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교육정책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 발표에 학생과 일선 학교들 혼란
길 잃은 교육정책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 발표에 학생과 일선 학교들 혼란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5.10.19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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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 발표에 학생과 일선 학교들 혼란
 

“학생 중심의 장기적인 정책 마련 필요”


  

흔히들 교육은 “교육(敎育)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국가와 사회발전의 근본초석이기 때문에 ‘백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이처럼 옛 성현들은 백년을 기준으로 할 만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시대의 대한민국 교육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교육 당국이 쉽게 기존 정책을 바꾸고,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하게 새로운 정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오락가락 갈 곳을 잃은 교육정책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일선 학교들과 학생, 학부모들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교육당국을 비난하며 나서고 있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고나면 바뀌는 대한민국 교육정책의 역사


대한민국에서 학벌이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이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초등과정 6년과 중·고등학교 6년을 합쳐 총 12년을 오직 학벌을 가지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이처럼 입시 자체가 갖는 중요성이 크다보니 대학 입시 정책은 언제나 논란의 기로에 서 있다. 대학별 단독시험부터 대입 국가고사, 대입 예비고사, 학력고사, 대학 수학능력시험까지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는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큰 틀에서 변한 것만 따져도 무려 16차례나 바뀌었다. 이 수치는 그야말로 ‘큰 틀’일 뿐, 현재의 대한민국 교육정책은 일 년에도 수차례 씩 자고일어나면 바뀌고 있다.
 

  해방 직후의 우리나라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출제해 입학생을 선발했다. 당시 정부는 대학 학생 선발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다 1954년 대학정원의 140%를 ‘국가연합고사’로 선발한 뒤 본고사를 치르는 시험형태가 도입됐다. 그러나 이 제도는 입시생들에게 이중의 부담을 지운다는 이유로 딱 한 번 실시된 후 중단됐고, 1955년부터 1961넌까지는 다시 본고사 단독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1962년부터 1963년까지는 ‘대학입학 자격고사’가 도입됐으나, 정원미달사태와 대학의 자율성 침해 논란에 휩싸이며 1964년부터 1968년까지는 다시 대학별 단독고사로 입시제도가 바뀌었다.
 

  1968년에는 예비고사 커트라인을 통과한 수험생에게만 본고사를 치를 자격을 주는 ‘예비고사제’가 도입됐다. 이 제도는 본고사 폐지를 근간으로 하는 1980년 ‘730 교육개혁’ 때까지 계속됐다. 1981년에는 선발고사인 ‘학력고사’가 도입됐으나 학생들에게 단순암기식이 교육을 강요하게 된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1994년 입시부터는 수능이라고 불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올해로 22주년을 맞이한 수능은 해방 이후 가장 오랫동안 유지된 입시제도다. 하지만 수능 역시 지금까지 많은 부침을 겪었다. 수능은 ‘대학 수학에 필요한 학업적성을 측정하기 위해 통합교과적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내용에 맞춰 고차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고자 시행됐다. 수능은 첫해에는 8월과 11월 두 차례 시행됐지만 1차보다 2차 시험이 더 어렵게 나오는 등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이듬해부터는 연 1회 시행으로 바뀌었다. 또 계열에 관계없이 공통 문제로 시험 보던 것에서 인문, 자연, 예·체능 등 계열별로 문제가 달라졌다. 
 

  1999학년도부터는 수리·탐구 영역(Ⅱ)에서 선택 과목제가 도입되고 선택과목간 난이도 차이로 인한 유·불리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표준점수가 사용됐다. 제2외국어 영역은 2001학년도 수능에서 추가됐다. 2002학년도에는 9등급제가 도입됐다. 등급제는 수능 총점 소수점 이하 몇 자리에서 당락이 결정되던 기존의 수능 의존도를 줄이고 수능을 자격기준으로만 활용하게 하기 위해 도입됐다.
 

  2005학년도에는 수능이 대전환기를 맞이했다. 인문, 자연, 예·체능 계열 구분이 사라지고, 모든 시험영역을 전부 또는 일부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형 수능’이 도입됐다. 수리영역은 이과 수험생용인 ‘가’형과 문과 수험생용인 ‘나’형으로 구분됐다. 또 직업탐구영역이 신설됐다. 2012학년도에서는 사회·과학 탐구에서 선택 과목 수가 최대 4과목에서 3과목으로 줄었고, 영역별 만점자 비율이 1%가 나오도록 출제가 됐다. 

