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디자인으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다
지속가능한 디자인으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07.22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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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지속가능한 디자인으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다

수명 다한 트레드밀 벨트 활용한 패션 제품으로 주목

 

 

ⓒ손보승 기자
ⓒ손보승 기자

 

유행에 민감한 패션은 다른 제품들에 비해 트렌드가 시시각각 변화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경향은 과잉생산과 끊임없는 소비를 요구하며 자원 낭비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와 함께 조금씩 그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윤리적 소비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과 같은 키워드가 각광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업사이클링(Upcycling)’, 그 너머를 바라보다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소비 트렌드가 부각되면서 소재 선정에서 제조 공정까지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으로 생산된 제품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졌다. 이는 지난 10년간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유행하며 환경문제가 점차 심각해진 것에 따른 자성의 움직임이자 환경이나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의식 있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패션업계가 응답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재활용 소재와 재사용 가능한 천연 섬유를 사용한 컬렉션으로 글로벌 패션위크가 개최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디자이너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무엇일까? 사회적 흐름에 대한 높은 통찰력과 사회 구성원들의 욕구를 명료하게 분석해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표현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닐까?

 

디자인 브랜드 트레덕트(TREADUCT)를 이끌고 있는 배정현 대표 역시 변화하는 것과 그 속에서 여전히 머무르는 화두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다양한 제품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디자이너이자 기업가이다. 배 대표가 주목한 것은 ‘업사이클링(Upcycling)’이었다. 친환경을 넘어 지속 가능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연구하며 그가 찾은 소재는 고무(PVC)였다. 그 중에서도 흔히 ‘러닝머신’이라고 부르는 ‘트레드밀’의 수명이 다한 벨트를 활용해 가방과 지갑 등의 제품으로 재탄생시켰다. 2017년 론칭 이후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 속에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온 그들은 이제 또 다른 도약의 발걸음을 걸어나가고 있다. 배정현 대표를 만나 기업 운영과 디자인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윤리적 소비가 화두로 떠오르는 추세 속에서 트레덕트는 ‘트레드밀’의 수명이 다한 벨트를 활용해 가방과 지갑 등의 제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윤리적 소비가 화두로 떠오르는 추세 속에서 트레덕트는 ‘트레드밀’의 수명이 다한 벨트를 활용해 가방과 지갑 등의 제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사업을 시작한 계기를 전해준다면?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뒤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속에 대학원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나갔다.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던 과정에서 그린 디자이너 윤호석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되며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교수님께 자문도 구하며 조금씩 제품 개발에 대한 방향성을 잡아나갔고, 산업 폐기물을 활용해 고유한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인 스위스의 ‘프라이탁(FREITAG)’ 모델을 벤치마킹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왜 ‘트레드밀’을 활용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업사이클링 제품이다 보니 소재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쓰레기장이나 폐차장도 다니면서 수명이 다하거나 사용되지 않는 원자재를 구하기 위해 발품도 많이 팔았는데, 어느 날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친 후 비가 내려 버려진 트레드밀 벨트를 우산삼아 집으로 돌아온 일이 있었다. 이때 영감을 얻어 건조시킨 벨트로 프로토 타입 가방을 만들기도 하고, 고무 소재를 사용한 제품들을 리서치하면서 제품화에 대한 가능성을 엿보기 시작했다. 우연한 계기였던 셈이다”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은 어떠했는지

“트레드밀 PVC 고무벨트는 기본적으로 내구성이 강한 특수 원단이라 스크래치에 강하고 오래 써도 새 제품과 같은 품질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길이나 넓이, 두께가 다양하다보니 가볍게 만들기 위한 공정에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스스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다양한 협력업체 대표들께 도움을 받아 수명이 다하거나 생산 후 판매하지 못하고 소각되어지는 벨트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거나 창고도 공수할 수 있었다. 현재 이를 통해 토트백을 비롯해 카드 및 명함 지갑과 클러치 등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트레드밀 벨트를 재사용한 디자인 브랜드는 트레덕트가 세계최초라고 자신할 수 있다”

 

 

수명이 다하거나 생산 후 판매하지 못하고 소각되어지는 트레드밀 벨트를 재사용해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만들어 낸 디자인 브랜드는 트레덕트가 세계최초이다.
수명이 다하거나 생산 후 판매하지 못하고 소각되어지는 트레드밀 벨트를 재사용해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만들어 낸 디자인 브랜드는 트레덕트가 세계최초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소개한다면?

