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미국과 이란의 질긴 악연, 다시 도는 핵시계
[이슈메이커] 미국과 이란의 질긴 악연, 다시 도는 핵시계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2.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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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미국과 이란의 질긴 악연, 다시 도는 핵시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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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증오의 역사를 가진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좀체 식지 않으면서 유혈 사태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갈등이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핵합의가 파기된 상황 속에서 이란이 다시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경우 ‘세계의 화약고’ 중동 정세가 순식간에 전쟁의 위협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일촉즉발 위기 넘겼지만 갈등 여전
시작은 지난해 말 친이란계 민병대의 공격으로 이라크의 미군 주둔지에 근무하던 미국인 한 명이 사망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미국은 이란 최고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이라크에서 폭살했다. 이에 이란은 초강경 대응책으로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사실상 탈퇴를 선언했고 ‘순교자 솔레이마니’라는 작전명 속에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서부 아인 알 아사드 공군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복공격을 감행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다. 이란 내부와 중동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미국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이란과 이라크는 미군이 이라크 영토 내에서 마음대로 군사작전을 한 것을 비난하며 철수를 주장했다.
 
다음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을 통해 “강력한 무기가 있다고 해서 꼭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군사력은 최고의 억지력이다. 세계를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이란과 협상할 의향이 있다”이라며 응전을 자제하며 일촉즉발의 위기는 일단 넘겼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퍼져 있다. 지난 2월1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이슬람혁명 41주년 기념식에서 참여한 시민들은 “순교자 솔레이마니는 불멸이다”, “우리는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미국에 대한 노골적 불만을 드러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역시 국영방송을 통해 중계된 연설을 통해 “우리는 이웃 국가를 침략하려고 미사일을 만들지 않는다”며 “미국이 이란에 가하는 제재는 100% 비인도적이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폭살하자 이란은 핵합의의 사실상 탈퇴를 선언하고 보복공격을 감행했다. ⓒWikimedia Commons/Khamenei.ir
미국이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폭살하자 이란은 핵합의의 사실상 탈퇴를 선언하고 보복공격을 감행했다. ⓒWikimedia Commons/Khamenei.ir

 

트럼프 행정부 이후 깨진 핵합의
이란 핵문제는 지난 2002년 8월 이란 반정부단체 ‘국민저항위원회’(NCRI)가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의 존재를 최초로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그간 국제사회는 2015년 7월 이란 핵합의 타결까지 핵문제 해결을 위해 13년간 협력했다. 2005년 이란이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 재개를 발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을 지적하며 비확산을 두고 갈등은 본격화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1차 대이란제재결의안을 시작으로 2010년 4차 결의안까지 채택했다. 아울러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 이어지면서 강도 높은 제재로 이란 경제를 옥죄었다.
 
하지만 2013년 이란의 정권교체가 일어난 것이 전환점이 됐다. 이란 내부에서는 미국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중도파 로하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핵문제 해결과 제재 완화를 위한 협상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1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즉 이란 핵합의를 도출했다.
 
핵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다시 위태로워지기 시작했다. 중동 지역 곳곳에 산재하는 친이란 무장 세력의 위협과 미사일 개발을 문제 삼아 2018년 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복원했다. 이후 두 나라간 갈등이 고조되며 끝내 이란이 이날 핵합의 이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며 합의 자체가 유명무실하게 됐다. 다만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최근 아직까지 “이란은 JCPOA를 위반하는 새로운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핵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복원하며 이후 이란과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며 끝내 사실상 합의 자체가 유명무실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핵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복원하며 이후 이란과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며 끝내 사실상 합의 자체가 유명무실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 ⓒ백악관

 

호르무즈 해협 독자 파병 결정한 정부
한국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을 모은다. 자칫하면 우리나라가 미국과 이란 전쟁에 휘말려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미국은 이란과 갈등이 고조된 호르무즈 해협에 원유 수송선의 안전이 위험해졌다면서 우리 정부에 파병을 요청했다. 이란의 앞바다라고 할 수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의 30% 정도가 수송되는 곳이다.
 
결국 정부는 인근 아덴만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를 파견하기로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호위연합에 참여하는 대신 청해부대의 활동범위를 기존 아덴만에서 오만만과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페르시아만까지 넓혀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또한 정부는 필요시 미국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과 협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 안정적 원유 수급은 물론 동시에 한미동맹과 이란과의 관계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택이었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지역에 우리 군을 파병하는 것은 정권에게는 적잖은 부담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결정에 반대했다고 밝히며 이를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독자적인 남북협력 추진을 언급한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의 열쇠를 쥔 미국의 협력이 필수적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 이라크 파병은 미국의 협조를 통해 6자회담이라는 다자외교 틀을 만들어낸 바 있다. 그때와 유사한 문재인 정부의 복안이 향후 한미 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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