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情 Ⅱ] 한국 고유의 정서, 정
[한국의 情 Ⅱ] 한국 고유의 정서, 정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5.07.06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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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정 때문에 못 살겠네”

세계에서 주목받는 한국의 정, 하지만...

 

 


한국은 서양의 개인주의 사회와 달리, 공동체 문화에 익숙한 사회다. 한국사회는 정에 의한 공동체 중심의 의식과 생활을 강조하는 반면, 서양에서는 개인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개인의 이익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있다. 이러한 정에 의한 한국의 문화는 개인주의가 더욱 팽배해지고 있는 요즘,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한국을 빛내는 정의 문화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회식 총감독을 맡은 임권택 감독은 “따뜻한 정을 바탕으로 한국 고유의 정서를 압도적으로 드러내는 개회식이 될 것입니다”라며 개회식의 연출의도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2014년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방문했을 당시,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교황에게 한국에 대해 소개를 해야한다면 정에 대해 설명하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한국은 공동체 문화인 정이 강하다. 한국은 예로부터 밭을 강거나 모내기 등의 노동력이 필요한 작업을 할 경우 마을 사람들이 서로 도와주는 두레문화가 있었다. 또한, 비교적 단순한 협동 노동으로 빌린 돈이나 물건을 갚는 품앗이 문화를 갖추고 있었다. 이와 같은 한국 특유의 정은 지금까지 지속되어 서양을 비롯한 외국의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한국에서 양꼬치구이집을 운영하는 중국인 A씨는 “한국에 건너온 후 고향에 가지 못하고 있을 때, 친구 남편이 선뜻 100만원을 빌려줘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가족이나 친척들이 찾아와도 잠 잘 곳이 마땅치 않았을 때도 안면 있는 한국 여성이 선뜻 자신의 집에 초대해 잠을 재워주기도 했습니다”라며 “낯선 외국인에게 자신의 집을 이용하라며 선뜻 방을 내주고 불편하지 않게 배려해줘서 너무 고마웠습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방송인 로버트 할리 씨는 한 방송에 출연해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 사람들의 정을 많이 느꼈습니다”라며 한국으로 귀화한 이유로 한국인의 정을 꼽기도 했다. 이처럼 ‘정’은 전세계에 한국을 빛내는 고유정서로 자리매김해 있다.
 

정도 지나치면 낭비

현대사회에서 한국의 정이 반드시 긍정적인 모습으로만 비춰지진 않는다. 오히려 정이 지나치면 과잉친절처럼 보여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5년 3월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조찬강연회에서 흉기 피습을 당했다. 사건 당일인 5일, ‘엄마부대봉사단’ 등 6개 시민단체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앞에서 ‘리퍼트 대사님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집회를 열었다. 6일 아침에는 권송성 A사 회장이 “한국에도 착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라며 삶은 개고기와 미역 1박스를 전달해달라는 일도 있었다. 이는 외신에서도 화제가 되어 미국의 뉴스 전문 채널 ‘폭스뉴스’에서는 “보통 한국 사람들은 개고기가 수술을 받은 환자가 몸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오래된 믿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8일부터는 박근혜 대통령의 여동생인 박근령 여사의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가 신촌세브란스 앞에서 석고대죄 단식을 벌였다.

  마크 리퍼트 대사의 피습사건과 관련해 일부 사람들이 보여준 행동에 대해 시민들은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트위터에 ‘강박증이자 분단의 정신병리학’이라는 글을 남긴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를 비롯해 SNS에는 ‘정에 입각한 과잉 친절로 한국사회에 먹칠을 한다’는 내용의 글이 지속적으로 게재됐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표성 없는 한 개인의 범죄를 국민 전체를 인용해 사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중국과 상하관계가 뚜렷했던 시대에 중국 사신이 큰 위해를 입은 듯 행동하는 것은 전근대적 사고방식입니다”라고 말했다.
 

▲마크 리퍼트 대사의 흉기피습 사건 당시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며 사과하는 일부 사람들의 행동에 국민들은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정을 이용하는 사람들

지난 4월, 방송인 김구라 씨는 가족 간의 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증을 쓴 아내 탓에 17억의 빚을 떠안았다는 내용이 방송을 통해 소개됐다. 이처럼 보증과 같이 한국 특유의 정서인 ‘정’을 노려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다단계 영업이 발달해있다. 합법적인 다단계 회사부터 불법적인 다단계 영업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한국인 특유의 정서인 ‘정’이 꼽힌다. 고등학생 때 다단계 영업에 첫 발을 내밀었던 28살 이 모양은 “친구의 추천으로 다단계 영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불법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친구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한국은 정을 이용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과거부터 꾸준히 지속돼 왔다. 지인을 빙자한 사기나 보험영업과 같이 지인을 이용해 수익을 얻는 사업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심리연구소에서 근무하는 한 교수는 “우리나라의 정서인 정을 이용해 지인이나 이웃에게 불법 영업행위나 사기 등이 여전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떤 행위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권유하는 것보다 아는 사람이 권유하는 것이 더 조심스러운 점이 현실입니다”라며 “지인이나 이웃이 추천을 해도 냉정한 시선으로 판단할 줄 알아야 합니다”라고 경고했다.

  최근 들어 ‘한국의 정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과거부터 한국을 빛낸 고유정서인 ‘정’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그 의미처럼 타인을 배려하고 헌신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지속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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