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한국 수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닮은꼴
빨간불 켜진 한국 수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닮은꼴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5.11.08 2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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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빨간불 켜진 한국 수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닮은꼴

“예상되는 경제 위기 속에서 ‘원샷법’ 대안책 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허덕이고 있는 한국의 수출 상황이 20여년전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추격 관점에서 살펴본 한·중·일 수출경쟁력의 변화’라는 보고서를 통해 ‘1990년대 후발국들의 추격으로 주요 수출품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던 일본의 모습이 2000년대 들어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1990년대 초 수출시장을 장악했던 일본의 추락이 현재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의 수출 하락세를 빼닮은 한국 경제

KDI가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본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은 1993년 9.6%에 달했으나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3.6%에 그쳤다. 1980년대까지 전 세계 수출을 주도했던 일본의 수출시장 점유율이 최근에는 20년 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로 하락한 셈이다. 같은 기간 중국은 2.4%에서 12.4%로 급증했고, 한국은 2.2%에서 3%로 완만한 상승선을 보였다. 하지만 한국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상반기 수출입동향에서 지난달 수출 금액은 462억1,800만 달러로 전년보다 8.1% 감소했다. 전년대비 4개월째 내리막길인데다 감소폭은 지난 2013년 2월 이후 최대치로 나타났다. 

문제는 현재 한국의 수출품 구성이 ‘잃어버린 20년’을 겪기 시작한 1990년대 초 일본과 비슷하다는 데 있다. 일본의 수출이 꺾인 것은 전 세계 수출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약진했기 때문이다. KDI는 수출잠재력지수를 활용해 1993년부터 1999년까지 일본의 수출시장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잠재력이 높았던 품목에서 일본의 시장점유율이 14% 정도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레코드플레이어의 경우 같은 기간 일본의 수출시장 점유율이 77%나 떨어졌다. 최근 한국에서 경쟁력이 있는 수출품목은 기계·운수장비와 화학제품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품목은 수출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기 직전인 1993년 일본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10년 전에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같은 자동 데이터 처리장치와 통신·녹음기기는 최근 중국의 추격을 받으며 수출이 부진을 겪고 있다. 1993년부터 2003년 사이 일본에서 50%가량 경쟁력이 떨어진 자동 데이터 처리장치는 현재 한국에서는 70%정도 하락했다.  


수출 감소 위기를 극복할 근본적인 해결책 필요

현재 한국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가장 큰 이유로는 중국의 영향이 크다. KDI에서 일본의 1990년대의 수출상황을 분석한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2000년 이후 한국의 수출시장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중국의 수출잠재력이 높은 품목들로 인해 2010년 이후 한국의 수출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점유율 하락폭은 1990년대 일본보다 더 크다는 점이다. 선박 텔레비전 통신기기 등 중국의 수출잠재력이 높은 품목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6년 동안(2005~2011년) 21% 하락했다.

급속한 수출 감소로 인해 일본에서 ‘잃어버린 20년’이라 칭하는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에 이르는 동안 일본경제가 어려웠던 것만은 아니다. 일본은 사업재편지원제도를 도입해 침체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대표적인 나라이다. 일본 정부는 기업의 자발적인 사업재편에 대해 상법ㆍ공정거래법상 절차적 특례를 보장하고, 세제혜택과 금융지원까지 함께 제공하는 내용의 산업활력법을 제정했다. 일본에서 1999년 산업활력재생법을, 2014년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시행한 후 올해 2월까지 사업재편개획을 승인 받은 기업만 총 628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87%가 생산성 향상 효과를 봤고, 기업별로 평균 460개의 새 일자리도 만들었다. 이러한 제도 덕분에 일본의 대표 상장사인 ‘Nikkei225’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 2012년 3.24%, 2013년 9.8%, 2014년 7.88%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들 기업의 총자산수익률 역시 지난 2012년 1.96%에서 2013년 2.63%, 2014년 2.85%로 급상승했다.

일본은 급격한 수출 감소로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수출량 증가를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탐색하는 한편, 당장의 경제손실을 해결하기 위해 사업재편지원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일본보다 수출 감소 하락폭이 더 큰 한국에서는 아직 마땅한 대안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초안은 과잉공급구조 산업 내의 사업에 대해서만 혜택을 제공하고, 부실기업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어 일본의 사업재편지원제도와 달리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지원 기간에 있어서도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이 사업재편제도에 3년, 특정사업재편제도에 10년간 지원을 하지만, 원샷법 초안은 원칙적으로 3년 이내(위원회심의로 2년 이내의 연장 가능)의 지원만 허용하기 때문에 마땅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앞으로의 한국 경제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넘어 그 이상의 기간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처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도울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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