 

계속되는 정책 변화에 학교와 학생 불만과 피해 속출해 

교육관계자들은 ‘수능’이라는 큰 틀이 매년 바뀌는 것도 문제지만, 세세한 교육정책들이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지는 것은 더 큰 문제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성평가 강화’ 정책이다. 대학 입시 전형에서 인성평가를 강화하겠다던 정부 정책이 흐지부지됐다. 올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대입에서 인성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힌지 반년 만이다. 교육부는 인성평가가 지나친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하지만, 그동안 교육현장의 혼란을 감안할 때 설익은 정책을 발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성평가 강화 계획 발표 후 교육 현장과 괴리된 정책이라는 지적이 쏟아지자, 교육부는 이번에 인성평가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아예 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 대입 전형에서 인성평가를 별도의 전형 요소로 하거나 계량화된 평가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해 왔지만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오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고 나면 달라지는 입시제도 때문에 학생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일례로 입시 제도가 매해 바뀌다시피 하면서 불법 입시 컨설팅이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지난 해에는 정시 모집을 앞두고 전략을 상담해 준다며 한두 시간에 수백만 원을 받는 ‘떴다’ 방식 컨설팅이 성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컨설팅은 대개 최상위권 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킨 경험이 있는 일부 학부모들, 속칭 ‘돼지엄마’를 통해 연결됐다. 매년 입시제도가 바뀌다시피 하면서 일반인들로서는 제대로 된 입시전략을 짜기가 어렵게 되자 고액 컨설팅에 매달리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정부가 입시 정책을 바꿀 때 마다 내세운 명분은 언제나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입시 제도가 바뀔 때마다 사교육 시장만 들썩거리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은 커졌다. 오죽하면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이것저것 다 가르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렇게 어렵게 대학 입시에 성공한다고 해도 학생들의 미래는 그야말로 암흑과도 같은 실정이다. 지난해 대학 학력 이상 졸업자의 취업률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낮았던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과 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 졸업자는 모두 66만7000여 명이었지만 취업률은 56%에 그쳤다. 이 같은 취업률은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의 58%보다도 낮은 수치다.
 

  학생과 학부모들 뿐만 아니라 일선 대학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교육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대학가에선 “교육부 때문에 대학 행정이 하루살이식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1년 동안 기존의 대학 관련 정책을 임기응변식으로 흔드는 바람에 대학들이 지향점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교육부는 2023년까지 대학 정원을 16만 명 줄이겠다는 강력한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황 부총리는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대학구조개혁 정책에 김을 빼놓았다. 황 부총리가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거나 성인 대상 교육과정을 마련하면 정원 감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방침을 수시로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지방대를 중심으로 ‘정원 감축 정책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있다’는 인식을 퍼뜨렸다. 영남 지역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지난해 초 대학구조개혁 방침을 밝혔을 때는 지방대들이 바짝 긴장해서 정원을 줄일 방법을 찾아왔다”면서 “뒤늦게 교육부 장관이 유학생 유치 등의 예외를 내놓으니 현장에서는 일단 어떻게든 기존 정원을 유지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계열별로 쏟아내는 대학 재정지원 방안도 대학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황 부총리는 산업 수요를 반영해 학과를 조정해야 한다며 프라임(산업수요 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을 강조했다. 그러나 인문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코어(인문학 진흥 종합방안) 사업도 마련하고 있다. 아직 두 사업 모두 구체적인 선정 방식이나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대학들은 손을 놓은 채 신경만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지역 한 대학의 기획처장은 “프라임 사업을 따자니 인문계 정원을 이공계로 돌려야 하고, 코어 사업을 따자니 인문계를 또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런 와중에 황 부총리가 본인의 거취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대학들의 혼선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황 부총리가 교육부를 떠나면 다시 대학구조개혁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정부부터 밀고 온 대학구조개혁의 고삐를 늦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른 의원 겸직 각료들처럼 황 부총리도 총선 출마에 대한 입장과 시점을 명확히 밝히라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요즘은 대학들이 최소 3년 이상을 내다보고 특성화와 구조개편 전략을 세우는데 지금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면서 “교육부가 대학들의 행정을 후진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팡질팡 정책 아닌 학생 중심의 현실적 교육방안 마련해야

한편, 입시제도는 또 다시 바뀔 예정이다.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2016학년도 수능을 보는 현재 고교 3학년 학생들은 지금의 수능과 마찬가지지만 2학년 학생들은 국어가 통합되고 수학이 문·이과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수학 Ⅰ,Ⅱ를 보게 되며 여기에 한국사가 다시 필수로 포함된다. 또한 고교 1학년 학생들은 영어시험이 절대평가로 바뀌게 되며 교육대, 사범대 입시 등에는 인성평가가 학생부 등을 통해 추가로 반영된다. 한 학교에서 모든 학년이 각기 다른 수능시험 체제로 준비를 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학생이나 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학교나 골치가 아프기는 마찬가지이다. 교육부는 수능 3년 예고제에 따라 시험과목 변경이 예고되어 있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학교현장은 바뀌는 입시제도에 그야말로 상황이 복잡한 실정이다. 학생들이 대입에 실패하여 재수를 하게 되면 전혀 다른 방식의 수능을 보게 돼 불안해하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큰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교육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교육 정책은 문제가 생길 때 마다 당장의 효과를 보기위해 ‘1회용 정책’을 내놓고 수시로 바뀌며 역효과를 보고 있다”며 우려했다. 정부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갈팡질팡의 교육 정책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의 눈높이에서 미래를 향한 현실적인 교육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인 만큼 정부와 장관,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교육정책에서 벗어나 예측 가능하고 장기적인 제도가 구축되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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