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저널리즘의 확산 … 효율적 활용으로 눈길
로봇 저널리즘의 역사는 약 40년 전인 1977년에 시작됐다. 1977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정보컴퓨터과학과 제임스 미한 교수는 ‘테일스핀(Tale Spin)’이라는 이야기 자동 제작 프로그램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제목은 ‘테일스핀, 이야기를 쓰는 인터렉티브 프로그램’이었다. 테일스핀의 탄생은 이야기를 제작하는 데 어떤 종류의 지식과 정보가 필요한지 밝혀내는 데 목적을 두고 있었다. 이를 위해 실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그 결과물도 공개했다. 하지만 그가 개발한 프로그램이 기사 작성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었다.
1977년 시작된 이야기를 쓰는 프로그램의 진화는 2010년 스타트업 기업으로 창업한 내러티브사이언스로 한층 더 발전했다. 내러티브사이언스는 미국 노스웨스턴대 지능정보 연구실의 학술 프로젝트 ‘스태츠몽키(StatsMonkey)’에서 시작됐다. 스태츠몽키는 스포츠 게임 데이터를 수집해 자동으로 기사를 완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지금 ‘로봇 저널리즘’의 실용화를 이끌었다.
처음에는 소소한 스포츠 경기 관련 기사를 쓰는 데 머물렀던 ‘로봇’들은 최근에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금융 전문기사를 작성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그 예로 올해 3월 LA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속보를 알고리즘으로 가장 빨리 전달한 기사다. 3월17일 오전 LA에 강도 4.4의 지진이 발생한다. 미국 지질조사소(USGS)는 즉각 지진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경고를 발령하고 동시에 정형화된 데이터를 미국 물리학회(API)를 통해 제공한다. 지진 발생 데이터가 도착하자마자 LA타임스 담당 기자에게는 지진 발생 기사의 발행 준비완료라는 e메일과 함께 메시지가 도착한다. 담당기자는 간단한 사실관계를 체크한 후 발행버튼을 눌러 온라인으로 기사를 게재했다. 이 모든 작업이 완료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8분에 불과할 정도로 신속했다. 이는 진도 3.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기사작성에 들어가 기본 문장 구조에 정확한 데이터를 배치하는 알고리즘을 가진 지진 기사를 담당 ‘퀘이크 봇’의 능력이다.
‘로봇 저널리즘’의 발달로 언론사들은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대중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스포츠, 증권, 날씨 등 비교적 사견이 들어가지 않는 기사에 최적화 된 로봇들로 인해 기자들의 단순 업무를 줄어들고 있으며 각 언론사들은 하나 둘씩 ‘로봇 저널리즘’을 도입하고 있다. 최근 AP통신은 현재 뉴스 자동화 서비스 업체와의 제휴로 매 분기마다 약 3,000건의 기업 실적 뉴스를 로봇 제작 방식으로 쏟아내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로봇이 쓴 기사가 등장했다. 한국에 기사를 쓰는 로봇의 알고리즘 개발자는 기사의 데이터를 모으는데 5일, 기사작성에 0.1초, 기사가 포털에 유통되는 데 걸리는 대기시간이 9시간이라고 전했다.
‘로봇 저널리즘’, 그 이면에 일자리 감소 논란도
‘LA타임스’는 2013년 8월 디자이너를 포함해 11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모회사인 트리뷴컴퍼니의 재정 불안도 그 이유 중 하나지만 그 이면에는 ‘로봇 저널리즘’ 또한 자리 잡고 있다. 기사작성 로봇의 도입은 기자들의 단순 업무를 덜어주기 위해 기획된 기술로 도입됐다. 하지만 차후 진행될 기술의 확장적 적용으로 기자들의 일자리는 위태롭게 보인다. 이러한 기자직군의 대량 감원 우려에 AP통신의 로 페라라 부회장은 “자동화는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가진 자원을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가 가진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자동화를 도입하면서 단순 반복 업무는 로봇에게 맡기고 인간은 큰 그림에 대해 보다 비판적으로 생각할 여유가 많아지게 된다는 얘기다.
일자리 감소문제는 미국에서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 현재 한국의 언론종사자 수는 4만 명으로 그 수가 적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일자리 문제는 몇 년 동안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글 쓰는 직업을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길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 AP통신의 패터슨 부회장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기업 실적이 발표됐을 때 기자들이 초기 숫자에 집중하는 대신 보다 현명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작성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라며 기사의 질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패터슨 부회장의 말처럼 ‘로봇 저널리즘’의 발달로 기사의 질적 향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다. 국내의 기자들의 위치는 그 어느 때보다 떨어져 있다. 사실 확인 없이 다른 언론의 보도를 보고 그대로 따라 보도하는 행태, 조회 수 높아야 능력 있다고 인정받는 기자들의 현실에 ‘로봇 저널리즘’은 기사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게 해줄 수 있다. 최근 한 언론 전문가는 “기사가 단지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매일 쏟아지는 각종 보도 자료나 통계발표 등과 같은 사실 공지들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언론인을 꿈꾸는 이라면 사실 속에 진실을 찾아 밝히는 것이 기사이며 글의 힘으로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기사라고 말할 것이다”라며 기사의 정의를 내렸다. 경제 뉴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 실적 보도는 업무와 같은 단순하지만 정확성과 신속성이 중요하기 기사들은 로봇에게 맡기고 냉철한 문장 위에 인간적, 문학적 향기가 풍겨 나오는 기사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