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이혼에 대한 고찰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가족관계의 형태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특히 ‘황혼이혼’ ‘졸혼’ 등 노년층에서의 가족관계 형태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통계청의 2018년 혼인·이혼 통계에 의하면 60세 이상 남성의 이혼 건수는 2009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증가해 2018년 최고치인 1만 6천 건을 기록했으며, 60세 이상 여성의 이혼 건수 역시 매년 증가해 9천 8백 건에 다다랐다고 한다. 또한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지난해 발표한 통계에서는 60대 이상 남성의 이혼상담 비율이 36.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60대 이상 여성의 경우 23.5%로 40대와 50대에 이어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와 같이 황혼이혼이 증가하는 이유는 60대 이상 남성들의 경우 퇴직 이후 사라진 본인의 경제력을 아내와 자녀들이 무시한다는 것에 큰 억울함을 느끼는 것이 주 원인으로 분석되며, 60대 이상 여성의 경우에는 남편의 외도와 폭행 등이 주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자녀들이 성장하여 사회에서 경제적 기반을 닦는 시기가 보통 부모들이 60대가 된 이후이기에 ‘자녀들을 위하여’ 참고 견딘 부부가 자녀들의 독립 이후 이혼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황혼이혼의 경우 이혼가능여부 즉, 상대방의 유책성을 증명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데 비교적 젊은 부부들의 경우 상대방의 유책사유에 대한 증거로서 사진, 녹음, 기타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어렵지 않으나 황혼이혼을 바라는 노년층의 경우 이러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혼인기간이 길어지면서 그러한 상대방의 유책성도 약화된다는 점과 아직도 노년층의 이혼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선(이미 긴 세월을 함께 살아왔고, 남은 생도 많지 않음에도 굳이 이혼을 해야 하느냐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은 삶이 얼마가 되든 본인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러한 길을 찾아가는 것이 당연할 것이며 특히 긴 혼인기간동안 상대방 배우자의 유책사유로 인하여 많은 아픔을 겪어 왔다면 오히려 이러한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비록 상대방의 유책사유(외도, 폭행 등)에 대하여 직접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더라도 자녀들의 진술 등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부부 일방의 유책사유를 인정할 수도 있으며, 법원에서 실시하는 가사조사 등을 통하여 그 세월의 흔적을 더듬어 가면 혼인기간 동안 상대방의 유책사유가 있었는지 여부도 능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상처가 있는 노부부가 평생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안고 이해하며 남은 생을 다시 함께 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만약 그럴 수 없다면 황혼이혼을 통해 본인을 위한 삶을 새롭게 살아가며 본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을 듯하다. 어쨌든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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