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미디어 헤게모니 Ⅱ] 크리에이터 ‘천하’가 부른 ‘천태만상’
[이슈메이커_ 미디어 헤게모니 Ⅱ] 크리에이터 ‘천하’가 부른 ‘천태만상’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0.02.13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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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크리에이터 ‘천하’가 부른 ‘천태만상’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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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지난해 유튜브 총 사용시간은 460억 분이다. 전년에 비해 총 사용시간만 약 130억 분이 증가했다. 이제는 ‘유튜브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는 표현 자체가 식상해졌을 정도다. 유튜브가 잠식한 시장의 나머지 부분은 아프리카TV와 트위치 등 다양한 플랫폼들이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며 바야흐로 크리에이터 전성시대를 불러왔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부른 유튜브 통한 뉴스소비

초기만 하더라도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 플랫폼 소비는 주로 ‘쇼트클립’ 영상 재생이나 크리에이터들의 실시간 방송 시청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점차 뉴스이용 빈도가 높아지더니 어느새 신문이나 TV 대신 유튜브 등을 하나의 대안 언론으로 활용하게 된 현상이 벌어졌다. 이는 무엇보다 주류 언론에 대한 불신이 담겨 있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뉴스를 얼마나 신뢰하냐’라는 질문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도는 22%로 38개 조사국 중 최하위였다. 반면 ‘지난 일주일 동안 뉴스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시청한 적이 있는가’라는 조사에 한국인의 응답률은 40%로 38개 조사국 중에 4위를 차지했다. 또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9년 언론수용자 조사’에는 ‘언론을 신뢰할 수 있다’는 문항에 대한 동의도는 2.95점(5점 평균 척도)으로 전체 응답자 중 28.1%만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흐름은 자연스레 영상플랫폼 미디어에 의한 ‘가짜뉴스’ 양산이라는 폐해도 불러왔다. ‘뉴스의 홍수’ 시대 속에 상습적이고도 교묘한 방법을 통해 만들어지는 가짜뉴스는 특유의 전파성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퍼져나간다.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논쟁도 불러오고 있다. 유튜브의 다양한 뉴스 및 미디어 채널들을 언론으로 바라본다면 그들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담론을 나눠야한다는 것이다. 최근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노무현재단의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와 같은 대안언론들이 이념에 맞춰 가짜뉴스를 생산한다고 맹비난했다. 지난 1월 JTBC의 ‘신년특집 대토론 : 한국언론 어디에 서 있나’에 출연해 “구사하는 언어가 선동의 언어”라며 “그렇게 선동당한 사람들이 레거시 미디어를 공격하면서 ‘기레기’라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잔 워치스키 유튜브 CEO는 인공지능 등을 통해 유해 콘텐츠 차단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TechCrunch/Flickr
수잔 워치스키 유튜브 CEO는 인공지능 등을 통해 유해 콘텐츠 차단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TechCrunch/Flickr

 

거짓과 조작으로 구독 유발로 몸살

크리에이터들의 각종 논란도 문제가 되는 중이다. 얼마 전 한 유튜브 채널의 조작 사건이 온라인 공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틱 장애를 갖고 있다고 전한 한 남성이 자신의 일상생활을 담은 방송을 시작했는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자신을 당당히 표현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채널 개설 후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구독자 수와 후원 문의가 쇄도했는데, 이내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유튜브를 만들면서 증상을 과장한 게 사실이다”고 시인했다.

 

편집이 없는 실시간 개인방송의 자극적인 영상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생방송 도중 폭행 장면이 노출되거나 ‘별풍선’ 제도를 악용해 ‘로맨스 스캠(온라인에서 이성에게 접근 후 상대와 친분을 쌓은 돈을 요구하는 신종 사기)’ 논란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플랫폼과 크리에이터의 파급력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편법과 사건·사고도 함께 늘어나면서 이들의 도덕성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시기가 왔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파급력과 영향력이 커진 만큼, 그에 따른 책임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유튜브가 가짜 뉴스, 조작 등 문제 콘텐츠들 생산하는 채널에는 재개설 불가 등 더욱 엄격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수용자의 성숙한 자세가 최선의 선택지

이처럼 이용자들의 주목을 끌기 위한 자극적 소재나 허위 정보가 담긴 영상이 폭증하고 있지만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만 이에 대해 수잔 워치스키 유튜브 CEO는 “유해한 콘텐츠 차단을 위해 1만 명 이상의 담당자를 고용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을 활용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도 진행 중임을 밝혔는데, 워치스키는 “2019년 1분기에만 유해·혐오 콘텐츠 830만 개 중 75% 이상이 AI가 알아서 삭제한 것이다”이라고 전했다.

 

아프리카TV의 정찬용 대표는 지난해 ‘아프리카TV 2019 BJ 대상’ 행사에 참여해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더욱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려고 한다”면서 “동시에 플랫폼과 BJ, 유저 모두 각자 나름 사회적 책임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개선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콘텐츠를 판단하는 데는 사람의 능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부적절한 영상에 유튜브가 ‘노란딱지’를 붙이고 다른 플랫폼들이 방송 정지 등의 제재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결국 실제 ‘레드카드’를 날릴 수 있는 것은 건전하고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 이용자들의 성숙한 자세다. 유튜브의 파급력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지금, 반드시 이에 대한 교육과 자정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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