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뉴 노멀 Ⅱ] ‘팬데믹’이 부르는 세계질서의 재편
[이슈메이커_ 뉴 노멀 Ⅱ] ‘팬데믹’이 부르는 세계질서의 재편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7.07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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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팬데믹’이 부르는 세계질서의 재편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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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창궐로 지구촌이 미증유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일시 멈춤’에서 벗어나 조금씩 봉쇄조치 완화가 진행되는 추세이지만 전 세계 누적 확진자가 700만 명을 넘어서고, 사망자도 40만을 훌쩍 넘긴(6월10일 기준) 상황 속에서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관찰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로 인한 국제질서 역시 커다란 진폭을 가지고 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G2 갈등 속 ‘G0’의 시대 도래하나
코로나19 사태가 반 년 넘게 지속되면서 인류는 혼돈과 공포 속에서도 고난을 함께 극복하자는 연대의 힘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정치와 경제를 비롯한 각 분야에서 새로운 인식과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14세기 중세 유럽의 봉건제도에 종지부를 찍은 흑사병이나 17세기 대항해 시대를 연 천연두 등 인류사에서 전염병은 거의 예외 없이 문명의 전환으로 이어져 왔던 것처럼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올 변화는 복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다만 20세기 이후 형성된 신자유주의와 다자주의에 기반 한 세계질서의 구조적 변화가 있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 국가들이 장벽을 세우고 국제 연대에 균열이 생기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기원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2016년 취임 직후부터 기존 국제안보와 협력 체제를 뒤집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실패의 책임론에서 벗어나고, 지지층 결집을 통한 재선 가도를 달리기 위해 ‘아메리카 퍼스트’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여겨진다. 전염병 발생 초기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잔뜩 몸을 움츠려야 했던 중국 역시 깊은 내상을 입으면서 내치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G2’가 ‘각자도생’ 노선을 걷게 되면 나머지 국가들 역시 같은 길을 밟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국제기구의 영향력은 급속히 줄어들고, 특정 강대국이나 동맹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각국의 이익을 최우선해 ‘이합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제3세계 국가들이 닮고자 했던 ‘서구 선진국’들이 코로나19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민낯을 고스란히 보이면서 국제사회가 ‘G0’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국립외교원 이동휘 교수는 칼럼에서 “각국은 국내정치적으로는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화되고, 이와 연관되어 국제적으로는 질서의 유지에 필수적인 국제주의의 동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을 통한 재선 가도를 달리기 위해 ‘아메리카 퍼스트’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여겨진다. ⓒ백악관/Flick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을 통한 재선 가도를 달리기 위해 ‘아메리카 퍼스트’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여겨진다. ⓒ백악관/Flickr

 

신자유주의 대신 ‘큰 정부’ 대세로
‘큰 정부’가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커졌다. 방역 정보와 물자의 생산과 분배에 있어서도 정부와 공공성의 재발견이 이뤄지며, 이미 불평등 심화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이후 퇴조 국면으로 접어든 신자유주의는 감염병 관리에 있어서도 바람직한 결과를 산출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신자유주의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은 부실한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병원비가 무서워 진단검사나 치료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넘쳐났다.
 
이로 인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비판 속에서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과거보다 국가의 개입을 더 용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시행한 봉쇄 조치나 한국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확진자 동선 공개 등 재난 대응과정에서 정부는 이미 강력한 주도권을 확보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한 기고문에서 “이제 신자유주의가 내건 작은 정부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비규칙적이고 복합적으로 다가올지 모르는 전염병 대책은 물론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강하고 유능한 정부’가 갈수록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국민을 대상으로 무제한으로 돈을 살포하는 모습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전 국민에게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급을 지급했고, 미국 역시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성인에게 1인당 1,200달러, 자녀 1인당 500달러를 수표나 온라인 송금 방식으로 지급하고 있다. 또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 부양 법안을 마련하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반(反) 트럼프 진영인 워싱턴포스트(WP)조차 “대공황 당시 케인스 경제정책이 정부 신뢰를 지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며 미국 정부의 방안을 지지하기도 했다.
 
 
미국 외교의 거두로 통하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코로나19 사태가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LBJ Library/Flickr
미국 외교의 거두로 통하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코로나19 사태가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LBJ Library/Flickr

 

문제는 장기적으로 산더미처럼 쌓인 빚으로 인해 다시 경기침체가 오는 ‘더블딥’에 대한 우려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부설 조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유닛(EIU)은 “부채 위기를 방지할 실질적 조치가 없다면 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경제위기에 휘말릴 것”이라고 경고했고, 게다가 올 하반기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으로 인한 또 한 번 세계 경제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여전히 ‘불확실성’의 구도에 갇혀있지만 분명한 것은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류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뉴 노멀’ 시대를 맞아 개인과 사회, 국가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우리는 어쩌면 전화위복의 과거 문명의 전환과 같은 의미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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