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초연결사회 I] 안전 보장된 기술만이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
[이슈메이커_ 초연결사회 I] 안전 보장된 기술만이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9.01.0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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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안전 보장된 기술만이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
장비의 집중화와 무리한 인력 감축, 예견된 ‘인재’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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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4일 오전 11시경,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서울시 서대문구·마포구·용산구 일대와 은평구·중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일부에서 KT 통신망이 마비됐고, 시민들은 일대 혼란을 겪게 됐다. KT에 가입된 무선전화, 유선전화, 초고속 인터넷, IPTV 서비스가 두절됐고, KT 회선을 이용하는 카드 가맹점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심지어 경찰도 KT 유선망을 사용하고 있어 서울 용산·마포·서대문·남대문 경찰서와 관할구역 파출소에 112 신고 시스템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119 연결이 지연되는 사이 응급환자가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 사고로 지하구 화재는 곧 ‘재앙’ 수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심어졌다.
 
통신 강국의 민낯
 
자칭 ‘통신 강국’이라 자부하는 대한민국. 하지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를 포함한 전국 915개의 지하 통신구 중 하나에서 발생한 통신구 화재는 재앙 수준으로 다가왔다. 초연결시대의 리더를 자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화재의 피해가 큰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장비의 집중화’를 논한다. 조태욱 KT 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모든 통신 시설은 중요하지만, 아현지사와 같이 시설이 집중화돼 있는 곳은 더더욱 화재방재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스프링클러도 없었기에 피해가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이어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화재가 KT에서 났지만 다른 통신사도 사정이 비슷하다. 오히려 장비 집중화 정도는 후발주자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심각할 것”이라고 문제를 진단했다.
 
일시적 통신의 마비가 초래한 대가는 상당히 크다. 현재의 피해도 그렇지만, 다가올 5G 시대, 즉 초연결시대에 대한 걱정과 우려에서다. 미래사회는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IoT 시대다.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고, 대다수의 IT 기기는 통신망을 통해 통제를 받는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시티를 비롯해 커넥티드카,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드론, VR·AR, 원격 조종 로봇, 원격 수술 등에 쓰이는 기술들이 모두 통신 기술로 구현된다. 즉, 통신 네트워크 인프라는 미래 디지털 경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KT 아현지사 화재는 미래 디지털 경제 구조 구축에 있어서 큰 시사점을 던졌다. 화재에 대한 경각심은 물론 재난 시 통신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기도 한 것이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달 7일 사고 현장을 방문한 뒤 “특히 통신 부문은 사고 시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고 완전복구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의 안전시설과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숙명여대 문형남 교수는 “이번 기회에 기간 통신망을 바로 세워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비용 절감이 낳은 필연적 결과
 
한편 이번 KT 아현지사 화재의 원인을 놓고 ‘예견된 사고’였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바로 무리한 인력 감축으로 인한 관리의 부재가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노동·정치·시민사회·종교계 등은 지난달 5일 광화문 KT 본사 앞에서 ‘KT 통신 공공성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KT 화재는 민영화와 외주화가 부른 참사”라며 “KT 통신공공성 강화를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KT 새노조 이해관 대변인은 “한국통신 시절부터 같이 일한 동료들과 ‘이렇게는 오래 못 간다’는 얘기를 했다. 기초가 무너지는 게 보였다”며 “케이블 매니저 업무는 모두 외주화하면서 정작 통신업체의 기본인 통신망 유지·관리는 부실해졌다. 이번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다”고 일침을 가했다.
 
KT 민주화연대 역시 “이번 화재 사건으로 벌어진 통신 대란은 공공영역의 민영화에 동반되는 관리인력의 감축과 외주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라며 “근본적인 통신영역의 공공성을 재고하지 않는다면 이번 아현지사 화재와 같은 통신 대란은 또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통신대란 사태 이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기술은 5G에만 초점을 두고 정작 국가의 중요통신시설 관리는 매우 허술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시민들이 이번과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피해 유형에 대한 적합한 보상 마련책과 기존 방송통신재난관리 계획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노웅래 국회의원은 시민들의 이 같은 의견을 모아 KT 아현지사 화재로 발생한 통신 대란의 재발 방지를 위해 통신 시설 등급 관리를 강화하고, 통신 재난에 따른 피해보상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노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면 KT 아현지사처럼 사실상 C등급에 속하지만, D등급 시설로 분류되었던 사례를 사전에 점검 및 적발해 예방이 가능케 하고, 통신 재난에 따른 피해보상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해 국민을 두텁게 보호할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사업자 간의 우회망 확보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대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다가올 초연결시대에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은 바로 통신이다. 하지만 이 통신 시스템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물리적·제도적 장치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안전이 보장된 기술만이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 이번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사고에 안전할 수 있는 통신 시스템 환경이 구축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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