“기본 컨셉은 ‘사용하고 고쳐 쓰며 새롭게 하는 것 또한 무한한 재생의 연속이다’는 문장으로 대신하고 싶다. 하지만 강조하고 싶은 점은 업사이클링 제품이라 해서 결코 제품의 품질에 대해 선입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가 소변기에 ‘샘’이라는 이름을 붙여 전시에 출품하며 예술계에 충격을 안겨준 현대미술의 혁명가라 불리는 프랑스 화가 마르셀 뒤샹과도 유사하다.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해 대중들과 소통하고 제품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떠올릴 수 있게 되길 원한다. 실제 제품의 주요 구매층 역시 크리에이티브한 사고를 가진 분들이 많은데, 사용 후 디자인은 물론 제품의 촉감이나 분위기, 완성도에 높은 평가를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이처럼 트레덕트의 제품이 누군가에게는 오브제이자 사용자의 일부이길 바란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하게 되었는데

“지난해 ‘경기 업사이클 공모전 2018’에서 수상하며 수원에 위치한 경기도 업사이클 플라자에 입주하는 기회가 생겼다. 이와 함께 트레드밀 외에 또 다른 소재를 활용한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며 청년창업사관학교 9기에 입교하게 되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트럭 방수포를 활용한 제품이다. 브랜드 내부적으로 트레드밀을 통한 제품은 ‘T1’으로 부르고 이를 ‘T2’로 칭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백 종류와 지갑, 클러치 등은 개발할 계획인데 보다 저가형으로 형성해나갈 구상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찾을 수 있는 방수포의 컬러가 무채색이나 회색, 밀리터리색이 많아 스트리트 브랜드로 구축해 스포티하면서도 키치한 느낌을 주고자 한다. 아울러 트레드밀 제품과 믹스해서 만든 제품도 계획하고 있다”

 

 

 

배정현 대표는 트레덕트의 제품이 누군가에게는 오브제이자 사용자의 일부이길 바란다고 전했는데, 실제 사용자들 역시 디자인은 물론 제품의 촉감이나 분위기, 완성도에 높은 만족도를 전하고 있다.
배정현 대표는 트레덕트의 제품이 누군가에게는 오브제이자 사용자의 일부이길 바란다고 전했는데, 실제 사용자들 역시 디자인은 물론 제품의 촉감이나 분위기, 완성도에 높은 만족도를 전하고 있다.

 

본격적인 소통의 시점이 다가왔다는 느낌이다

“그렇다. 단기적으로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들과 만날 예정이며 신한 두드림 스페이스에 입주할 기회도 생겨 트레덕트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일종의 쇼룸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긍정적인 반응들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트레드밀이라는 매개체가 우리 생활과 밀접하지만 그 이면에서 벨트가 어떻게 사용되고 버려지는 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한 차별성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수출에 대한 목표도 생겼는데 가깝게는 일본부터 시작해 유럽까지 진출하고 싶다”

 

디자이너이자 기업가로서의 철학을 전해달라

“20대까지만 해도 디자인이 무조건 예쁘기만 하면 관심을 갖고 구매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직접 브랜드를 운영하고 제품을 판매하면서 솔직한 디자인을 하는 게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디자이너 혼자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함께 상호작용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을 이끄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직함이나 나이의 높고 낮음을 떠나 열린 마음을 갖고 배울 점이 있다면 최대한 습득하려고 한다”

 

 

현재 트럭 방수포를 활용한 제품으로 스트리트 브랜드 구축에 대한 계획을 전한 배정현 대표는 향후 다양한 소재에 대해 연구를 통해 토탈 패션 브랜드로 나아갈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재 트럭 방수포를 활용한 제품으로 스트리트 브랜드 구축에 대한 계획을 전한 배정현 대표는 향후 다양한 소재에 대해 연구를 통해 토탈 패션 브랜드로 나아갈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트렉덕트의 비전을 제시한다면?

“현재의 트레드밀과 트럭 방수포를 이용한 제품 개발을 넘어 모자나 어패럴(apparel) 등 토탈 패션 브랜드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소재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테면 옥수수 전분이나 플라스틱을 활용한 것들인데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조금씩 개발해나가고자 한다. 그 일환으로 리브랜딩도 준비 중인데, ‘오퍼 위드’라는 이름으로 법인 전환 후 트레덕트를 세부 브랜드로 구축하려고 한다”

 

이 자리를 통해 감사한 분들을 소개해 달라

“묵묵히 옆에서 지켜봐주시고 성원해주시는 부모님과 항상 회사를 위해 헌신하는 팀원들, 소재 선정 이후 지금까지 올 수 있게 도움주신 거래업체 대표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한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를 비롯해 신한 두드림 스페이스에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관계자들께도 감사드리며 사회적 가치를 안고 있는 좋은 브랜드로 성장해 보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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