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연기인생 45년…‘마지막까지 나는 오직 배우’
[단독 인터뷰]연기인생 45년…‘마지막까지 나는 오직 배우’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5.04.06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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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내 몸을 빌어 타인의 삶을 표현하는 작업, 언제나 준비하고 노력해야”
[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연기인생 45년…‘마지막까지 나는 오직 배우’


“연기는 내 몸을 빌어 타인의 삶을 표현하는 작업, 언제나 준비하고 노력해야”

 


 

 

배우 최종원은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공연할 때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코믹연기에서 보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악역까지, 1970년 연극 ‘콜렉터’로 데뷔한 그는 그동안 150여 편이 넘는 작품을 통해, 영화, 드라마, 연극을 넘나드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미 연기라면 이력이 나고 매너리즘에 빠질 법도 하건만,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는 시작은 언제나 설렌다고 말하는 그는 남다른 열정을 가진 사람이 분명하다. 드라마 ‘힐러’를 마치고 다음 작품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가 인터뷰를 위해 이슈메이커를 찾았다.

 

 

 

얼마 종영한 ‘힐러’에서 맡으신 ‘어르신’ 역할이 인상 깊었습니다. 지창욱 등 젊은 후배들과의 호흡은 어떠셨습니까?

 

아주 편하게 했어요. 유지태 씨 같은 경우는 ‘힐러’ 촬영을 같이 하면서도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박상원 씨나 지창욱 씨 같은 경우는 워낙 서로 잘  는 사이라 별로 불편할 건 없었죠. 또 워낙 열심히들 하니까요.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후배나 동료 배우가 있으십니까?

 

MBC 탤런트 강인덕 씨가 40년 넘은 친구에요. 친한 후배로는 ‘조선총잡이’에 같이 출연했던 유오성 씨하고도 친하죠. 그 외에도 박중훈 씨, 박상원 씨 등 만나는 후배들하고는 두루 가깝게 지냅니다. 예전에는 같이 술도 많이 마셨는데 요새는 몸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절주를 하고있어요.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은 소주 서너 병정도 먹고 푹 쉬고 그래요.

 


연기인생이 40년을 훌쩍 넘으셨습니다.

 

연기에 입문한 걸로 따지면 45년이 넘었네요. 제가 원래 67학번이어야 하는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직장생활도 하고 방황도 하다가 학교를 1970년에 입학했어요. 길다면 긴 시간동안 연극판, 영화판에 있으면서 바라보니 변한 것도 참 많아요. 옛날에는 감독이나 연출들이 ‘영화와 연극은 감독예술’이라면서 독선적인 면을 많이 보였거든요. 근데 지금은 젊은 감독들이 연기자를 이해하고 소통하려 하는 게 보여요.

 

 

 


처음에 어떻게 연기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셨는지요?

 

저는 원래 광산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서울 와서 2년 정도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대학도 떨어지고 그냥 ‘다시 고향에 가서 광산에서 일하다가 죽어야지’하고 생각했죠. 그런데 당시 서라벌대 문창과를 다니던 바로 위 누나가 “종원아 너 연극 안 해 볼래?”라고 묻더라구요. “뭔 연극을 어떻게 하라고?”라고 되물었더니 학교를 들어가라는 겁니다. 싫다고 하고 밍기적거리며  3년을 보냈는데 누나가 갑자기 서울연극학교(현 서울예대) 원서를 사가지고 왔어요. 미안하기도 하고, ‘알았다’고 하고 원서를 넣었습니다. 전혀 생각지 못한 턴이었던 거죠.

 


연기 시작하시기 전에 꽤 오랜 방황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되던가요?

 

연기자로서는 굉장히 큰 도움이 돼요. 나는 탄광촌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광부생활도 했어요. 광산촌의 아픔을 보고 자랐다고 할까요. 광산은 지금도 위험하지만 그 때는 더 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가 일어났죠. 사고가 일어났다하면 떼죽음이었구요. 어릴 땐 친구 부모님이 죽고, 선배가 죽고, 나중엔 친구가 죽고… 죽음이 익숙해지다 보니 나중엔 자포자기 상태가 되더군요. ‘그런대로 살다가 가면 되는 거지’하고. 매일 술 먹고 싸움박질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뒷마당에서 저에게 “그렇게 살려면 죽어라. 단, 나가서 죽어라”라고 말씀하시고 가시는 겁니다. 그 말을 듣고 또 서운한 마음에 며칠 술추렴을 하는데 갑지기 ‘오죽했으면 부모가 그랬겠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름 발상의 전환이었죠.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느꼈던 죽음과 삶의 부분들이 굉장히 값진 내 인생의 교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영향을 받은 연기자, 혹은 롤모델로 삼고 있는 연기자가 있으시다면?

