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Cover Story] 마블 전성시대 부른 히어로들의 수장
[이슈메이커_Cover Story] 마블 전성시대 부른 히어로들의 수장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9.04.23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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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마블 전성시대 부른 히어로들의 수장
기존의 성공 방정식 대신 혁신을 선택하다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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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그동안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국내에서도 그동안 1억 명이 넘는 누적관객을 동원했다. 그리고 그들은 22번째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통해 지난 11년 간 이어져 온 여정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마블의 작품은 단순한 오락물로만 여겨졌던 슈퍼 히어로 영화에 철학적 깊이를 심어주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거대한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케빈 파이기 CEO의 남다른 통찰력이 자리하고 있다.
 
위기의 마블, 영화 제작으로 구사일생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007 시리즈와 해리포터 시리즈를 뛰어넘는 영화 역사상 가장 성공한 프랜차이즈로 꼽힌다. 그동안 전 세계 누적 수익만도 200억 달러로 추정된다. 특히 국내 인기가 상당하다. 지금껏 마블 영화가 한국에서 동원한 누적 관객 수만도 무려 1억 600만여 명에 달하는데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국내 팬들의 성원에 부응하듯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을 앞두고 제작진과 출연진이 한국에 집결해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1939년에 세워진 만화책 출판사 ‘타임리 코믹스’를 전신으로 하는 ‘마블 코믹스’는 80년의 역사를 지녔다. TV와 영화를 제작하는 마블 스튜디오는 1993년에 설립되었는데, 사실 현재의 자리에 위치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각종 사업이 실패하고 만화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며 1996년에는 파산보호신청 단계까지 가기도 했다. 경영난으로 존폐를 걱정하던 시절이라 영화 제작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고, 그들은 마블 코믹스 캐릭터의 영화화 판권을 영화제작사에 팔아 겨우 연명했다. 20세기 폭스에는 ‘엑스맨’과 ‘판타스틱4’를 팔고 소니 픽쳐스에는 ‘스파이더맨’을 넘겼다.
 
하지만 영화가 성공을 거두자 마블 엔터테인먼트도 자극을 받는다. 2005년 ‘캡틴 아메리카’와 ‘닉 퓨리’ 등 몇몇 캐릭터를 담보로 돈을 빌려 영화 제작을 진행했는데, 이 계획의 선봉장에 케빈 파이기가 있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성공을 이끈 조 루소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다른 제작사들은 왜 마블 시리즈같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느냐’는 질문에 “간단하다, 그들에게는 케빈 파이기가 없기 때문이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그만큼 마블 스튜디오의 성공신화에서 파이기 사장의 역할이 지대한 것이다.
 
 
1939년에 세워진 만화책 출판사로 출발한 마블은 그동안 숱한 우여곡절 속에 2000년대 후반 MCU 영화가 성공을 거두면서 현재의 위치에 도달했다. ⓒPixabay
1939년에 세워진 만화책 출판사로 출발한 마블은 그동안 숱한 우여곡절 속에 2000년대 후반 MCU 영화가 성공을 거두면서 현재의 위치에 도달했다. ⓒPixabay

 

MCU 세계관 만든 케빈 파이기의 통찰력
1973년생인 케빈 파이기는 덕업일치를 이룬 ‘영화 덕후’로 유명하다. 어릴 시절부터 영화제작자인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영화제작에도 관심을 가지며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공부한 것으로 유명한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 몇 차례 낙방 끝에 입학한 뒤, 영화 제작자인 로렌 슐러 도너의 어시스턴트로 일하게 된다. 파이기는 그 과정에서 당시 마블 코믹스 산하 영상 제작 부서인 마블 스튜디오 대표 아비 아라드를 소개받게 되며 마블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2000년 20세기 폭스가 ‘엑스멘’을 제작할 때 파이기는 제작자로 고용된다. 이때부터 마블의 영화 제작 역사는 바뀌기 시작한다. ‘헐크’와 ‘스파이더맨2’, ‘판타스틱4’ 등 마블 원작의 여러 영화 제작을 진두지휘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고, 짧은 기간애 마블 스튜디오의 2인자로 등극한다. 기존 만화의 슈퍼 히어로를 소재로 하는 영화들은 제작사와 감독, 작가 등이 각기 달라 색깔과 수준도 천차만별이라 원작 팬들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다른 제작진들이 만화를 실사 영화 캐릭터로 만드는 데 곤혹스러워했지만 그는 “만화책에 있는 장면 그대로만 만든다면 엄청날 것”이라고 주장해왔었다.
 
