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난, 새로운 금융 모델로 돌파구를 찾다
청년 취업난, 새로운 금융 모델로 돌파구를 찾다
  • 고수아 기자
  • 승인 2019.12.0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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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고수아 기자] 

 

청년 취업난, 새로운 금융 모델로 돌파구를 찾다
‘학생독립만세(이하 학독만)’는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소셜벤처다. 이들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후불제 교육을 중개한다.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학독만을 통해 1200명 이상의 취업준비생이 제각기 목표했던 직장에 안착했다. 서비스에 내재된 혁신적 금융 속성으로 학독만은 2019년 매일경제 핀테크 어워드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장윤석 학생독립만세 대표.  ⓒ학생독립만세
 
 
취업 시장의 미스매치를 생각하다
 
“국가 차원의 접근이 복지라면, 우리는 민간의 영역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사실 취업 시장의 동향을 자세히 보면 한 쪽은 구직난, 한 쪽은 구인난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미스매치 현상이다.”
 
후불제 교육 서비스를 운영하는 학독만 창업자 장윤석 대표가 힘주어 말했다. 학독만이 취업 교육 기관과 취업준비생을 단순히 연결만 하는 플랫폼은 아니라는 뜻에서다. 학독만 서비스 모델의 핵심은 '소득공유(ISA, Income Share Agreement)'라 일컫는 새로운 금융 모델이 골자다.
 
기본적으로 대출과 유사한 소득공유는 학생의 취업 상태에 따라 교육비 상환이 이뤄진다는 특징이 있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이 모델은 서구에선 꽤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1950년대 미국 민주당이 고등 교육에 대한 ‘학생 부채 위기의 대안’으로 처음 소득공유를 제시했으며 예일 대학교(Yale)도 1970년 이와 비슷한 방식을 도입했다.
 
최근 외국 대학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소득공유를 제도로 도입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2019년 독일 사립대학의 약 40%가 학자금 대출의 한 형태로 소득공유를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에서도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부담 완화 차원에서의 소득공유 프로그램을 전역 확장하는 추세다.
 
 
사진=고수아 기자
미국 하버드대학 캠퍼스 내부. 사진=고수아 기자

 

취업 시장의 생존 경쟁과 교육의 질적인 중요성
 
실제로 학독만을 통해 수업을 듣는 학생 모두는 무료로 제공받았던 교육에 대한 수강료 납부 의무를 가진다. 납부 의무는 근로 소득이 있는 경우에만 효력이 있다. 취업에 실패한 경우 납부 이행 의무가 없고, 나아가 이직이나 퇴사 등으로 인한 취업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납부의 부담이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결국 학생 개인을 하나의 소기업으로 간주해 개인의 미래에 ‘교육’으로 투자한다는 것이 소득 공유 모델의 핵심이다.
 
장윤석 대표는 “학독만은 교육의 효과가 발생하는 지점에 집중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수강료를 후불로 받는다는 것은, 수강생이 취업에 성공해야만 수강료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취업률을 높여야 수익을 낼 수 있는 학원 측에선, 생존하기 위해 학생들이 충분히 성장하여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교육에 전력투구하는 구조가 된다.
 
결국 본질을 건드려 학생과 학원 모두가 노력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된다는 것이 장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동일한 모델로 시장을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우리는 취업 시장 규모가 작지 않은 한국에서, 그 가능성을 실현해나가는 초기 단계다”라고 말했다.
 
 
청년 구인구직 시장의 미스매치에 주목하는 학생독립만세 창업가 장윤석 대표가 소득공유 모델과 회사의 비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고수아 기자
청년 구인구직 시장의 미스매치에 주목하는 장 대표가 소득공유(ISA)와 회사의 비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고수아 기자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후불제 교육을 제시한다.
“산업 발전과 맞물려서 현장에서 요구되는 인력 수요가 분명히 있지만 지금까지 사회에서는 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불균형을 해소하면 청년 취업난을 양질의 일자리로 해소할 수 있는 첫 번째 대안이 된다. 우리가 제시하는 첫 번째 대안을 통해 사회 전체의 경쟁력도 상승하게 될 것이다. 미스매치에만 집중해도 시장과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이쪽에 주력하고 있다.”
 
창업 2년 차에 수상 실적도 많은 편이다.
“정책적 의지와 함께 *포용적 금융의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점수를 많이 주시는 것 같다. 현재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층이 이용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가 거의 전무한데,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신용 데이터가 발생한다. 이 데이터들이 축적되고, 충분한 검증 단계를 거치면 청년층을 위한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그래서 심사 기준의 핵심 지표인 사회적 가치와 발전 가능성 측면에서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다. 감사드린다.”
 
*포용적 금융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경제적 실천안 중 하나로 저소득·저신용 계층에게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려는 국가 정책을 뜻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위 분배 정책’에 근거한다.
 
올 한해 주력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우리 사업 모델은 ISA 기반이다. 대출은 역사가 깊은 반면, 소득공유는 교육비를 지불할 수 있는 금융 모델 중 하나이지만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올해는 이 생소한 금융 모델의 실질적인 가능성을 검증하는데 주력했다.”
 
 
학독만은 취업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소득공유의 현실적인 가치를 확산해가고자 한다.  ⓒ학생독립만세  
 
 
유의미한 결과가 있었나?
“학독만의 비즈니스 구조는 더 많은 학생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수강료 납부가 철저히 관리되어야 하는 구조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취업 형태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취업에 성공한 뒤에도 납부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는지, 더 나아가 전체 자금의 흐름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등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했다.”
 