 

신구 선배, 임동진 선배 다 내가 좋아하는 선배지만 아무래도 전무송 선배를 꼽고 싶네요. 일전에 이대로 연기자의 길을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무송이 형을  만나서 “이제 연극을 못하겠다. 이제 떠나고 싶다”고 했더니 무송이 형이 본인도 사실 회의가 든다면서 제대로 된 작품을 한 번 해보자고 하는 거에요. 이런 얘기를 하다가. 이제 우리도 이제 우리 인생을 책임질 나이가 됐는데, 우리 한번 해보자. 그래서 1993년에 올린 작품이 ‘북어대가리’였어요. 그 때 그 석 달 공연에 매회 만원사례가 이어지고 상도 많이 탔어요. 연기를 하다보면 매너리즘에도 빠지고 지루하고 피곤할 때도 있는 건데 전무송 선배가 하나의 촉매제 역할을 해 준 겁니다. 

 


‘북어대가리’ 이외에 또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으십니까?

 

많죠. 연극으로는 김명곤 씨랑 했던 ‘격정만리’도 많이 남는 작품입니다. 1920년대 말부터 1950년대 초까지, 식민 지배와 분단으로 인한 역사의 비극이 예술가들의 삶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다룬 작품인데 당시 공연을 보러 장기수들과 재야세력들이 다 왔었죠. 영화는 저에게 대종상을 안겨 줬던 ‘영원한 제국’도 기억에 남고, 드라마로는 제가 한명회 역을 맡았던 ‘왕과 비’가 기억에 남아요. 제가 1회부터 180회인가 190회까지 우리 부모님이 보시고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몰라요.

 


최근 드라마나 연극계에 대해 쓴 소리를 하신 적이 있는데 불이익은 없었습니까?

 

다른 건 없고 정치활동 마치고 한 3년은 방송에서 물을 먹었죠. 방송에서는 내 이름만 올라가면 중간에서 잘라버렸으니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자유를 얘기할 입장이 못 된다고 느끼는 게, 권력에 너무 많은 부분들이 예속되어 있어요. 미국 같은 경우는 헐리우드 배우들이 자신이 어떤 대통령 후보자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앞장서서 모금활동을 하다가도 선거가 끝나면 다시 연기자로 돌아가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해요. 제가 야당국회의원 출신이라 다시 KBS에서 연기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는 거는 우리가 너무 이념과 진영논리에 물들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저는 거지 역할도 했다가 재벌 역할도 하고, 권력자 역할도 했다가 공무원 역할도 하는 ‘연기자’에요.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삶의 부분을 연기로 표현을 하는 건데 그걸 이념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건 문제가 있는 거죠. 

 


문화예술 활성화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제가 국회에 있을 때 예술복지법을 정말 어렵게 통과시킨 적이 있어요. 당시 문화관광부국가위원회소속 양당 간사들이 예술복지법을 내놓고도 몇 년이 흐르도록 공청회 자체를 열지를 못하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국회에 들어가니 당에서 대표로 발의를 해달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문화 복지라는 개념이 워낙 부족해서 이게 쉽지가 않더라 이겁니다. 여기에 문화예술 영역까지 권력논리, 정치논리로 판단하는 게 우리나라에요. 그리고 한류다 뭐다 하지만 진정한 한류가 뭡니까? 아이돌 그룹이 부르는 노래가 한국 전통음악인가요? 미국의 음악과 문화가 한류로 포장되는 시대라면 저는 우리 문화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연기 이야기로 돌아가서, 배우 최종원의 연기철학이 듣고 싶습니다.

 

난 연기에 천재가 없다고 생각해요. 천재성은 0.1%정도 작용하죠. 나머지는 노력입니다. 내가 어떤 역을 맡았을 때는 나는 내 인생이 아닌 남의 인생을, 내 육체를 도구로 해서 남의 인생을 표현하는 겁니다. 연기할 때의 최종원은 최종원이 아닌 그 역할이 되는 거죠. 저는 몸을 빌려주는 거구요. 한마디로 배우는 남의 인생을 가슴에 담고 표현하는 직업입니다. 그래서 노력해야하고 허투루 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예전에 선배들이 겉 멋든 연기를 하는 후배들을 보면 ‘모래성 쌓지 말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지금은 알 것 같아요. 배우는 인간적 깊이와 삶의 깊이를 표현할 수 있는 존재여야 합니다.

 


후배들에게 조언하실 부분이 있으시다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달하다보니 예전에 비해 모든 부분이 편하고 좋아졌죠. 저도 물론 매니저가 있지만, 요새 신인들은 너무 매니저나 소속사에 의지하는 것 같아요. 자기가 감내할 부분은 자기가 감내해야죠. 그리고 진정한 배우가 되려면 연극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TV나 영화는 자기 씬만 찍고 가면 되지만 연극은 막이 오르고, 막이 내리고 커튼콜 할 때 까지는 두 손잡고 같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동료애 그리고 산 호흡을 느낄 수가 있는 거고 연기학원에서 배울 수 없었던 깊이 있는 연기를 배울 수 있어요. 나중에 진정한 연기자로 남으려면, 한계에 부딪혀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면 반드시 연극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지요?

 

영화, 연극, 드라마 모두 검토하고 있어요. 영화는 이르면 5월에 크랭크인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미국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 지인을 도와 미국 교민들을 위한 공연을 준비할 계획입니다. 텍사스에 있는 한인 연기자들 다 불러 모아 제대로 연극 한번 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다시 정치할 생각은 없어요. 또 연출가로 나서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는 마지막까지 오직 배우, 배우 최종원으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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