조금씩 자신의 주도 하에 만화 세계관을 스크린에서 구현하는 ‘MCU’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파이기는 아라드 대표가 회사를 떠나자 2007년 대표 자리에 오르게 되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외부 프로듀서를 고용하는 관행 대신 원작 만화의 작가, 편집자 등으로 구성된 크리에이티브 위원회를 중심으로 영화를 제작했고, 뿔뿔이 흩어져 팔려나간 캐릭터 판권도 회수에 나섰다. 그렇게 탄생한 첫 결과물이 ‘아이언맨 1’이었다.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 1’은 엄청난 흥행 성공을 거두며 이후 진행된 MUC의 성공신화의 서막을 알렸다. ⓒPixabay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 1’은 엄청난 흥행 성공을 거두며 이후 진행된 MUC의 성공신화의 서막을 알렸다. ⓒPixabay

 

‘아이언맨’ 성공 이후 마블 위상도 상승
마블은 ‘아이언맨 1’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보였다. 오락 영화와는 맞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었고, 과거 마약 복용으로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B급 배우의 위상에 머물던 배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만 달러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에 ‘쪽대본’으로 영화를 촬영해야 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도 파이기 대표는 자신이 구상한 큰 그림을 염두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마지막 장면에 사무엘 잭슨이 연기한 ‘닉 퓨리’를 등장시키며 아이언맨이 존재하는 세계가 다른 영웅이 소속된 세계와 연결된다는 것을 암시했다.
 
영화는 전 세계 극장가를 휩쓸었고, 이로 인해 파이기는 재정적 여유와 업계의 신뢰를 모두 얻을 수 있었다. 이후 행보는 탄탄대로였다. ‘헐크’와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 본격적으로 MCU의 작품들이 속속 등장했고, 여러 명의 히어로를 촘촘하게 하나의 세계관 속에 연결해 나갔다. 각자 다른 장소에서 다른 상대와 싸우면서도 ‘어벤져스’를 통해서는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의 규모를 키워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정도로 큰 세계관을 만들고 영화, 드라마 등으로 확장시킨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다양한 이야기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번 보면 계속 볼 수밖에 없고, 결국 빠져들어 팬이 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흥행몰이에만 전념하는 것이 아니냐”고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블의 라이벌로 꼽히는 DC코믹스가 자신들이 보유한 캐릭터를 내세운 영화의 잇따른 실패에서 볼 수 있듯이 원작이 영화 성공을 보장하지만은 않는다. 더욱이 ‘블랙 팬서’가 히어로 영화로는 최초로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후보에 오르면서 블록버스터 영화에도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마블은 여러 명의 히어로를 촘촘하게 하나의 세계관 속에 연결해 각자 다른 장소에서 다른 상대와 싸우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한자리에 모이게 만들어 이야기의 규모를 키워나갔다다. ⓒWikimedia Commons
마블은 여러 명의 히어로를 촘촘하게 하나의 세계관 속에 연결해 각자 다른 장소에서 다른 상대와 싸우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한자리에 모이게 만들어 이야기의 규모를 키워나갔다. ⓒWikimedia Commons

 

‘어벤져스’ 이후를 준비하다
마블 스튜디오의 몸집이 커지자 투자자와 모회사의 간섭도 심해졌다. 아이작 펄머터 마블 엔터테인먼트 회장은 아이언맨 1편을 제작할 때부터 배우 교체를 요구하는 등 영화에 지속적으로 개입했지만 파이기 대표는 굴복하지 않았다. 이후 2015년 디즈니 직속 자회사로 승격한 뒤에는 아동 취향 영화가 될 것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디즈니가 전통적으로 폭력물이나 선정적인 콘텐츠를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이기는 보란 듯이 이듬해 성인영화 ‘데드풀’을 내놓으며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MCU 영화가 계속해서 성공을 거두자 독립성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 11년 간 마블은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대중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 ‘어벤져스 4’가 그들의 질주에 마침표를 찍는 것은 아니다. 시리즈가 오래 이어지면서 관객들의 피로감이 조금씩 높아지자 파이기 대표는 과감히 새로운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 우선 예측되는 것은 ‘프리퀄(속편)’이다. 파이기가 직접 “과거에 여전히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주목할 점은 지난달 디즈니가 20세기 폭스의 인수를 마무리했다는 부분이다. 엑스맨과 데드풀과 같은 캐릭터를 온전히 되찾은 마블이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만화전문매체 MCU 코스믹의 제러미 콘래드 기자 역시 “관중들은 전 우주 인구의 절반을 소멸하는 이야기도 받아들였다”며 “마블의 이야기에는 한계가 없다. 마블은 80년간 스토리를 펼쳐냈으며 현재 모든 등장인물을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기 대표 역시 어벤져스: 엔드게임 아시아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저희가 10년 동안 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보여줄 것이다”고 소개했다. 과거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죽기 전에 결말을 알 수 있냐’는 질문에 “미안하지만 마블 영웅들의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당신이 먼저 죽을 것이다”며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이제 우리는 ‘슈퍼 히어로’라고 하면 배트맨과 슈퍼맨 대신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토르를 먼저 떠올릴 정도로 마블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되었다. 수 천 개에 달하는 캐릭터를 보유한 마블 제국이 이번 영화를 기점으로 또 어떤 우주를 구하기 위한 전투를 벌여나갈지, 그 속에서 파이기는 어떤 상상력을 동원해 나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MCU의 질주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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