 
후불제 교육 서비스와 금융 상품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후불제 교육 모델은 현금 대출과는 다르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부도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카드깡’이다. 예컨대 A라는 은행에서 빚을 지고, 이 빚이 만기가 도래해 카드깡으로 돌려막다가, 마지막에 돌려막을 수 없게 되면 부도가 나지 않는가. 우선 후불제 교육은 현금이 아닌 현물이다. ‘교육’을 매개로 하는 후불제라는 것이 특별한 점이다. 돈을 지출하는 목적이 ‘교육’이기에, 계약에 참여하는 당사자(취업준비생)의 진정성이 기존 금융 시스템과는 또 다른 차별점이 된다,”
 
취업 성공률도 궁금하다.
“현재 항공, 디자인, 모션그래픽, 마케팅, 미용 분야에서 후불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항공 분야의 취업률은 90% 정도 수준이다. 여기에 IT 교육 과정이 추가될 예정이다. 우리가 취업률이 높은 분야를 선호하는 경향은 분명히 있다. 소득공유 자체가 취업 보험과 같은 개념이기에, 이를테면 합격률이 낮은 공무원 시험은 우리 서비스와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학독만을 이용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우리 서비스가 얼마나 금융적 속성을 가지던, 핵심은 교육에 있다. 아무리 후불제 서비스가 새롭고 유용하더라도, 교육의 질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효용가치는 0에 수렴한다. 다행히 만족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였다.”
 
 
장윤석 학생독립만세 대표
장윤석 학생독립만세 대표. ⓒ학생독립만세
 
 
문과적인 의식 갖춘 이공계 출신 청년 CEO
 
장윤석 대표는 이공계 출신 CEO다.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던 도중 창업에 눈이 텄다. 대학원 당시 친구들과 함께 참가했던 창업경진대회를 기점으로 그도 험난한 스타트업 생태계에 뛰어들게 된다. 장 대표는 2017년부터 1년간 시범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이 프로젝트는 장 대표를 비롯한 팀원들이 고등학생들에게 무료로 과외를 제공하고, 과외를 받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동일하게 무료로 과외를 후배들에게 제공하는 형태였다. 장 대표가 추진해 학생들에게 의무감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든 이른바 ‘과외 대물림 프로젝트’였다. 이 서비스로 업계에서 호응을 얻어내면서 투자 유치도 받기 시작했다.
 
창업 2년 차 CEO다. 청년 취업난에 남다른 문제의식이 있었는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사업 초기 고등학생 과외 대물림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교육 접근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양질의 교육은 고가일 수 밖에 없고, 당연히 경제적 격차에 의한 접근성이 달라지게 된다. 우리는 ‘청년 취업난’, ‘고등학생 입시’, 이런 것 보다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양질에 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의 불평등’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취업 교육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시장성 때문인가?
“우리나라는 입시 준비생도 많고, 취업 준비생도 많다. 시장 규모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본다. 가장 큰 이유는 교육비 지불 능력이다. 고등학생이 대학생이 된다고 지불 능력이 생기는 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취업 전후로는 개인의 재정 상태가 현저히 달라져서, 후불제 교육 서비스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서비스가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나가는 말이라도 학생들이 ‘학독만 덕분에 디자이너로 취업해서, 회사 잘 다니고 있다’, ‘우리가 없었으면 못했을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해줄 때의 보람이 가장 크다.
 
 
장 대표의 노트북 바탕화면 배경은 학생들에게 받았던 감사의 편지로 채워져있다. ⓒ학생독립만세

 

학생이, 학생만의 힘으로, 원하는 교육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만든다.
 
회사의 미션은?
“‘학생이, 학생만의 힘으로, 원하는 교육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만든다.’ 공동창업 멤버와 학독만 구성원들이 함께 고심하고 갑론을박한 과정을 거쳐 만든 문구다. 모든 의사결정의 판단 기준이 법에서는 헌법이듯이, 우리 회사의 의사결정은 이 미션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신사업을 이끌어나가는 데 있어 어려움은 없는지?
“우리는 성장하면 할수록, 필요한 자본의 볼륨이 함께 자란다. 은행이 돈 빌려 줄 때, 갖고 있는 돈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항시 넘어야 하는 허들로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할 것인가?
“그렇다. 우리가 후불제 교육 모델을 지속가능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재무적인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동시에 존재하고, 또 안전하다는 것을 숫자와 데이터로 증명해야 한다.”
 
학독만의 미래 비전을 말해달라.
“단기적으로는 취업 시장에서 나타나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게 목표다. 가장 큰 비전은 기업 형태의 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기업 형태이지만 대학을 대체할 수 있는, 미네르바스쿨과 같은 글로벌 교육 기관을 꿈꾸고 있다.”
 
 
장 대표는 학독만의 모토로 '우리가 받고 싶은 교육'을 말했다. 학독만 팀원들의 단체 사진. ⓒ학생독립만세
 
 
현재까지 CEO로서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55점을 주고 싶다. 창업 이후부터 나 스스로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 나는 어쩌다 창업을 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내가 왜 이 일을 지속하는지, 이 회사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왜 세상에 없던 걸 만들어서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CEO가 아니었다면 평생 알지 못했을 나에 대해 알아가고 있지만, 생존과 성장을 위해선 더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55점을 줬다.”
 
인터뷰를 끝으로 장윤석 대표는 소득공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득공유 모델은 정부에서도 검토 중인 사안입니다. 2018년 6월, 국회에서 학자금 대출에 소득공유 형태를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률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이미 외국의 많은 대학에선 소득공유 모델이 학자금을 지불할 수 있는 하나의 옵션으로 널리 퍼져있는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도 시일 내에 소득공유 관련 인식 전환과 확산이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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