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Focus]쇼닥터
[Social Focus]쇼닥터
  • 김문정 기자
  • 승인 2015.07.13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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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문정 기자]



 

의사인지 연예인인지 헛갈리는 ‘쇼닥터’들의 행보


정부와 의협 모두 한 뜻으로 쇼닥터에 징계 철퇴

 

 

 


최근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사건’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다. 한 홈쇼핑에서는 내츄럴엔도텍에서 원료를 공급받아 백수오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는 의사가 출연해 백수오를 팔았다. 이 의사는 ‘가짜 백수오’로 찍힌 이엽우피소가 백수오에 섞인 것을 몰랐겠지만 소비자들은 의사의 지명도를 믿고 제품을 구매했을 것이다. TV를 통해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쇼닥터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이들도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의사 타이틀 이용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도 그럴듯하게 포장

 

  몇 해 전부터 노령화 등으로 건강 정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건강·의학 정보 프로그램이 크게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부정확한 정보, 특정 식품이나 의료시술 등의 효과를 과장하는 내용도 범람하고 있다. 자신의 병원 홍보나 제품 판매를 위해 이런 왜곡·과장 정보를 확장시키는 데 앞장서는 이른바 ‘쇼닥터’들이 등장하게 된 것도 이러한 프로그램의 인기와 맥을 함께 한다. 이들은 국민들에게 어려운 건강 정보를 쉽고 생생하게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 인사가 TV출연을 통해 얻은 유명세를 바탕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받고 TV홈쇼핑에 출연해 건강기능식품을 과대광고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의사는 1시간 출연해 4,000만원까지 받기도 했다. 대학병원 의사까지 이런 돈벌이 대열에 가세했다. 이들에게는 말 그대로 ‘쇼(show)하는 의사’라는 의미로 ‘쇼닥터’라는 낙인이 붙었다. 의사 신분으로 방송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는 등 과장ㆍ허위 광고를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의사의 말이라 믿음도 가고 이들이 추천하는 제품에 솔깃하기 마련이다. 
 

  이 외에도 ‘쇼닥터’들이 방송 프로그램들을 종횡무진하며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쏟아내 시청자들을 현혹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몸의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유산균을 처방했는데 5년 간 임신하지 못했던 환자가 한 달 뒤 임신했다” A원장이 TV에 나와 이와 같이 엉터리 약장수와 같은 말을 한 뒤 그의 병원 스케줄은 2018년까지 꽉 찼다고 한다. 가수 고(故) 신해철씨 사망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인 B원장은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홈쇼핑에 출연해 다이어트 제품을 직접 홍보하고, JTBC의 건강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나왔다. 이뿐만 아니라 가정의학과, 내과 전문의 등이 줄줄이 홈쇼핑에 나와 유산균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최근 받고 있던 탈모 치료를 거부하고 어성초 제품을 먹거나 바른다고 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일 뿐”이라며 의사라는 타이틀을 믿고 방송에 나오는 잘못된 의학 지식에 쉽게 현혹되는 일반인들의 행태를 우려했다.

 

방통위나 의협의 자정 노력도 좋지만 정부가 나설 때

  지난해 9월16일 종합편성채널 MBN의 건강 관련 토크쇼인 <엄지의 제왕> ‘머리카락 회춘의 비밀’ 편에 한 내과 전문의가 출연했다. 그는 탈모에 효과가 있다며 어성초를 소개하고 어성초차와 팩을 만드는 ‘비법’을 소개했다. 함께 등장한 한의사는 “발모를 촉진시키는 효능이 있다”며 거들었고, 연예인들로 구성된 패널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후 어성초 수요가 크게 늘어 값이 10배나 뛰었고, 홈쇼핑 채널에서 어성초 샴푸·알약 세트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하지만 지난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방송에 대해 “민간요법을 통한 탈모치료에 대해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이 없음에도, 의사가 출연하며 성공 사례만을 소개하는 등 일방의 정보만을 전달했다”며 징계를 결정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최근 의사의 방송 출연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쇼닥터’에 대한 징계 방안을 발표했다. 쇼닥터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출연료를 내고 방송 프로그램을 출연하지 않는다, 홈쇼핑 채널에는 출연하지 않는다 등의 가이드라인을 정해 의사들이 방송 출연에 신중하도록 엄정한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의협의 신현영 대변인은 “쇼닥터들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키웠다고 본다. 일부 의사의 이런 행위는 공신력을 상품화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의사로서 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대한의사협회는 칼을 빼들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세계의사회(WMA) 이사회에서 쇼닥터 가이드라인을 수정·보완한 ‘의사 방송출연 결의문’을 채택하기로 의결한 것이다. 이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방송 출연 의사에 대한 윤리적인 행동 지침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의료인이 홈쇼핑 방송이나 신문에서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을 광고하고 효과를 보증하는 행위를 막기로 했다. 특정 식품이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식의 허위·과장 의료 정보를 제공할 경우 자격정지 3개월의 처분을 받게 된다. 식약청의 안만호 대변인은 “다음주 중으로 건강기능식품의 안전성과 품질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이미 기능성을 인정받은 원료에 대해서도 재평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민들의 건강에 밀접하게 관여하는 의사들이 인기와 돈에 영합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 차원의 제재와 의사계 내의 자정작용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법안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의사들의 소크라테스 선서가 빛 바래는 일 없도록 의료인으로서의 지성과 양심이 발휘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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