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Cover Story] 여야 대립에 정국 ‘시계제로’
[이슈메이커_Cover Story] 여야 대립에 정국 ‘시계제로’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05.2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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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여야 대립에 정국 ‘시계제로’
원내대표 교체 바람 속 분위기 변화 가능할까
 
 
국회
ⓒ국회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이 원내대표는 제20대 국회 여당의 마지막 원내대표로서 내년 총선까지 지도부를 맡게 된다. 친문 주류 핵심 그룹의 패배이자 예상 밖의 결과라는 분석 속에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의 거리유지’, ‘당내 권력지형 재편’, ‘정치권 세대교체’ 등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의 ‘협치’ 문제이다. 첨예한 대립 속에 국회가 파행을 이어나가고 있는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와 어떤 구도를 형성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비문’ 세력 이인영 원내대표 선출
민주당의 새 원내사령탑이 된 이인영 의원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1기 의장 출신으로 ‘86그룹’의 좌장이자 비문 세력으로 꼽힌다. 친문 주류인 김태년 의원을 비교적 여유 있게 누르고 당선된 것은 친문 주류가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모두 장악하는 것에 대한 비주류들의 견제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의 주요 프레임이 ‘정권심판론’이 될 공산이 큰 가운데 문재인 정부 집권 4년차에 치러질 선거를 현재의 지도부 세력구도 속에서 진행하는 것은 위험요소가 많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이 원내대표에게는 총선 승리를 위해 잡음 없는 공천을 이뤄야 한다는 과제도 안게 되었다. 이를 반영하듯 이 신임 원내대표는 “넓은 단결을 통해 강력한 통합으로 총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이 의원의 원내대표 선거 슬로건도 ‘총선승리를 위한 변화와 통합’이었다. 민주당의 한 지도부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는 사실상 내년 총선 심판관을 뽑는 선거인데, 친문 일색이기보다 다양한 세력이 골고루 포진돼야 한다는 의원들의 생각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 역시 원칙주의자 이미지를 벗기 위해 선거 기간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하며 ‘달라진 이인영’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말 잘 듣는 그런 원내대표가 되겠다. 고집 세다는 평을 깔끔하게 종식하겠다. 부드러운 남자가 되겠다”고도 했다.
 
이 의원이 당선되면서 당청 관계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 원내대표는 “당정청 회의와 소통 협력의 첫 출발은 상임위원회가 될 것이다”며 당 중심의 당청 관계를 예고했다. 그는 “주요 정책의 결정은 상임위가 해당 부처를 주도하고 이견이 생기면 청와대와 빈틈없이 조율하여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당정청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당이 상대적으로 청와대와 정부에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에서 들러리만 서고 있다는 일각의 불만을 그대로 표출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표로 이인영 의원이 당선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문 주류에 대한 비주류들의 견제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표로 이인영 의원이 당선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문 주류에 대한 비주류들의 견제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정상화 위한 ‘협치’는 의지만 다져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당면한 가장 시급한 숙제는 국회 정상화다. 민주당이 주도한 선거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자유한국당이 연일 장외 투쟁을 벌이면서 정국이 교착 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 역시 국회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뜻을 밝혔고 당선 직후 곧장 국회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당내 ‘소장파’로 분류되는 인사인 만큼, 한국당 내부에서도 수직적 구도와 다른 당청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자리였다. 줄곧 여당을 향해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던 나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 민주당의 당색과 비슷한 푸른색 계열의 재킷을 입고 참석하는 등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원내대표는 “야당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 경청의 협치부터 시작하고 정국을 푸는 지혜를 달라”고 했고 나 원내대표도 “국민 말씀을 잘 들으면 같이할 수 있는 면적이 넓어질 것이다”고 화답하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는 농담도 건넸다. 실제 회동 며칠 뒤 비공개 만찬을 진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회 정상화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관측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향후 정세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두 사람이 걸어온 궤적이 완전히 정반대에 가깝기 때문이다. 2000년 17대 총선으로 국회에 입성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념과 정치 이력 등 모든 면에서 ‘극과 극’의 평가가 나올 정도다.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이 원내대표와 달리 사학재단 집안 출신의 나 원내대표는 서울대학교 법학대학 졸업 후 ‘엘리트 판사’의 길을 걸었다. 참여정부 당시 이 원내대표가 국가보안법 폐지에 앞장섰다면 당시 나 원내대표는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의 선두에 서며 대립했던 역사도 있다. 제1·2당의 원내사령탑인 두 사람이 상극에 머무를지, 대치 정국을 풀며 상생을 꽃피울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주도한 선거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자유한국당은 연일 장외 투쟁을 벌이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나가고 있다. ⓒ자유한국당
민주당이 주도한 선거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자유한국당은 연일 장외 투쟁을 벌이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나가고 있다. ⓒ자유한국당

