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나루히토 일왕 즉위, 레이와 시대 열려
[이슈메이커] 나루히토 일왕 즉위, 레이와 시대 열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05.0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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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나루히토 일왕 즉위, 레이와 시대 열려
경색 국면 한일관계 새 분위기 마련될지 주목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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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일부터 일본인들의 2019년은 ‘헤이세이(平成) 31년’에서 ‘레이와(令和) 원년’으로 바뀌게 되었다. 1989년부터 30년 간 재임한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 퇴위하면서 아들인 나루히토 왕세자가 새 일왕으로 즉위하면서 생긴 변화다. 일본은 근대로 접어들며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라진 연호를 유일하게 이어가는 나라이기도 하다. 정치 실권이 거의 없는 상징적인 존재이지만 일왕교체라는 이슈가 경색 국면을 이어나가는 한일관계에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연호를 쓰는 ‘세계 유일의 나라’ 일본
지난 4월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임시 각료회의를 통해 ‘아름다운 조화’라는 의미의 ‘레이와’ 연호를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연호를 사용하는 유일한 나라인 일본에 있어 레이와는 248번째 연호다. 근대부터 일왕 한 사람이 연호 한 개만을 쓰게 되면서 연호는 일본 내에서 시대를 구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46년에 제정된 일본의 ‘평화헌법’에 의해 일왕은 정치 실권이 거의 없는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하지만 일왕은 여전히 나라를 대표하고 국민 통합을 이끄는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임 아키히토 일왕은 지진과 같은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낮은 자세로 국민들에게 다가가 인기를 얻었다. 전쟁과 평화에 대한 생각도 남달랐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을 합사해 논란이 된 야스쿠니 신사를 재임 기간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았다. 아베 신조 총리가 패전일인 8월15일마다 공물을 보낸 것과는 남다른 행보였다. 더불어 그동안 우리나라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예방해 미흡하지만 ‘통석의 염’이나 ‘한반도의 여러분께 크나큰 고통을 안겨준 시대’라는 표현으로 식민통치에 대한 사죄의 메시지도 전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퇴위 의사를 표명하면서 에도시대 후기인 1817년 고카쿠 일왕 이후 처음으로 생전 일왕 자리를 넘겨주는 인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패전 이후 일본의 왕실 제도와 왕위 계승 등을 규정한 법률인 ‘황실전범’에서는 종신 일왕 체제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와 의회는 아키히토 일왕에게만 한정한 특례법을 통과시켰다.
 
 
나루히토 일왕은 그간 정치색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아키히토 전 일왕의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해왔다. ⓒFlickr/World Bank
나루히토 일왕은 그간 정치색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아키히토 전 일왕의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해왔다. ⓒFlickr/World Bank

 

아버지 행보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나루히토 일왕
새로 왕위에 오르는 나루히토 왕세자는 아키히토 일왕과 미치코 왕후의 큰 아들이다. 지난 30년 간 왕세자로 지내며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행보를 보여 왔다. 특히 1960년 생으로 전쟁을 경험하지 않아 ‘전후(戰後)’를 상징하는 인물로 꼽힌다. 가쿠슈인 대학에서 역사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기도 했다.
 
나루히토 일왕의 역사관과 정치색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2015년 “전쟁의 기억이 옅어지려 하는 요즘, 겸허히 과거를 돌아보는 것과 함께 전쟁 체험 세대로부터 이를 알지 못하는 세대에게 비참한 체험이나 일본이 걸어온 역사를 올바르게 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2017년 생일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아버지가 하신 것처럼 국민에게 항상 다가가서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며 상징으로서 책무를 수행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아버지와 닮은 행보는 그의 성장 과정과 연계해봐야 한다고 전한다. 왕은 가족에 대한 사랑보다 국가와 국민을 소중히 해야 하는 존재로 여겨지며 이전 일왕들이 신하들이 양육했던 것과는 달리 나루히토 일왕은 30살까지 부모와 함께 생활했다.
 
 
일왕교체가 최악의 국면을 이어나가고 있는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Flickr/CJCS
일왕교체가 최악의 국면을 이어나가고 있는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Flickr/CJCS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마련되기를 기대
이처럼 나루히토가 아버지의 노선을 따를수록 일본 집권 세력은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정치에 직접 개입할 순 없더라도 일왕이 호헌을 암시한다면 개헌을 원하는 아베 총리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개헌을 통해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를 개선할 기회가 마련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성공회대학교 일본학과 양기호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새 일왕의 즉위가 한일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일왕 즉위를 전후에 세계 정상들이 만나는 여러 행사가 이어지고, 이를 통해 한일 간의 경색된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모멘텀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 시가국립대학 경제학부의 김병기 교수 역시 칼럼에서 “일본의 레이와 시대 시작을 계기로 한일 관계의 개선과 교류 확대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의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 역시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새 일왕 즉위가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정부로서는 앞으로도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원론적이지만 긍정적인 신호를 전했다.
 
연호의 변경처럼 일왕 교체는 일본 사회 시대 변화의 상징이다. ‘메이지’에는 근대화가 떠오르고 ‘쇼와’에는 침략전쟁과 고속성장이 각인되는 것처럼 말이다. ‘레이와’에 대해 아베 총리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나누며 문화를 만들고 키워간다는 의미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이 레이와 시대를 맞아 경색되어 있는 한일관계에도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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