인 우리 정부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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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고수 2020-08-06 10: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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