 

패스트트랙 열차 궤도도 오리무중
한편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 나머지 야당 역시 원내사령탑 교체를 마무리했다. 평화당은 유성엽 의원이, 바른당은 오신환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되었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교체되면서 패스트트랙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의 공조 체제가 여기저기서 잡음과 균열이 속출하며 흔들리고 있어서다.
 
유성엽 원내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의원정수 확대를 포함해 선거제도 개혁안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원정수 확대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 개헌 등을 주장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려면 의원정수 증대가 불가피하다”면서 “국민들이 국회의원은 일도 잘 안 하고 싸움만 하면서 세비만 축낸다고 생각해 의원정수 확대를 곱게 보지 않지만 세비를 동결하거나 50% 감축을 21대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 접근해볼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바른당 원내대표로 오신환 의원이 선출되었다는 점 역시 패스트트랙의 불안요소를 크게 만드는 요소이다. 오 의원이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가장 큰 갈등을 불러온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사보임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오 원내대표는 “이미 패스트트랙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태워졌다. 누가 원내대표가 되더라도 거스를 수는 없다”며 패스트트랙 자체를 뒤집을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기존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 공산이 크다. 실제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 ‘고육지책’으로 함께 올린 두 개의 공수처법을 둘러싸고 민주당은 백혜련 의원 발의법안을, 바른미래당은 권은희 의원 발의법안을 내세워 충돌을 이어나가고 있다. 선거제 개혁안 역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유성엽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미봉책에 불과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라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논의할 때다”며 “지역구를 그대로 두고 의원 수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의원정수 확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이 확고한 민주당과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삐걱거리는 패스트트랙 열차의 궤도 이탈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벌써부터 ‘레임덕’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청와대 역시 제1야당인 한국당과의 팽팽한 입장차 속에 정국 해법을 위한 묘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벌써부터 ‘레임덕’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청와대 역시 제1야당인 한국당과의 팽팽한 입장차 속에 정국 해법을 위한 묘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평행선 달리는 청와대와 한국당
청와대와 정치권의 줄다리기 역시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가 때로는 대립하더라도 국민 삶과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 바람”이라며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와 5당 대표 회동을 촉구했다. 하지만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거듭 단독 회담을 요구하며 이견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정권이 3년차로 접어들면서 벌써 일부에서 ‘레임덕이 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청와대의 속이 더욱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5월10일 민생현안회의 도중 노출된 이인영 원내대표와 김수현 대통령 정책실장의 밀담 내용을 계기로 이 같은 해석이 한층 힘을 얻고 있다. 두 사람은 공무원 특유의 복지부동을 지적하며 정부 부처에 대한 당·청의 불만을 표출했고, 대화 내용이 방송사 마이크에 고스란히 녹음됐다. 이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국토부와 버스 파업 문제라는 소재에 국한됐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관료 사회 전반에 대한 당·청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두 사람의 발언에 대해 ‘레임덕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주요 부처의 공무원들도 크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공무원노조측은 두 사람의 발언에 대해 “공무원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여실히 들어 낸 정치인의 언행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사과를 촉구했고, 국토부 노조 역시 “정치인은 국가행정을 맡고 있는 공무원에게 어떠한 이유로도 부당한 권력을 행사해서는 안 되고 정략에 눈먼 그릇된 인식을 거두고 국민과 공무원 노동자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재개한 상황 속에서 더욱 난처한 입장에 처한 셈이다.
 
답답한 정치 상황 속에 재해 지원과 경기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은 심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탄력근로제 확대법과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법 등 각종 규제완화와 개혁입법까지 과제도 산적되어 있다. 대내외적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조금이라도 타격을 줄이려면 정부와 국회가 긴밀히 협조하고 대응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치권과 청와대의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하나씩 문제를 풀어나가는 초당적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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