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바르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세상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은 일제강점기에 큰 위기를 맞이했다. 일본의 민족정신말살정책에 한글 존립이 위험함을 느낀 학자들은 한글을 보존할 방법을 모색했다. 이에 주시경 선생과 외솔 최현배 선생은 1908년 세계 최초의 국어 학회인 ‘국어연구학회’를 설립했다. 1949년 9월 5일 한글학회로 개칭한 이 학회는 한글날의 모태가 되는 ‘가갸날’을 제정하는 등 한국사에서 국어와 관련된 다양한 족적을 남겼다.
2010년 한글학회 58대 회장직을 맡은 김종택 회장은 한글의 교육 및 보급, 전 세계 홍보, 한글 기념사업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39년간 국립대학 교수로 재직한 김 회장은 국어학자로 활동하며 국어의미론과 국어화용론 등의 저서를 편찬했다. 한글 전문가들은 그가 지난 50년간 현대 국어학의 기반을 구축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김종택 회장은 자국 문자를 창조적으로 만들어 성공한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한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세종대왕의 이상을 500년 뒤 바로 세운 조선어학회 선열들의 업적을 잘 모른다며 국민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약소국이었던 한국의 국어학자들이 ‘우리 국어를 지키지 않으면 나라가 없어지니 민족을 지키기 위해 한글을 지킨다. 국어를 지켜야 나라를 지킬 수 있다’라는 애국심으로 이 학회를 창립했고 전했다.
김종택 회장은 한국이 광복 이후 단기간에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국어가 확립되어 시민들을 교육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취임 이후 그는 이러한 사실을 사회에 알리고자 직접 행동에 나섰다. 김 회장의 노력으로 건립된 ‘조선어학회 33인 선열탑’은 1942년 ‘조선말 큰사전’ 편찬을 주도하다 일제에 의해 고초를 겪은 조선어학회의 학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탑이다. 그는 조선어학회 순국선열들을 기리기 위한 시설이 없다는 사실에 김황식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을 만나 문제를 이야기했다. 이를 통해 조선어학회 선열탑은 일본의 고문을 견뎌낸 33인의 선열들이 광복 이후 출소한 지 72년 만인 2014년에 세종로 공원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김종택 회장은 이와 함께 ‘조선어학회 선열들의 발자취’라는 책을 엮어 일제의 모진 고초에도 한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조선어학회의 선열들을 기록했다.
지난 8월 한글학회는 언론 성명을 통해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의 문제점을 설파했다. 김종택 회장은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 전공서적도 한자 병기가 되어있지 않는다고 말하며 초등교과서의 한자 병기는 한글을 후퇴시키는 정책이라 설명했다. 그는 교육부의 부적절한 교육정책에 답답함을 토로하며 국어 발전을 위한 정통성을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한글학회는 KLT(Korean Language Test for Foreigner)라는 한국어 능력 시험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형설그룹, KBS와 공동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세계에 한글을 보급하기 위한 사업으로 외국인들의 한국어 능력을 측정할 새로운 시험이 될 예정이다. 앞으로 한글학회와 김종택 회장의 노력이 민족의 얼인 국어 문화를 지켜내고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